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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Nov 25. 2016

백수일기 10화

낯설음

무언가에 온전히 낯설음을 느껴본적이 언제인가요?


지금 폴란드,

참, 온전히 낯설다.

낯선 풍경, 낯선 공기, 낯선 언어, 낯선 사람 그리고 낯선 나. 모든게 낯선 환경에서의 나는 얼마만인가? 항상 익숙한 누군가, 익숙한 환경 속에 있었는데, 지구 반대편 나는 지금 철저히 혼자이면서 낯설다.

퇴사 이후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여행의 시작인 폴란드 바르샤바. 파리 경유 비행기 안에서의 나는 별로 새로움을 느끼지 못 했다. 앞, 뒤, 좌우 전부 한국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지 생판 모르지만 그들이 말하는 '한글'만으로도 동질감을 느끼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파리를 거쳐 바르샤바로 넘어오는 비행기 안의 내 모습은 철저히 이방인이다. 단 한명의 동양인도 없다.


사실 나는 그런 여행을 원해서 동유럽, 그것도 폴란드로 오게 되었다. 철저히 혼자이고 싶어서... '혼자 사는 네가 맨날 혼자이면서 무슨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는 거냐'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익숙한 환경에서 혼자임과 낯선 환경 속에서의 혼자임은 아주 다르다. 심지어 아주 낯선 환경에 처한 나 자신도 낯설게 느껴진다.


온전히 혼자라는 것은 조금 더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했고, 모든 선택의 주체는 내가 되었다. 그리고 책임까지도 온전히 내 몫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울타리가 되고, 보호자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상급자가 대부분의 책임을 대신 했다.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어도 여전히 부모님은 따가운 햇살 아래 그늘이었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 아래 우산이었고, 내 마음의 고향이었다. 내가 내린 선택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내 몫은 아니었다. 백지장도 맞들어 줄 누군가가 있었고, 모든 상황에서 물리적인 도움을 줄 누군가가 있었다. 그런 상황을 거의 처음으로 벗어난 것 같다. 지금 내가 의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짧디 짧은 영어와 한장의 신용카드다. 충분히 든든하진 않지만 내 두다리로 바르게 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여행은, 특히 혼자서 하는 여행은 이런 것이 좋은 것 같다. 자립심을 키우고,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한다. 철저히 혼자임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책임소재가 전적으로 나라는 것이 얼마나 압박으로 다가오는 지를 알게 한다. 여행의 시작에서 나는 책임지는 것을 배웠다. 남은 기간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항상 '익숙함'에 익숙해져 소중한 것을 소홀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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