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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예지 Aug 18. 2022

38화_풀 마라톤을 완주하겠다는 나의 선언

하프 마라톤과 풀 마라톤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에게



'풀 마라톤까지 꼭 뛰어야 할까?'


무려 42.195Km를 달려야 하는 풀 마라톤. 내 실력으로는 4-5 시간은 달려야 하는 거대한 도전.



수원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김병곤 교수는 건강 달리기로는 30분 내외, 6Km 달리기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그 이상 달리는 것은 근육 피로 물질인 젖산이 분비되고, 과부하가 걸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달리면서 긴 시간 햇볕에 피부가 노출되면 피부가 상하고,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리한 운동은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 10Km, 하프 마라톤을 넘어 풀 마라톤까지 도전하는 게 좋을까?





풀 마라톤과 나 사이에 놓인 장애물은 무엇일까?



가장 큰 장애물은 '두려움'이다. "하프랑 풀 마라톤은 천지 차이예요." 지난 남산 북측순환로 훈련 때 박병권 코치님이 말씀하셨다.  분명 쉽게 생각해서는 해낼 수 없는 고난도의 목표인 것이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려면 단단한 준비가 필요할 텐데,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까 봐 걱정이 된다. 또 완주하려고 몸을 혹사시키다가 부상을 당해서 아프고, 몇 개월 동안 달리기를 못할까 봐 무섭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또한 있다. 원하는 바를 향해 전념해서 달렸는데,  다다르지 못한다면 좌절감을 느낄 것 같다.



두 번째 허들은  시간과 비용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도 달리기에 쏟는 시간과 비용이 많다. 달리기에 쓰는 시간만 계산하면 하루 2시간씩,  일주일이면 14시간이다. 달리기 준비부터 샤워까지 날마다 1시간, 체인지 러닝 크루 운영  날마다 1시간(체인지 러닝 크루를 운영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나도 함께 성장하기 위함이다.) 현재는 풀 마라톤 준비를 결심하고 일주일에 두 번 러닝 클래스에 참여하고 있어 투자하는 시간은  총 20시간이 되었고, 러닝 클래스 참가비, 교통비, 달리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들의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마지막으로 나는 아직 풀 마라톤을 완주할 만한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 코어와 하체 근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하프를 두 번 뛰어보고 알았다.  하프 결승선까지 3Km가 남았을 때, 상체의 힘은 남아있고, 폐나 심장의 컨디션도 좋았는데, 다리가 너무 뻐근하고 무거워서 한 발자국 떼는 게 정말 힘들었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느낌.    코어와 하체 근력이 부족한 것이다.   풀 마라톤 경험이 많은 러너들이   30Km가 넘어가면 애써도 다리가 들어 올려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 말이 실감 난다. 풀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체력을 향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풀 마라톤 도전하겠다고 선언한다. 내가 풀 마라톤을 완주하고 싶은 이유 여섯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42.195Km 달리기 도전을 통해 더  '강한 체력'을 갖고 싶다. 더 크고 대단한 걸 원할수록 조금 어려운 일은 쉽게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겨우 10Km를 두 번 완주했을 때  15Km에 도전했고, 2Km를 초과해 17Km 달리기에 성공했다. 해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동생이 함께 달려줬었는데, 마지막 순간 만세를 외치며 함께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계를 뛰어넘어 해냈다는 자신감은 순풍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17Km 달리기 후  2주도 안돼서 5Km 달리기 페이스를 50초나 단축할 수 있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풀 마라톤을 완주한다면? 원하는 거리를 더 자유자재로 달리며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더욱 빛나는 내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둘째, 인생 숙제인 '근력'을  단단하게 키우고 싶다. 단단 근육 런예지! 처음 허리를 크게 삐끗했던 22살의 여름부터 근력 키우기는 꼭 해내야 할 과업이었다. 하지만 근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방법을 몰랐다. 서른한 살에 받은 인생 첫 개인 PT는 재미가 없었고, 그룹 PT는 6개월 동안  꾸준히 즐겁게 했으나 임신 때문에 멈췄다. 하프는 꾸준한 달리기 정도로 충분하지만 풀 마라톤은 근력 없이는 도전할 수가 없다. 특히 하체 못지않게   코어 근육 단련이 중요한데 코어 근육은 달리기만으로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꾸준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따라서 풀 마라톤 완주를 위해 근력 운동에 진짜 진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셋째, 체력이 약한 사람도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풀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는 '희망'이 되고 싶다. 걷기만 좋아했던 내가 두 아이를 낳고 달리기를 시작해 하프를 완주했고, 이제 풀 마라톤 완주를 향해 가고 있다. 체인지 러닝 크루에는 나처럼 체력이 좋지 않아 절실한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분들이 많다. 그분들께 꾸준히 즐기며 달리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특히 나처럼 출산 후에 몸과 마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육아맘, 워킹맘들에게 나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같은 처지의 사람이  '해내는걸' 보면 보는 이도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도전 의식을 갖게 된다. 나의 도전이 누군가에게 운동을 시작하는 용기가 되고 도전으로 이어진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넷째,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며 '성장'하는 성장 안내자가 되고 싶다. 재작년 여름, 첫 달리기를 한 후 블로그와 브런치에 달리고 글을 쓰며 날것의 나를 마주했고, 더 단단하고 깊이 있는 내가 되었다. 나의     가치, 신념, 일을 선택하는 기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하며 생각의 채도를 높였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경험을 얻었고, 이것은  10Km 마라톤, 하프 마라톤 도전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난 6월부터는  '체인지 러닝 크루' 모임을 꾸려 함께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고 내공을 쌓아   나처럼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5Km, 10Km, 하프 마라톤, 풀 마라톤 중 원하는 단계까지 도전할 수 있도록 성장 안내자가 되고 싶다.  




