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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Sep 24. 2016

백수일기 4화

요즘 젊은것들의 사표

백수가 된 나에게 참으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가 나타났다!

SBS 제작 요즘 젊은것들의 사표가 그것이다. 오늘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을 써볼까 한다.


이해심 부족과 고민되지 못한 진로


최근 SBS에서 방영된 '요즘 젊은것들의 사표'가 화제다. 그리고 나는 최근 사표를 낸 요즘 젊은것들 중 하나다. 이 다큐멘터리는 평균 13개월을 준비하여 평균 18개월밖에 근속하지 않는 요즘 젊은이들과 그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바탕으로 한다. 나 또한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기에 아무리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해도 젊은것들의 입장을 대변하게 될 것 같다. 


이른 퇴사를 결정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서, 잦은 야근과 회식, 딱딱한 조직 문화, 보이지 않는 발전 가능성, 소모품처럼 느껴지는 분위기 등이 요즘 젊은것들이 꼽은 이유다. 그렇다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요즘 젊은것들의 퇴사는 어떠할까? 인내심이 없다, 희생정신, 애사심이 부족하다,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다 등 퇴사의 이유를 젊은것들만의 책임으로 전가시킨다. 양쪽의 주장이 각자의 입장에서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각자 다른 시대적 배경을 겪었기 때문에 당연히 같은 상황을 놓고도 해석하는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비슷한 연령대에도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동물인데 오죽할까? 


나는 앞서 나열된 많은 퇴사 이유 중 '적성'과 '조직 상하 간의 갈등'이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특히 고민되지 못한 적성과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갈등이 주된 이유인 것 같다.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오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대부분은 적성에 대한 고민이 없이 남들의 평판, 마땅히 할 게 없어서, 대기업이니까 이러한 이유로 취업을 한다. 나도 그랬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 때문에 혹은 본인의 노력 부족으로 인해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무엇이 내 적성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못한다. 대학을 선택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이러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그 어려운 취업 관문을 통과하고도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사표를 던진다. 그리고 그 고민을 서른이 된 지금에서야 시작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기업차원에서도, 개인적으로도 큰 시간낭비이다. 적성과 흥미에 대한 고민이 뒷받침된 진학과 진로 선택이었다면 그만큼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거나 무엇이든 쉽게 포기한다고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퇴사자 중에는 퇴사 전보다 낮은 급여와 높은 강도의 일을 더 긴 시간 하면서도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적성에 맞고 본인의 만족도를 높여 주는 일이라면 그리고 비전이 있는 일이라면 더 열악한 환경도 버티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세대는 기성세대들처럼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돈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 회사에 자신의 인생을 바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하고 적성을 살려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즐겁기를 희망한다. 그러면서도 자기만족을 시켜줄 그런 일을 원한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의 적성을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갭이어(Gap year)교육제도의 개선을 들고 싶다. 갭이어란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는 기간을 말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갭이어를 통해 적성을 고려한 대학 진학으로 중도 포기자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갭이어 기간에는 봉사, 여행, 교육, 인턴, 창업 등을 통해 적성을 찾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교육제도와 사회적 분위기상 해외의 사례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힘들겠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갭이어를 통해 스스로 적성을 찾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으로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교육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현재 교육제도 하에서는 갭이어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을 위한 성적 만들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되기 쉽지 않다. 지나친 경쟁과 전공보다는 학교의 간판을 더 중요시 생각하는 문화와 제도 아래서 과연 젊은 세대와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 그마저도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꾸지람을 듣진 않을까? 치열한 경쟁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수업 방식도 적성을 찾는 부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주는 것만 받아먹는 주입식 교육이 되다 보니 알아서 찾아 먹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질문과 토론이 없는 교육이 이루어지다 보니 본인의 의사표현에 약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 설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이야기를 하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한다. 이러한 제도와 사회분위기 속에서 적성을 찾는 일이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다. 교육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된다면 굳이 갭이어 같은 기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학생에게는 방학이라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만이라도 학업이 아닌 자신의 적성과 꿈을 찾는데 쓰인다면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찾고, 적성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단지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적성의 문제만큼이나 조직 상하 간의 혹은 조직문화에 대한 갈등도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퇴사라는 동일한 상황을 두고 퇴사자와 젊은 사원들 그리고 상급자와 고위 간부들은 다른 묘사를 한다. 젊은 세대들은 강압적이고 비효율적인 기업문화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상급자를 보면서 어떠한 비전 제시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성세대의 상급자들은 젊은 사원들의 개인주의적 행동과 끊기가 없음을 지적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느낀 점이 사실이라 주장할 것이다. 누구 한 사람, 한세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부재로 인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이는 불만이 되어 서로에게 표출되고 있다. 소통의 부재 또한 서로의 책임으로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기성세대는 요즘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  '예의가 없다', '조직을 위해 희생할 줄 모른다'며 젊은 세대들의 의사표현을 묵살한다. 젊은 세대는 '말해도 변화가 없다', '좋은 의견을 내면 다 내 일이 되어 돌아온다', '권위적이다' 등을 이유로 기성세대와의 대화를 회피한다. 이 또한 개인적 문제나 한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토론과 소통을 경시하는 교육제도, 상명하복의 군대식 문화, 잘못 해석된 유교 문화 등 다양한 제도와 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한 개인의 노력으로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변화는 사소한 노력에서 시작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들은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일을 하고자 하는 이유도 다르다. 우선은 각자 살아온 배경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면 좋을 것 같다. 젊은 세대는 직장 예절에 더 신경 쓰며 생계를 위해 자신을 포기해야 했던 기성세대를 이해하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이해하며 강압적인 상명하복 관계가 아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한 비전 제시가 이루어지는 조직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많은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 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서로 편을 갈라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기성세대는 누군가의 부모이며, 젊은 세대는 누군가의 자녀임 기억하며 서로에게 이해의 폭을 넓혀보면 어떨까 한다.



Photo by Carey Ci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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