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대해 내가 내린 답
"돈 없는 남자를 만나도 괜찮을까요?"
어려운 질문이다.
돈이 없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니까.
우선 내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난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살다 20대 후반에 나락에 꽂힌 적이 있다.
고시를 끝낸 직후였다.
20대 내내 모았던 돈은 모두 사용해 계좌에는 꼴랑 2만 원 남아있었고,
그동안 쌓은 커리어는 끊겨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했고,
3년 넘게 만난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는 바람이 나서 헤어졌다.
막막하고 앞이 안 보이던 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월급 통장이 연결된 카드를 주며 내게 말했다.
"오빠, 얼마 안 되지만 카드 쓰고 싶은 만큼 써. 굶지 말라고."
8살 더 어린 여자친구에게 카드를 받아 사는 남자.
월 20만 원도 못 벌고 통장 잔고가 수시로 0원이 되는 남자.
20대 후반까지도 변변한 직업조차 없는 남자.
이들이 나를 수식하는 문장이었다.
그렇게 반년이 조금 지날 무렵.
나는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첫 월급을 받던 날,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들고만 다녔던 아내의 카드를 아내에게 돌려주었다.
몇 년이 지나고, 우리 삶이 제법 괜찮아졌을 무렵,
아내에게 당시 왜 나를 만났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오빠, 난 오빠 가능성을 보고 만난 거야."
아내는 바닥에 있던 내게서도 가능성을 봤고,
그 가능성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내게 꾸준히 사랑을 줬다.
그 두 가지가 만나, 난 비로소 꽃을 피우고 당당한 남편이 된 것이겠지.
그러니 나는 "돈 없는 남자를 만나도 괜찮은가요?"라는 질문에 다음 두 가지를 물어보겠다.
1. 그 사람에게 가능성이 있는가.
2. 나는 그 사람의 가능성을 꽃피울 때까지 인내하고 사랑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을 오래 곱씹어본다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