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22.
1974 - way home - 을 명동의 한 피시방에서 처음 들었어. 지영이가 옆에 앉아서 수레 누나의 미니 홈피에 들어갔는데 당시 스타를 열심히 하고 있던 나는 수레 누나의 미니홈피에서 흘러나오는 이 곡이 너무 좋아서 잠시 동안 질럿도 제대로 못 뽑고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발업 저글링 17마리가 본진에 난입하고 나서야 게이트에서 Z를 눌러대기 시작했지. 당시에 윤원이한테 엄청난 잔소리를 들었었어. 게임이 끝나고선 내 도토리였는지 지영이 도토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노래를 샀었지. 방금 티브이를 보다가 컴퓨터를 하려고 방에 들어왔는데 빗소리가 너무나 생생하게 들리는 거야. 멍하니 앉아서 호흡을 맞춰 조용히 빗소리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빗소리와 함께 이 곡이 듣고 싶었어. 내가 하루키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하루키가 야구장에서 날아오는 공을 보며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때와 흡사한 느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아무튼 난 1974 -way home-을 싸이월드 배경 음악으로 지정해놓고선 스피커 소리를 키우고 베란다에 나갔어. 창 밖을 바라보며 마치 맥도널드에서 세트 메뉴를 사고서 집에 와서 보니 포테이토가 없을 때의 공허한 느낌으로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저 때의 생각이 나서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았지. 이따금씩 이렇게 주위의 사물이나 현상을 보면서 소소한 기억의 단편들을 떠올리곤 해. 어느 때는 그 기억들이 2개, 3개, 많을 땐 심지어 13개의 연상 작용을 이루기도 하지. 근데 요즈음엔 그 연상 작용의 끝이 항상 일정한 곳이야. 기억이 매개체가 되어서 떠오른 기억은 또 다른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또 다른 기억이 떠오르고 다시 떠오르고 떠오르고 떠올라선 마침내 어느 한 지점에 이르게 되는 거지. 그곳에서야 멈춰 서서는 기억을 부여잡고 체념조의 헛웃음과 함께 긴 한숨을 내뱉는 거야. 아, 이 기억의 사슬은 언제쯤 끊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