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지 Nov 05. 2021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양한 방식에 대하여



짐 외삼촌께

저녁을 다 먹고 나서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우리 집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제가 외삼촌네서 살면 어떻겠느냐고 하셨다면서요?
할머니에게 들으셨어요?
아빠가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이제는 아무도 엄마에게 옷을 지어 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걸요.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시공사)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 리디아가 외삼촌에게 쓴 편지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리디아가 쓴 편지로 쓰여 있다. 

물론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할머니가 리디아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외삼촌 집에 가서 살아보면 어떻겠니?”
리디아의 아빠는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어요.
리디아의 엄마는 옷을 짓는 일을 했지만, 일감이 많지 않았지요.
그래서 리디아의 집은 형편이 무척 좋지 못했어요. 외삼촌은 그 사정을 알고 리디아를 맡기로 했어요.


혹은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겠다.


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리디아야, 외삼촌 집에 가서 살아보면 어떻겠니?”
아빠는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어요.
엄마에게 옷을 지으러 오는 사람도 없고요. 외삼촌이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할머니가 외삼촌께 연락하셨어요?”
나는 할머니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혹은 이런 방법도 있다.


00월 00일

저녁을 먹는데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외삼촌 집에 가서 살면 어떻겠냐고.
외삼촌이 우리 집 상황을 어떻게 알았을까? 아빠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이젠 엄마에게 옷을 지으러 오는 사람도 없다.
우리 집 형편이 이렇게 안 좋다는 걸 알고 나를 맡아주시려는 걸까?


선택은 작가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리디아의 정원>의 작가 사라 스튜어트는 최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편지글이라는 형식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독자들은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리디아가 다정하고 호기심 넘치는 아이라는 인상을 이 편지에서 받았을 것이다. 게다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리디아의 상황과 가족 관계까지 순식간에 알게 된다. 리디아는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겠지만, 편지의 말투로 보아 기대감이 엿보인다. 리디아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지금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에 어떤 형식의 글쓰기가 가장 효과적일지 생각해보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험 삼아 여러 형식으로 써보는 것도 좋다. 이야기가 막혔을 때도 이런 식으로 형식을 달리하면 뜻밖의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쓰다 멈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