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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Apr 28. 2024

7년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한 이유

Epilogue

7년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다

2024년, 4월. 나는 7년을 다니던 소위 ‘대기업’을 퇴사했다. 뭐, 요즘처럼 파이어족이 많고, 이직과 퇴직이 일상처럼 낯설지 않은 세상에 웬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퇴사란 선택은 적지 않은 고민과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다. 남들은 퇴사를 결정할 때 보통 남을까 떠날까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차피 퇴사란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얻어 회사생활 자체를 그만두지 않는 한, 또 다른 회사로 옮겨가 지금의 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잇는 것을 뜻하기에. 결국 퇴사한다는 건, 지금의 직장과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남을까의 옵션보다 떠난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의 고민만이 남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달랐다. 이미 머릿 속엔 이직과 퇴사가 한가득 이면서도, 이력서를 넣은 2곳에서 최종 합격을 통보받고 나서도 ‘가는 것이 맞을까?’를 고민했다. 이력서를 쓴 장본인은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잊고서…


난 지금 회사가 싫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회사가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에요” 라고 늘 말했던 나를. 보통 내 이런 말을 들으면 ”결국 회사가 만족스럽지 않으니까 떠나는 거 아니에요?“ 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나는 선뜻 그 말에 동의하지 못했다. 난 지금 다니는 이 회사가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대기업 내에서도 가장 실적과 안정성이 뛰어난 계열사였고, 직급 대비 월급과 성과급도 나쁘지 않게 수령했다. 사내 복지라 일컫는 다양한 복지 포인트, 제도도 있었고, 가장 좋은 ‘칼퇴’가 보장되는 워라벨 지향 대기업이기도 했다. 어쩌면 공무원 조직보다도 워라벨이 좋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을 정도로.


이직은 ‘좋고 나쁨‘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더라

지금 다니는 직장이 싫어서, 나빠서 떠나는 것만이 이직은 아니었다. “이직해야겠다”라는 결정이 서기까지는 온갖 이유와 계기가 합쳐져야 비로소 성립되는 행동이었다. 그것이 인간관계에서 느낀 권태일 수도 있고, 7년 동안 이어져 온 안정감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반작용이 생겼을 수도,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나 자신을 만들기 위한 향상심의 욕구에서 발현된 것일수도… 그러나 백날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이런 동기를 설명해 봤자, 결국 돌아오는 답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그래서, 결국 00 때문에 퇴사하신다는 거죠?” 사람들은 단순하다. 복잡한 이유를 설명해도, 결국 아주 단순한 이유로 나의 행동을 해석하려 든다. 왜? 인간은 자신을 제외한 타인의 삶에 대해 깊이 해석하는 것을 극도로 피곤해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평가, 판단은 필요없다

결국 내가 가장 중요하다. 진지한 이직을 고민하기 전 이력서를 쓸까 말까 고민할 때부터, 팀장과 팀원들 몰래 반차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닐 때, 최종 합격을 하고도 이직을 할 지 말 지를 고민하는 모든 순간까지.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었다. 내가 이직을 하고 싶다면, 이직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오만가지 이유로 지금의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나는 변화를 경험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부모도, 주변인도, 직장 선후배도, 그 누구도 나를 설득할 수 없다. 설득 당해도 그 지속력은 1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또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직은 회사를 옮기는 과정이 아니라,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다. 항상 외부인들의 목소리만 들었지, 내 귀로 내 목소리를 들을 순 없다. 내 목소리를 내가 들으려면, 입과 귀를 닫고, 적막한 공간으로 들어가 침묵해야 한다. 섬뜻 떠오르는 내면의 목소리가 주걱으로 밥솥의 밥을 푸듯 울컥 올라올 때가 있다. 퇴근할 때, 잠에 들 때는 물론, 주말에 소파에 누워 하염없이 시간의 흐름을 느낄 때. 휴대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고, 휴대폰으로 날라오는 무수한 알림창의 전원을 끄고, 딱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해야 할 ‘무’의 공간으로 스스로를 초대해야 한다.


그 외로운 순간부터, 진짜 이직과 퇴사 준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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