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누구나 과거의 기억 때문에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저는 지하철에서 물먹다 사레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을 뿜은 적이 있는데.. 크흠
물론 이제는 재미있는 추억이죠.
저처럼 이불킥을 했던 상대적으로 가벼운 괴로움도 있지만 상실이나 자존심이 상한 경험, 사람에게 상처 받은 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더 심한 경험을 간직한 사람들도 많고요.
이런 고통스러운 기억을 어떻게 멈추고 없애느냐에..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관해서는 뒷부분에서 몇 가지 이야기하겠지만, 직접적인 해결보다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하고 싶어서 써보는 글입니다.
뇌의 숙제
우리 뇌는 크게 2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1. 고통에 대처하기
2. 긍정적인 느낌의 추구
이 두 가지가 뇌의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
이 두 가지 숙제 중에서 고통에 대처하는 것은 긍정적인 느낌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그냥 진화적으로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만 살아남았고, 우리는 그 유전자를 물려받았습니다.
인간이라는 생물이 그냥 고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어쨌든 이 두 가지가 우리 뇌가 매 순간 하는 일이고,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이 두 가지를 위해서 학습을 하게 됩니다.
고통스러운 기억
피하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은 뇌의 관점에선 아직 끝마치지 못한 숙제입니다.
고통은 위험에 대처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만약 성공적으로 대처한다면 다음부터 그 위험은 그다지 두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 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도 고통은 계속됩니다.
뇌의 입장에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떠올리기만 해도 고통스럽고, 대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련된 자극에 굉장히 민감해집니다.
최소한 피하기라도 해야 하니까요.
피하기
어찌 보면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상황을 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고통스러운데 피해야지 별수 있나요.
하지만 그것은 숙제를 미루는 게 됩니다.
물론 이 숙제는 마감이 없기 때문에 미루는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페널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통입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이미 아시겠죠.
두 번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어느 정도 주의를 빼앗깁니다.
다룰 수 없는 위험이 있으면 우리 뇌는 경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러면 삶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적어지고 쉽게 방어적인 상태(부정적인 감정)가 됩니다.
방어적인 상태는 장단기적으로 멘탈을 약하게 만드는 주범이죠.
피하고자 하는 일의 불확실성이나 위험도가 클수록 삶에 지장이 많아집니다.
숙제하기
이런 기억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릅니다.
보편적으로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과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유연한 대처법을 익히고, 과거의 사건과 인생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할까요?
그러면 과거의 문제는 점점 작게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서 어릴 적에 심각했던 문제가 작고 우습게 느껴진 경험은 누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왜 겨우 저런 문제로 고생했지?' 하고 웃을 수 있는 거죠.
그것은 자신이 변화하고 성장했다는 증거입니다.
만약 책 등의 다른 수단을 통해서 답을 찾거나, 상담사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 있다면 이런 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성장과 변화가 없다면 나아지기 힘듭니다.
(코칭도 심리치료도.. 아니 그냥 인생 자체가 능동적인 태도를 필요로 합니다.
눈 앞에 있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마음먹을 때 변화와 성장이 시작됩니다.)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만약 급하다면..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빠르게 기억의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죠.
'emdr'이라고 찾아보면 많은 정보가 나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면 됩니다.
손가락을 눈 앞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눈동자로 그 손가락 끝을 따라 움직여도 됩니다.
이미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있으니 자세하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emdr의 메커니즘은 잘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이해하기에는 emdr을 하면 인출된 기억에 1. 추가적인 감각 정보를 부여하고 2. 인출된 기억과 안구운동의 경쟁으로 기존 기억의 정동적인 측면을 약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3. 정동과 행동에 대한 통제력도 더해줍니다. 감각 정보의 추가와 경합은 인출된 암묵적인 기억(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느낌)에 영향을 주어 기억된 경험을 변화시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정동의 영향을 줄여서 외현적인 기억(의식적 기억)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외현 기억의 변화와 암묵 기억의 변화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점점 전체 경험이 달라집니다. 굳이 emdr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다른 방법들도 같은 방식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점이라면
1. (아마도) 고통스러운 기억의 영향이 안구운동의 느낌을 압도할 정도라면 별로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손해 볼 것은 없으니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통스러운 기억의 영향이 파괴적인 사람이라면(자해라던가, 통제할 수 없는 심한 기분 변화 등) 병원이나 전문 상담사를 찾아가서 해야 합니다.
2. 성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만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효과를 보더라도 과거 사건에 대한 재해석이나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하면 나중에 비슷한 일이 닥쳤을 때 문제가 됩니다.
만약 과거의 사건이 인생에서 한번 격기도 힘든 일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보통은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비슷한 문제를 다시 경험합니다.
요약하면 '고통스러운 기억은 끝나지 않은 숙제이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해서 과거의 사건보다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정도입니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이런 관점이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공유하고 싶었네요.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