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한디
초등학생 때부터 과학자가 꿈이었다. 에디슨처럼 과학기술로 무언가를 창조하여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과학을 공부했다. 그렇게 십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공대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과학기술은 정말 세상을 변화시킬까?
뭐,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증기기관이 대량생산을 만들어냈고, 의학기술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켰으며,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갈지 짐작도 안 간다. 기술의 진보는 분명 인류사회를 앞으로 한 발짝씩 끌어나간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는 변화는 좀 더 본질적인 것이다. 과연 우리 모두는 과학기술을 통해 더욱 행복해진 것일까? 이 세상은 더욱 살 맛 나는 세상이 된 것일까? 그렇지 않아 보였다. 도시의 고층 빌딩들이 하늘의 모양을 바꾸고, 스마트폰이 인간의 텔레파시를 가능하게 하는 동안,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다 은퇴하신 노인들의 절반은, 빚더미에 눌린 가정들은, 불안한 미래의 비정규직들은, 교복을 입고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학생들은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시야를 더 넓히면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굶주리는 아이들이 죽어갔고, 중동에서는 폭탄과 화학무기에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갔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집단 이주를 한다 한들, 이것이 모두가 행복하게 먹고 산다는 이 세상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어떤 이들은 계속 힘들고, 굶주리고,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
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경제가 역사를 움직이는 토대가 되고,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는 근간이 되어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그래서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이 학문이, '살 수 있는 세상'과 '살고 있는 세상' 간의 괴리를 해결하여 우리 모두를 과학기술이 펼쳐놓은 이성과 풍요의 세계로 밀어넣어 줄 희망이라 생각되었다. 세상에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삶을 살아간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설계되어야만, 그리고 변화하는 기술과 시대에 맞게 지속적으로 올바르게 수정되어야만,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힘 있고, 돈 많고, 운 좋은 사람들만 살 맛 나는 세상으로 남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정부와 의회가 정책과 법으로 결정하는데, 그 중심에는 경제가 있다. 인간의 본질은 결국 먹고사니즘이고, 결국은 생산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냐로부터 모든 시스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이는 합리적이고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내 삶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 경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경제학과 새내기가 되고 싶다는 부질없는 희망은 접어두고, 어떻게 하면 편향되지 않은 쓸만한 수준의 경제학적 지식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기존에 짜여진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깨달았다. 우수한 대학교의 경제학과 커리큘럼을 찾아보면서 어떤 과목들이 있으며, 이것들을 어떤 순서로 공부해야 할지 파악하였다. 그리고 나보다 앞서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학을 독학했던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그들의 방법과 추천도서 목록을 적었다. 놀랍게도 지금은 의지만 있으면 돈을 들이지 않아도 수많은 양질의 강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세상이었다. 온라인 공개강좌를 이용하여 경제학 대가의 기초적인 경제학 수업을 수강하면서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준구 교수님 사.. 존경합니다. 그리고 원론과 미시, 거시경제학을 거쳐, 지금도 관련 도서를 읽고 경제기사를 매일 스크랩하며 꾸준히 경제를 공부해나가고 있다. 평생 공부하며 살기로 다짐했는데, 지금은 경제를 공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