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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평한 미아 Jul 26. 2021

01. 2434일의 시간은 다르게 적혔다

작별은 마치 재난문자 같지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어"


회사에 무슨 일이 있나? 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응? 무슨 일인데?" 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을 듣는 순간,

그 전까지 우리가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4월의 어느 날, 눈부실 정도로 화창한 날, 토요일이었다.

매주 주말마다 비가 오다가 오랜만에 맑은 날씨의 주말이었고, 완연한 봄이었다.

우리 두 사람과 친한 커플이 연애 10년 만에 결혼하는 날, 좋은 날이었다.


우리는 며칠 전부터 결혼식이 끝난 후 내 대학 캠퍼스에 놀러가기로 정했었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장에서 답례품을 받고 보니 양손이 무거워졌다.

"이거 들고 돌아다니기 불편하지 않겠어?"라는 나의 물음에 그는 "이 정도는 괜찮아"라며 미소 지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친구를 잠시 만나기로 했다.

그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카페에 들르기로 한 우리는 가까운 스타벅스를 향해 걸어가며

그냥 짐은 우리집에 두고 한남동에 산책 겸 놀러가자, 스타벅스에 도착해서는 텀블러를 하나 살까? 같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대화를 나눴다.

커피를 가지고 자리에 앉은 우리는 내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나에게 그는

.

.

.

"나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너의 말대로 난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 맞고,

 생각해봤는데 이대로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계속 만나는 건 의미가 없고,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

고 답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그 말을 듣는데 현실같지 않아서 눈물도 안 났다.

이후 몇 가지 대화를 더 주고받았다.

침착함을 애써 유지하던 내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건조하게 흘러내렸고,

그의 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할 얘기는 다 했으니 먼저 일어나보겠다고 말하고는 가버렸다.

창밖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

.

.

작별은 마치 재난문자 같지



날씨가 화창해서, 좋은 날이어서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대낮에 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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