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이란?
명상을 논하기 전에 가장 먼저 ’내려놓다‘가 무슨 행위를 말하는지부터 생각해 봅시다. 내려놓는다는 건, 위로 올라가 있는 상태에 놓여진 무언가를 아래로 이동시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명상에서 늘 말하는 ‘내려놓으세요‘라는 말은, 당신의 삶에서 한껏 올라가 있는 모든 것들을 아래로 두는 연습을 해 보라는 제안일 겁니다.
내가 직접 올려다 놓은 것들
그렇다면 우리 삶, 인생에서 올려져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보통 올려놓는 것들은 ‘소중한 것’, ‘지켜져야 하는 것’, ‘너무 아까워서 남 주기가 싫은 것’ 들이 될 텐데요. 그것은 돈일수도 있고, 명예, 성공과 같은 표면적이고도 가시적인 것들일 수 있죠. 반면 심리적인 요소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바로 미래에 대한 욕심, 과거에 대한 회상과 예찬, 잊을 수 없는 기억과 추억에 대한 갈망도 내가 올려다 놓은 많은 것들 중 하나겠지요.
왜 내려 놓아야 할까요?
가장 명확한 이유는, 바로 ‘무겁기 때문’입니다. 머리에 이고 있던 물건이 너무 무거우면 바닥에 잠시 내려놓듯, 하나 둘 올려놓은 것들이 무게가 더해져, 덧셈이 아닌 뺄셈을 해야 할 시기가 도래할 때, 우리는 명상을 가장 필요로 합니다. 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무게, 짐들은 어느 누구도 대신 내려줄 수 없지요. 오로지 나 자신만이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요가 명상이든, 호흡 명상이든 선생님의 가이드가 있을 순 있지만, 결국 그 가이드는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불과할 뿐입니다. 선생님, 지도자가 내 머릿 속에 들어와 대신 물건을 들어줄 수 없습니다.
내려놓음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정말 많은 것들이 하루에도 수백, 수천가지가 왔다갔다 할 겁니다. 점심 밥을 누구와 뭘 먹을지부터, 오늘 출근해서 무슨 일을 할 지부터, 화장실은 몇번을 갈지, 저녁에 퇴근하면 뭐 할지와 같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앞으로 나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제한된 월급쟁이 삶에서 더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기 위한 재테크 방법부터,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한 교육 방법과 철학까지… 이 외에도 수만가지 고민들이 ‘나’를 지나치기도 하고 후벼파기도 하겠지만, 명상에서는 보통 ‘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 말합니다. ‘나’ 스스로가 아닌 제3자가 껴 있거나,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모든 대상들은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어차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종교활동은 ‘내려놓는 연습‘을 시킵니다
불교든, 기독교든, 어떤 사이비교든 모두 ‘내려놓으라’ 말합니다. 모든 근심과 걱정 내려놓고, 오로지 나 또는 나를 지켜주는 신의 존재에 기대라 말합니다. 너무 무거우니 종교에 그 과업을 덜어내고 조금 휴식하라 말합니다. 그래서 많은 중생, 교인, 교도들이 ‘종교’를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까요. 그 덕분에 모든 종교에는 일종의 ‘명상 의식’이 수행법의 일부로 포함돼 있지요. 불교에는 수행이, 기독교에는 기도가, 이슬람교에는 라마단이 있는 것이겠지요. 다 제각각의 방법과 방식으로 명상의 길을 안내하고 제안합니다. 명상이랄 게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이유, 이미 현재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수행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모두 명상하고 계십니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게 명상이 아닙니다. 모든 걸 내려놓는 게 명상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다, 나의 것이라고 착각했던 모든 네 것들을 내려놓다, 무거운 것들은 내려놓되 반드시 필요한 것들은 가지다. 무거움을 내려놓음으로서 오히려 필요한 것들을 더 선명하게 쥘 수 있습니다. 명상은 바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