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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나미 Nov 16. 2016

주부도 공부합니다

외국어는 평생 공부죠


때가 지난 뒤 공부한다는 것.


시작하기 전에는 낭만적으로 보였다.

스스로가 원하는 공부를 찾아서 한다는 게 신기하고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설렜다.


시작하고 2주 정도는 그럭저럭 할 만했다.

작심삼일도 못가는 나라서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만족하면서 했다.

심지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3주째,

고비가 찾아오고 의자에 앉아서 집중하는 게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괜히 방에 불을 안 끈 것 같아서 가봐야 할 것 같고,

남은 설거지가 없나 확인하고,

방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햇빛은 왜 저렇게 예뻐 보이는지.

오래 앉으면 허리가 아픈 이상한 우리 집 소파에 괜히 앉아보고 싶다.


그러다 1주일을 쉬고, 2주일을 쉬고

요즘 뭔가 빠진 것 같다 싶을 때 다시 공부가 생각난다.







이런 내가 시간이 있을 때 공부를 해놔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서 한국어학과 수업을 듣고 있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자체적으로 1학기를 수강했고,

7월부터 10월까지 2학기를 수강했다.

1년 간 이수한 학점은 30학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내가 이러나 싶었던 순간이 없었던 게 아니다.

그래도 내가 선택했고, 생각보다 재밌던 것도 있었다.

온라인으로 실습과목까지 무사히 마쳤기 때문에 남은 15학점을 내년 상반기 중에 맘 편하게 이수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한국어교원자격증 2급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10월까지 올해의 수업을 마치고

지금은 스페인어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를 대비해서 그리고 기본을 다시 단단히 다지기 위해서 기초 스페인어와

학교 수업시간 때 배웠던 실용 구문을 위주로 보고 있다.

하루 목표 스페인어 공부는 기초 스페인어 강의 2편 듣기 혹은 강의 1편과 구문 5개 정도 익히기.


하루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만 투자하면 되는데 

이것도 왜 이렇게 엉덩이 붙이기가 힘든지.

그래도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내 의지로 하는 언어 공부라 심리적으로 덜 힘들다.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기에 크게 아깝지 않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

어른들은 공부에도 때가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주어졌을 때 열심히 공부해라고 했다.

때가 있는 것은 맞다. 

뒤늦게 공부해보니 정말 힘들다.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집중은 6분 간격으로 창밖으로 사라진다.

밋밋한 뇌 위에 이제 뭔가 써보려 하니 잘 써질 턱이 없다.


그러나 아무런 목적 없이 하라고 해서 열심히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무엇보다 자기가 선택해서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가 아닐까.

공부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총량이 시간에 비례한다 했을 때,

이렇게 하루 한 시간씩 하다 보면 몇 년 뒤에는 두 시간, 세 시간으로 늘지 않을까.


그럼 언젠가 외국인에게 한국어도 잘 가르치고, 덧붙여 외국어를 꽤 구사하는 

든든한 아내, 멋진 엄마, 근사한 할머니, 무엇보다 당당한 나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 순간을 상상해보며 오늘도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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