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que H Sep 05. 2024

때를 놓친 이별이 남기는 것

가시가 된 이별은 어김없이 내 가슴을 찢어놓는다

모든 만남은 이별이 기다린다.


짧건, 길건.

그 관계의 끝은 이별.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기에,

무한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별의 순간이 다가올 때엔,

언제나 조금씩 마음이 울리고,

때론 그 울림에 마음이 무너져 내리겠지.




내게 누군가 이별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나의 직업이라 답하겠노라.


세상 곧 곧을 누비는 낭만에 취한 떠돌이 상인에게,

이별은 삶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내가 지고 다니는 한 짐덩이에 불구하다.


그 짐을 나는,

내가 다니는 세상 곧곧에 심고,

또 곧곧에 심은 그 짐을 주우러 다닌다.


그렇게 나는,

수많은 사람 속에 만남으로 인사하고,

수많은 관계 끝을 이별로써 작별한다.




이별에겐 때가 있어,

제 때 내려놓지 못한 이별은 내 삶을 후벼 팔 때가 있다.

내려놓지 못한 이별은 이내 가시가 되어,

다른 봇짐을 뚫고,

끝내는 내 살을 파고들어 심장에 박힌다.


그렇게 박힌 가시는 한동안 내 심장 속에서 뛰며,

요동치는 동맥을 수도 없이 찌르리라.


그럼에도 때론 이 짐이 너무 가여워,

끝끝내 감싸고 앉아,

내 심장 깊은 곳을 찌르게 만듦으로써,

아직 내 심장이 뛰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최근 난 또 하나의 이별을 가시로 만들었다.

내 심장에 박히어 순간순간 나를 죽여가는 가시.


독이 되어 박힌 이 가시를,

난 내 심장에 손을 박아 넣어 통째로 도려내리라.


그렇게 생긴 상처는 이내 굳어 단단해지고,

나는 그렇게 또 하루 살아갈 힘을 얻겠지.

작가의 이전글 젊은 주재원장의 슬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