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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Sep 21. 2016

백수일기 3화

두려움과 설레임

퇴사 11일차 백수


엊그제 같던 퇴사가 벌써 11일이나 되었다. 중간에 추석 연휴가 끼어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내가 느낀 백수의 기간은 어제와 오늘 이틀이다. 명절 동안은 생각보다 평소처럼 잘 지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집을 떠나 다시 자취방에 오게 됐다. 실질적으로 느낌으론 2일 차이기 때문일까? 아직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는 그동안 미뤄 뒀던 빨래, 화장실 청소, 옷장 정리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고 전혀 앞으로의 시간들이 두렵지 않거나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름 고민의 시간을 갖고 있으며, 틈틈이 많은 자료를 보며 앞으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바탕으로 어떤 것에 흥미가 있었고, 어떤 것에서 재미를 느꼈는 지를 곰곰이 따져볼 것이다.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독서, 글쓰기, 클라이밍, 축구


내가 해본 것 중 흥미롭고, 즐거웠던 것이다. 그럼 이것을 바탕으로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위에 적은 4가지 만으로도 다양한 것들이 떠올랐다. '서평', '블로그 운영', '클라이밍 or 축구 칼럼' 등 여러 가지가 떠올랐지만 참신하거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일이 하루아침에 생각난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면서 살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도 역시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고 나만의 독특한, 누군가 시도하지 않았던 전문 영역을 만들어가지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아직도 두려움은 가시질 않았다. 그러나 '설레임'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나타났고, 이것 저것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생기고 있다. 그것이 앞으로의 진로에 어떠한 도움이 될지, 전혀 쓸모가 없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스티브 잡스는 이런 얘기를 했다. "대학을 자퇴한 뒤 캘리그래피 수업을 듣게 되었고, 그때 서체의 조합과, 여백의 다양성 등 무엇이 위대한 서체의 요소인지를 배웠다. 서체 수업이 인생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10년 후 첫 번째 매킨토시를 구상할 때 고스란히 PC에 적용하였다. 매킨토시는 아름다운 서체를 가진 최초의 컴퓨터가 되었고, 만약 그때 서체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매킨토시는 복수서체 기능이나 자동 자간 맞춤 등의 기능이 없었을 것이다." 꼭 계획된 것 만이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대학시절 방학 때마다 했던 많은 파트타임 근무가 전 직장의 입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파트타임으로 했던 짧은 경력이었지만 다른 지원자가 갖고 있지 않은 경력이었고, 이는 나에게 합격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물론 그 경력만이 합격할 수 있었던 모든 이유는 아니었겠지만 개별적인 경험이 어떠한 방식으로 나의 미래에 영향을 줄지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조금 더 겁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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