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작년 12월 딸아이가 세 돌이 조금 지났을 때,
나는 가족을 영국으로 데려왔다.
영국으로 데려온 직후 딸에게 내가 쓰던 아이폰을 물려주었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법을 알려주었다.
어제 문득,
딸이 핸드폰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 앨범을 열어보았다.
그곳엔 내 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온전히 기록되어 있었다.
아름다웠다.
인터넷을 보다 보면 아이에게 핸드폰을 주는 것이 맞는가?
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것을 쉬이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미디어 중독을 이유로 반대하거나, 격하게 반대하거나, 반대를 빙자하여 아이의 앞날에 저주를 퍼붓는다.
사실, 나 또한 아이의 미디어 중독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한 사람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대화에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에게 핸드폰을 쥐어주기 전,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반문해 봤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핸드폰이 고작 미디어를 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가?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한 이래, 인류의 핸드폰 사용 문화는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우리가 사용하는 핸드폰은 단순한 이동식 연락 수단을 넘어선 생활 그 자체가 되었다.
미디어는 물론 쇼핑, 문화생활을 넘어 우리 삶 전반적인 분야에 깊게 자리 잡은 것이다.
나는 내 나이에 비해 스마트기기류를 잘 못 다루는 편이긴 하지만,
그런 나 조차도 이제는 핸드폰 없는 일상생활을 상상할 수 없는 지경이다.
아침에 내 눈을 뜨게 해 주는 알람 시계로,
아침 운동을 나가는 내게 운동량을 측정해 주는 코치로,
아침 식사 레시피를 알려주는 조리사로,
일할 때는 내 업무 편의성을 도와주는 비서로,
쉬는 시간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안식처로
그렇게 내 삶 깊숙이 녹아있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 = 미디어로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이 어른들, 즉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렇게만 사용해주니까.
사실, 육아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 10명이 있으면 10명의 다른 아이가 있는 것이고, 그 부모들 까지 합치면 다른 사람 30명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육아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내가 아이에게 핸드폰을 쥐어준 일이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고,
나는 이 일을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겐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도구는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러니 나는 아이에게 도구를 쥐어주고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천천히, 시간을 들여 가르칠 생각이다.
다행히 아직까진 잘 따라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너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렇게 나눠 볼 수 있음에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