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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예지 Jan 12. 2022

23화_비법이요? 항상 최선을 다해 달려요

나를 일깨운 고수 러너의 한 마디


9월의 마지막 날 밤, 가뿐 숨을 몰아쉬며 핸드폰으로 기록을 확인했다. 6Km를 달리는 데 걸린 시간 39분 43초. 놀랍고 기뻤다. 5일 만에 6Km 기록을 45분에서 39분으로 '무려 6분'이나 앞당겼기 때문이다. (pace는 7분 25초에서 6분 36초로) 1Km 구간 별로 6분 중후반 페이스가 나와 약간의 기대는 했지만 신기록을 세울 줄은 몰랐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건지 얼떨떨했다. 워낙 천천히 달리는 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나로서는 감동적인 기록이었다.  





'1년 정도 pace가 7분 30초에 전후에 머물러 있었는데,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너무 궁금해서 이유를 생각해봤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속도 단축이 가능했던 것에는 3주 전에 도전한 17Km 달리기와 그로 인한 네 가지 몸과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 끔은 빠른 속도에도 도전하고 싶은 슬로우 러너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속도를 높이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해 본다.






마음이 설레는 목표를 가져


사실 나는 그동안 속도를 높이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고 사랑했다. (요즘도 즐기는 달리기와 성장하는 달리기 사이에서 여전히 갈등한다.) 하지만 17Km를 달려보니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내 실력으론 어려울 것 같은 거리를 완주한다는 건 내 성장을 확인하고, 고통을 넘어 커다란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하프 마라톤에 도전할 수 없었다. 17Km를 완주하는데 2시간 이상 걸렸으니 후반부에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까지 생각하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는데 거의 3시간 가까이 걸릴 터였다. 하프 마라톤에 제한 시간은 없지만 너무 늦게 결승선에 들어오면 주최 측에게 민폐가 될 것 같았다. 또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도전하는 건 참기 힘든 고통과 좌절감을 낳을 수 있었다. 성장을 바탕으로 경쾌하게 웃으면서 하프 마라톤 결승선에 들어오려면 속도를 높여야만 했다.   




하체 강화 운동을 시작해요


어떻게 속도를 높일 것인지 고민하며 17Km를 달리면서 들은 '동생의 조언'을 떠올렸다. 동생은 내가 달리는 모습을 보곤 '오른쪽 다리가 바깥으로 돌아가는 것'과 마치 제자리 달리기를 하는 듯 '다리에 힘이 없이 달리는 것' 두 가지 문제점을 짚어줬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차 바퀴가 돌아가듯이 양다리를 빠르게 굴리거나, 보폭을 조금 더 넓게 하거나 둘 중 하나를 꾸준히 노력해 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코어와 하체 근력 강화였다. 동생은 인터벌 훈련을 권했지만, 그것까지는 엄두가 안 나서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매일 스쾃 100개를 시작했다. 3주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스쾃를 하면서 '다리에 힘을 주는 느낌'을 터득했고, 다리에 과부하가 걸려도 견디고 계속 달리는 '근지구력'을 키웠다.  




최선을 다해 달려본 적 있나요?


17Km 러닝 후 러너 이웃의 운동 일지에서 5Km를 평균 속도 3분 50초로 달린 기록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장 내가 닿을 수 있는 경지의 속도는 아니었지만 비법이 궁금해서 댓글로 물었다.

"속도가 엄청 빠르세요. 빨리 달리는 비법이 뭔가요?"

"글쎄요. 딱히 비법이라기보단 항상 최선을 다해 달려요."

도끼로 머리를 찍힌 기분이었다. '나는 그동안 온 힘을 다해 달린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동안 최선을 다해 달린 적이 거의 없었다.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는 것만으로 벅찼다. 오롯이 내 몸을 한계 상황까지 밀어붙이는 게 고통스러웠고, 그렇게 달리다가 중간에 포기할까 봐 겁이 났다. 그저 거리를 조금씩 늘리는 것만으로 만족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시도에 대한 상상을 하지 못했다. 한계를 뛰어넘는데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 110% 내 능력을 쏟아보는 것! 그것이 답이었다.




나에 대한 믿음이 중요해요


'그래 최선을 다해 달려보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러닝 어플을 켜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열심히 정말 열심히 발을 굴렀다. 첫 1Km 페이스가 6분 7초가 나왔다. 불과 5일 전까지 평균 속도가 7분 25초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3Km 구간부터 벌써 힘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경험하는 속도니 힘든 게 당연했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옷이 조금씩 젖기 시작했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종아리는 바짝 당기고, 다리는 조금씩 무거워졌다. '이렇게 하다가 끝까지 못 달리는 거 아냐?'라고 마음이 흔들렸다. 그때마다 마음속 또 다른 내가 외쳤다. '17Km도 달렸잖아. 이 정도 거리는 충분히 달릴 수 있어. 마음껏 속도 내봐.' 결국 속도를 내려면 해낼 수 있다는 '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믿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더니 마지막까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기를 마칠 수 있었다.   






초보 러너인 나는 장거리 달리기를 경험하고 눈에 띄게 속도가 빨라졌다. 그 바탕엔 하프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목표, 하체 강화 운동,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내 버킷리스트 중엔 하프 마라톤뿐만 아니라 러닝 크루와 함께 달리기도 있다. 사실 그동안은 러닝 크루 참가에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모임에 가면 보통 평균 속도 6분 대와 6분 30초 둘로 나뉘어 함께 달린다는데, 나는 7분 중반이라 혼자 뒤처지면 창피할 것 같았다. 이제 꾸준히 평균 속도 6분 30초를 몸에 익히고 더 실력을 쌓으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신나게 달리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가능성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천천히 달리는 것으로 달리기의 즐거움을 느꼈고, 달리기가 일상 루틴이 된 초보 러너라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장거리 달리기에 도전하길 추천한다. 5Km 달리기를 6번 정도 해냈다면 10Km 달리기에, 10Km 달리기를 3번 정도 해냈다면 15Km 달리기에 이렇게 몸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임계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일상 달리기가 한결 수월해지고, 속도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 단계 훌쩍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다.




모든 분들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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