인천 ~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까지 13시간 비행
드디어 로마로 떠나는 날이다.
엄마는 목발과 분홍색 백팩, 나는 자두색 캐리어와 크로스백을 하나 챙긴 후 집을 나섰다.
고맙게도 나의 오래된 사랑스러운 남자 친구가 차로 인천공항까지 바래다주었다.
한 달 간의 휴가를 오롯이 여행으로 채운 나쁜 여자 친구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써주어 고마웠다.
넉넉하게 출발하기 3시간 전에 도착했다.
아시아나 티켓 발권할 때에는, 미리 예약해둔 덕분에 휠체어를 바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직원이 기내까지 이동을 도와준다 하였으나, 면세점 구경을 위해 거절했다.
남자 친구가 엄마의 휠체어를 밀고, 장애인 전용 라운지(한사랑 라운지)에 들러 비행기 탑승을 기다렸다.
탑승 시간이 가까워지자, 남자 친구와는 아쉬운 인사를 하고 FAST TRACK을 통해 기다림 없이 수속을 마쳤다.
휠체어를 밀면서, 면세점을 이리저리 구경했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필을 받아, 모 화장품 매장에서 상당한 무게와 부피를 차지하는 화장품을 질렀다.
그리고 그 화장품은 여행 내내 캐리어의 한 짐을 차지했다.
이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엄마를 구박(!)했는지 모른다.
엄마는 아마 그때로 돌아가면 절대 화장품을 사지 않을 것이다. ㅎㅎㅎ
GATE부터는 직원이 기내까지 휠체어를 밀어주어 편하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 정보]
- 항공기 : 아시아나 OZ561
- 비행시간 : 직항 13시간
- 출발 : 4/23(토) 12:35 인천공항(ICN)
- 도착 : 4/23(토) 18:35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FCO)
비행기 좌석은 미리 아시아나 앱을 통해 예약해두었는데,
좋은 좌석은 시트 구루(seatguru.com)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해보았다.
그런데 너무 늦게 좌석 예약을 한 탓인지 이미 좋은 좌석은 모두 나가서,
무난하게 좌측 3 좌석 중 2 좌석을 나란히 예약해두었다.
그런데 비행기 탑승 당시에 다행히 만석이 아녔어서, 고맙게도 나머지 1 좌석을 양보받았다.
덕분에 엄마는 13시간 동안 다리를 쭉 펴고 올 수 있었다.
아... 13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사육당하는 것은 정말 괴로웠다.
자도, 먹어도, 영화를 봐도 시간이 너무 안 갔다. (절레절레)
엄마는 화장실 갈 때 목발 이용해서 다녀왔는데,
기내가 흔들릴 때에는 아슬아슬해서 같이 다녔다.
그리고, 드디어 마침내 로마에 도착했다.
로마 공항에 내리니 이탈리아 직원이 휠체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직원이 능숙하게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어주며, 짐 찾는 곳으로 이동했다.
짐을 찾은 후 출구로 나가니, 로마 픽업 운전기사가 내 이름이 써진 종이를 들고 있었다.
로마 픽업(www.romepickup.com)은 공항에서 숙소까지 픽업을 해주는 서비스로,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 및 결제를 해두었다. (60,000원 정도)
결론적으로는 로마 픽업 추천한다.
자동차도 깨끗해서 좋았고, 운전기사도 말끔한 정장 차림에 예의 바르게 행동해서 신뢰가 갔다.
그리고 오랜 비행으로 지쳐 있었기 때문에, 숙소 앞 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 좋았다.
로마 숙소는 라 까사 디 에이미 B&B (la casa di amy)였다.
위치가 일단 좋고,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데다, 후기도 많은 편이라 믿음이 갔다.
라 까사 디 에이미 B&B (la casa di amy)
- 주소 : via principle amedeo 85A rome 00185
- 체크인 : 14:00~22:00 (22:00 이후는 수수료 추가)
- 체크아웃 : 08:00~10:00
- 조식 : 07:30~10:00
- 엘리베이터 있음, 숙소 앞 코인 세탁소 있음(숙소에 라운더리 서비스는 없음)
- 위치: 떼르미니 역에서 5분 거리
숙소에 도착해서 카운터에 예약 출력물을 내밀었다.
할아버지 한 분과 젊은 남성 분이 계셨는데, 처음에는 좀 무뚝뚝해서 당황했다.
도시세는 미리 현금으로 준비해서 냈다. (카드결제 불가)
예약자 확인이 끝나니, 할아버지가 열쇠 뭉치를 보여주며 방까지 안내해주었다.
열쇠는 총 3개였다. 많기도 하다. (입구/해당 층 입구/방문 열쇠)
드디어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얼마 만의 침대인지, 감격스러웠다.
얼른 유심칩을 갈아 끼우고, 가족과 남자 친구에게 무사히 도착했노라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짐 정리를 한 후, 로마 밤거리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은 미리 숙소 근처 맛집(Elettra)을 찾아둔 덕에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다.
Elettra 입구에는 자리 예약을 해주는 아저씨가 한 분이 계셨는데,
유쾌하게 말을 걸며, 식전주를 나눠주고 분위기를 띄워주고 계셨다.
엄마는 그 아저씨가 장난치는 모습이 재밌으셨는지 그 이후로도 이 집을 계속 오고 싶어 하셨다.
메뉴판은 전부 꼬부랑글씨여서 주문하는 데에만 시간이 꽤 걸려서 무척 민망했다.
우리는 카프레제 샐러드, 펜네 파스타, 오렌지 주스를 시켜 먹었다. (총 36,000원/28유로)
카프레제 샐러드는 치즈가 두툼해서 반해버렸고, 펜네 파스타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식당에는 전부 외국인들 뿐이고, 분위기도 낯설어서 로마에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식사 후에는 곧바로 숙소에 돌아와서 남은 짐 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이때까진 몰랐다.
시차 적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ㅎㅎㅎ
그리고 여행 중에 매일 엄마가 일기를 썼는데, 포스팅 하단에 함께 기록한다.
4/23 D+1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 안이 아득하다. **가 공항까지 잘 데려다주고 해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둘째 딸 **이가 사랑스럽다.
두 다리 쭉 펴고 아늑하게 목베개를 하면서 이 글을 쓰는 중. 많이 happy 하다.
면세점으로 1+1로 좀 더 싸게 **에서 화장품을 샀다. **이도 필요할 듯해서 큰 인심 썼다.
아이 세럼, 아이크림, 영양크림, 영양 에센스, 메이크업 베이스, 루즈 사서 **에게 선물했다.
점심 기내식은 한식으로 소화 잘되는 걸로 선택해서 지금은 속이 편하다.
저녁에 숙소에 도착한 후에 사거리 건너서 식당에 옴.
외국인이 거의고 동양인이 거의 없어 외국에 온 느낌이 많이 듬.
카프레제 샐러드가 토마토와 치즈 엄청 많고 심심함.
펜네 파스타는 연어알 튀긴 거 넣어서 맛이 이국적임.
먹고 숙소에 와서 잠듬. 자도 자도 아침이 되기까지 실컷 잠듬. 이 일기 쓰면서 해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