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팀장이 된 누군가를 위하여
아버지는 대기업 최연소 부장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처음 팀장이 된 날 해주신 조언이 있다.
“밑에 사람한테 잘해라. 그게 앞으로 너의 자산이다.”
“윗사람은요?”
“그건 니 윗사람이 잘해야지. “
우리는 보통 팀장을 "중간 관리자"로 부르곤 한다.
관리자와 실무진을 절충하는 자리라는 뜻이다.
팀장은 그 태생부터 필연적으로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며,
그 둘을 조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왜 윗사람이 아닌 아랫사람에 집중하라고 하셨을까.
말수가 많지 않은 아버지라 그 이상은 듣지 못했지만
나는 다음이 그 이유가 아닌가 싶다.
첫 째, 팀장은 팀으로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다.
흔히 많은 초보 팀장들이 저지르는 실수로, 자신의 실무 역량을 내려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실무자로 날리던 직원이 팀장으로 승진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팀장은 팀으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본인 혼자서 잘한다 한들 그건 실무자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팀을 운영하는 팀장에게 있어 팀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본인의 수족이 되어야 할 팀을 등한시하고 방치한다면 이는 팀의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본인의 목을 옥죄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윗사람보다 아랫사람, 즉 본인의 팀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서 아랫사람의 발언 기회가 많지 않다.
MZ세대의 등장으로 많이 바뀌었고, 또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기업 문화는 보편적으로 보수적이다.
그렇기에 아랫사람에게 발언 기회는 많이 주어지지 않으며, 기회가 있다고 발언을 할 수도 없다.
이런 문화에서 위, 아래의 조화를 도모하는 중간관리자,
팀장은 발언권이 낮은 아랫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편향된 결정이 나오는 구조라 하더라도,
조직 전반에 깔린 의견조차 제대로 수렴할 수 없다면 당연히 조직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그렇기에 실무자를 움직여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팀장은 전반적인 조직의 의견을 균형 있게 들을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필연적으로 발언권이 약한 아랫사람의 발언에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월급 받는 직원 입장에서 윗사람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귀 기울인다면,
조금은 더 나은 조직 문화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내가 아랫사람에게 잘하면,
나에게는 "윗사람이 잘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