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쓰는 별 의미 없는 일기
출근길, 회사 앞 공원에서 나팔꽃 무리를 보았다.
여름을 대표하는 꽃이라던데 가을이 코 앞인걸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활짝 피어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마지막 여름을 있는 힘껏 살아내고 있는 걸까 싶어 측은한 마음도 든다.
며칠 뒤에는 저 아래에 있던 무리에서 꽃 하나가 인도까지 올라왔다.
벽을 타고 타고 펜스에 몸을 감아가며 힘들게 올라와서는 축음기 마냥 입을 활짝 벌린 모습에
누구에게 무엇을 들려주고 싶은 걸까 잠깐 고민하다가 역시 또 쓸데없는 생각이구나 싶어 금세 접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