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Jul 07. 2024

서핑 일기

휴가 일기

#Intro

휴가중인 나는 게으르다. (새로운 콘텐츠를 빨리빨리소화하고 흥행 포인트를 잡아내야 한다는 강박 없이) 봤던 영화도 음미하면서 한번 더 보고, 계획적인 체계 없이 이전에 썼던 조각글을 이어 끄적거리다가. 새로운 글을 시작하기도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산책도 하고 대뜸 서핑을 두세시간씩 하기도 한다. 오전에 내가 좋아하는 90년대 미국 시트콤을 아무생각없이 보다가 산책나와 깊게 숨을 쉬며 바다를 30분 이상 바라볼수 있는 여유라니. 그 누구에게 전화도 연락도 오지 않고. 새삼스럽지만 난 참 숨쉴 틈 없이 사는구나.


온전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나를 맡길 기회가 희박해지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중에 순수하게 한번 해볼까? 하는 재미의 마음으로 무언갈 시작해보는게 점점 어려워진다.


#제시 서핑의 기록

드디어 그린웨이브 서핑 강습(Reef 레슨)을 시작했다. 올해 5월 롬복 탄중앙에서 빅웨이브 서핑을 생각보다 잘해낸후 자신감이 생긴것도 있고. 무엇보다 베이코스에서 이제 그린웨이브를 스스로 잡는 법을 일단 익혀서 굉장히 기분이 좋음!! 확실히 파도와 바다에는 지친 인간의 생명력을 다시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채워주는 힘이 있다. Vitamin Sea 를 꽉꽉 채우고, 햇살을 받거나 우중에는 우중대로 비맞으면서 자연을 느끼며 진행하는 것이 서핑의 묘미인데, 늘 사람 사이에 북적이며 사는 나는 사실 양양이나 뭐 그런 핫한 분위기를 좋아하기보다는 바다와 익스트림한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조용하게 다시 노래를 들으면서 바이오리듬을 맞추는 경험이 마법같아서 계속 하고 있다. 물론 서핑에 온전히 시간을 낼수 있는 Peer 들에 비해서는 진도가 느리지만, 그래도 놓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니 드디어 오늘 사이드라이딩에 그린웨이브까지 스스로 해내서 매우 신남.


#인생의 파도를 더 잘 넘는 법은 뭘까

서핑을 더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더 높은 파도를 더 잘 넘어가기 위해. 넘어지더라도 다시 보드 위로 오르고, 파도를 뚫어 다시 도전하기 위해.

언젠가 은옥언니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덤벨을 들어올릴때 내 인생의 무게가 이것보다 무겁다!! 며 이정도는 할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들어올린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무거운 덤벨이라도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탄중앙에서 처음으로 배를 타고 바다 중간으로 나가 빅웨이브를 넘어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인생의 파도가 이것보다 무섭고, 이것보다 높다고. 이제까지 넘어온 것도 만만치 않았지만 앞으로 더 큰것들이 오는데 그렇다고 몸에 힘만주고 매 순간 악바리 처럼 굴수도 없고,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할수 없었다. 파도가 칠때 머뭇거리면 오히려 떠내려가고 최선을 다해 오히려 돌진하면 파도를 넘을 수 있듯이, 몸에 긴장을 내려놓고 즐기면서 파도를 타보기로 했다. 더욱 섬세하게, 용기있고 과감하게.

작가의 이전글 우울하고 아픈 날, 조금 핀트가 안맞는 것들에 최선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