다섯째, 체인지 러닝 크루 멤버들에게 내가 '레버리지'가 되어주고 싶다.  둘째 출산 후 4개월, 나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코로나로 마라톤 대회 참가와 다른 러너들과 교류도 어려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달렸다.  부상으로 좌절했던 순간마다 러너 남동생, 책, 달리기 카페 회원들의 몇 마디 조언 몇 마디가 큰 도움이 되어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었다.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꾸준한 달리기로 '체력' 하나 단단히 키워서 삶을 변화시켰으면 하고 만든 체인지 러닝 크루!  나는 30분 달리기를 해내는 데 4개월이 걸렸는데, 지금 그루님들은 짧게는 한두 달 만에 30분 달리기를 해내고 있다. 아무리 길어도 네 달까지는 걸리지 않을 것 같다. 풀 마라톤 준비와 완주 경험을 체인지 러닝 크루 멤버들에게 나누며 온라인 모임, 개인 코칭, 오프라인 만남 등을 통해 짧은 시간 압축해서 '체력'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고 성장을 돕고 싶다.




여섯째, 풀 마라톤 완주를 통해 '경험 부자'가 되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안정은, 오세진, 김상민 등 다양한 달리기 에세이를 읽으며 나에게도 꿈이 생겼다. 우리나라 주요 마라톤 대회를 섭렵하고, 해외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는 것이다.  바로 파리 마라톤, 보스턴 마라톤, 오사카 마라톤, 로마 마라톤 등. 남편, 아이들과 함께 가족 여행 중에 현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서 달리며 세계 곳곳을 경험하고 싶다. 풀 마라톤 내공을 쌓아야 낯선 장소에서도 좋은 컨디션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 그 시간과 공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또 가족을 넘어 다양한 분들과 경험을 함께하고 싶은 계획도 있다.







지난 6월 하프 마라톤에서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마라톤 중반부터 지옥을 경험했다. 중간중간 무너져 내렸고, 완주 후에도 수없이 추월을 순간들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풀 마라톤을 생각하면 여전히 두렵고, 두 아이를 키우며 풀 마라톤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체력도 더 단단히 키우지 않으면 완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풀 마라톤에 도전해서 완주할 것이다. 그저 성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는 기술을 익혀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새롭고 흥미로운 프로젝트 덕분에 충만한 에너지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고 하자. 앞으로 당신은 하루 종일 연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몇 가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성공의 지름길’로 들어선 것이다. 프로젝트의 결과와 상관없이! <더 시스템>(스콧 애덤스)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은 내게 큰 에너지를 준다. 풀 마라톤 준비를 시작하고 벌써 하나둘씩 함께 교류하는 러너들이 늘어났고, 달리기 지식과 경험이 쌓이고 있다.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근력 운동을 배웠고, 오늘은 코어와 상체 근력을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 개인 PT를 받기로 했다. 풀 마라톤 완주의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을 많이 만나겠지만 고통을 자원화하여 더 성숙해지고 싶다. 또 힘든 걸 견뎌내며 달리기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부분에서도 집중력과 지구력을 발휘하며 더 단단한 내가 되고 싶다. 그리하여 나의 경험과 능력, 삶에 대한 태도가 누군가의 체력을 키우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데 '레버리지'가 되길 바란다.



하나의 세계를 통과해 또 다른 세계에 깃발을 꽂고, 그 과정과 결과를 '건강한 삶'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야 말겠다!




풀마라톤을 향한 나의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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