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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Sep 10. 2016

백수일기 2화

퇴사 그리고 두려움

2016년 9월 9일 퇴사


나의 첫번째 직장생활이 마감되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하고 업무를 보고 퇴사 당일 오전까지도 실감이나지 않았다. 그리고 함께 동고동락한 팀원들과 마지막으로 점심을 함께하고 홀로 은행으로 향했다. 퇴직금을 받기위해 퇴직연금 계좌를 만들고나니 '이제 진짜 퇴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기간동안 많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인수인계까지 동시에 진행하려니 퇴사에 대한 낭만과 걱정을 할 겨를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퇴사 직후에 내가 느낀 첫번째 감정은 두려움이다. 나는 이직할 곳을 정해놓고 퇴사한 것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퇴사를 한 것이 아닌 그저 '내가 좋아하고 하고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찾고자 회사를 박차고 나온 것이다.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이 덜컥 회사밖으로 떨어져나와 사회라는 정글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다. 내가 느끼는 두려움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확실성으로부터 야기된 것이며, 월급이라는 나만의 안정장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감정일 것이다.


또 다른 두려움은 부모님의 걱정이다. 공부잘하고 말 잘듣는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항상 모든 나의 결정은 부모님을 생각하는 결정이었다. 그 흔한 친구들과 주먹다짐을 해본적도 없었고, 군대와 자취시절엔 아파도 아프지않은 척하는 아들이었던 내가 스스로 결정한 가장 쇼킹한 선택이 아닐까한다.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할때는 그렇게 칼같이 행동을 했는데 막상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려하니 오만가지 걱정이 앞섰다. 하루종일 아버지의 주변을 맴돌면서 얘기할 기회를 엿보다 결국 한밤중이 되서야 어렵사리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렸고, 퇴사를 한 오늘에서야 어머니께 퇴사 사실을 말씀드렸다. 이것으로 지금까지의 퇴사 과정 중 가장 큰 고비는 넘겼다. 퇴사라는 현실보다, 당장 나에게 들어오는 고정수입이 없어졌다는 사실보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모습이 더 힘들다. 애써 태연한척 아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모습 속에 비친 그대들의 걱정이 더 마음이 아프다.


Do what you want to do

그럼에도 부모님의 응원이 나를 지탱하고 어떻게든 원하는 것을 찾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지금은 막연한 두려움이지만 차근차근 나의 답을 찾기위해 하나씩 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도전할 것이다. 그 시작은 바로 을 쓰는 것이다. '백수일기' 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어쩌면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내가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퇴사를 한 오늘은 재밌게 보던 드라마의 마지막회를 본 것 처럼 시원 섭섭하다. 그리고 나의 미래가 치가 떨리도록 두렵고 무섭다. 앤덥이라는 래퍼의 '괜찮아'라는 노래 중 "꿈을 뒤쫓는 과정까지 꿈결같을 거란 착각"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꿈을 쫓아가는 내 길 또한 험난할 것이며, 두려움과 불확실함이 나를 계속해서 괴롭힐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갈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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