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기 프라하 체류를 위한 몇 가지 사소한 정보
항공사 마일리지로
유럽 왕복항공권을 구입했다고 하면,
다들
“아, 비행기를 많이 탔구나”
하는데,
사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저렴하게 구매한 비행기 티켓은
마일리지가 아예 적립이 안되거나,
적립된다 해도 1000점, 2000점 정도씩,
그렇게 비행기를 수십 번을 타야
비수기 왕복항공권이 겨우 하나 나올까 말까 싶게
마일리지가 아주아주 조금 적립된다.
난 거의 항상 출발일보다 몇 달 일찍
가능한 한 저렴한 티켓을 구매해서
비행기 티켓으로는 마일리지가 얼마 안 쌓였다.
그렇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의 마일리지에 투자하기보다
당장 누릴 수 있는 현재의 할인을 선택한 거고,
티켓을 싸게 사서 비용을 절약했으니,
마일리지 적립 적게 되는 데에 큰 불만은 없다.
오히려 그게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맨날 여행 가는 사람”으로 보이는 내가
정작 여행으로 모은 마일리지는
사람들 예상과 달리
전체 마일리지의 1/10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마일리지 항공권을 손에 쥘 수 있었던 건
당시 항공사 마일리지 신용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수기 유럽 왕복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었던
마일리지 9/10 이상은 신용카드 적립이었다.
중간에 다른 카드 다 없애고
그거 하나만 계속 썼더니 10년 만에,
마일리지 소멸 시작 6개월 전에
겨우겨우 7만 점에 도달해서
“비수기” 유럽/미주/호주 항공권이 하나 나왔다.
마침 그 해 신용카드를 갱신해야 했는데,
항공사 마일리지 신용카드 연회비가 너무 비싸졌고,
역시나 불확실한 미래의 혜택보다
손에 잡히는 현재의 비용 절감을 선택하는 나는
미련 없이 그 신용카드 재갱신을 포기한 참이라,
그나마 유일한 마일리지 적립 방법이 사라졌다.
그래서
이런 “마일리지 유럽 항공권”은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았고,
그 귀한 마일리지 항공권을 알차게 쓰기 위해서,
비수기 안에 출발 시간을 딱 맞춰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항상 얼리버드로 저렴한 항공권 구입하는 게
습관이 된 나는
마일리지 항공권도
6개월 전에 미리 예매했다.
그 항공사가 직항으로 출항하는 국가 중에서,
내가 겨울방학 동안
내 전공 연구하면서 지낼 수 있는 곳이
유럽의 크로아티아, 체코와
미국, 호주였는데,
네 군데 다 가봤지만,
아무래도 유럽이 예쁘고 다양하고 재미있어,
오래 머무르기 덜 지루할 것 같고,
내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지 언어연수도 할 수 있어서,
크로아티아, 체코로 선택지를 좁혔고,
내가 비수기 출국을 할 수 있는 날짜에
크로아티아행 비행기가 운항을 안 해서,
결국 체코로 최종 결정했다.
체코도 그리고 프라하도
처음 가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평생 한 번이 될지도 모르는 그 귀한 기회를
체코 프라하에 쓰는 건,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전 포스트에서 이야기한
그 “방학 동안 단기 연수하며 여행하기”의 시작이
2012년 체코 프라하였고,
이제 나의 중장기 여행 패턴은
"현지어 배우며 여행하기"로 굳어졌는데,
이후 금전적,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될 때 했던
폴란드어, 불가리아어, 크로아티아어 현지 연수로
내 연구에 필요한 건 나름 다 채워서,
새롭게 가고 싶은 나라도 따로 없었다.
아직 내가 배우지 않은 슬라브어 중
벨라루스어, 우크라이나어는 러시아어랑 비슷하고,
슬로바키아어는 체코어와,
슬로베니아어는 크로아티아어와,
마케도니아어는 불가리아어랑 비슷해서,
새로운 슬라브어를 배울 필요도 딱히 없었다.
괜히 하나 더 배워서 아는 것마저 또 헷갈리느니,
지금 아는 거 좀 더 심화해서
그걸 고급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2012년 내가 방학 동안 프라하에 가서
체코어도 공부하고 자료도 찾겠다고 했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이 다들
그런 식의 “여행(?)”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좀 신기해했다.
당시에는 “한 달 살아보기”도 거의 없었는데,
한 달 살면서 체코어 연수까지 한다니 말이다.
사실 그때는 주된 목적이 학업이고,
체코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냥 “프라하 체류” 수준이었지만,
다녀와서 보여준 사진이랑,
프라하에서 체류한 얘길 들으며,
내 친구 하나는
“흔치 않은 여행” 얘기를 블로그에 쓰면
자기 같은 여행 초보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봐야겠다 하다가,
5년쯤 후
뒤늦게나마 이 브런치도 시작했다.
브런치 시작 후,
폴란드,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이야기도 썼지만,
정작 체코 이야기는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그 체코 여행기를
이번에 체코에 다시 다녀와서
제대로 시작하면 될 것 같기도 했고,
2012년 이후 체코어도 안 쓴 지 너무 오래되어,
체코어 연수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방학 동안 단기 언어 연수하며 여행하기”의
시즌 1을 일단락하는 것도 깔끔해 보였다.
대신 체코에 처음 가는 게 아니고,
프라하에서도 처음 살아보는 게 아니라서,
이번엔 체코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처음부터 있었기 때문에,
체코어 연수는 일주일에 두 번씩 좀 가볍게 하고,
체코 여행에 좀 더 방점을 찍어,
이번엔 프라하 밖의 다른 체코 도시도
더 많이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일리지 티켓에 스스로 등 떠밀려",
항공사가 정한 비수기 끄트머리,
2019년 12월 겨울방학 시작하자마자 떠난
체코에 약 9주간 머물면서,
정말 많은 체코 도시와
두 개의 슬로바키아 도시까지 가게 되었다.
그렇게 간
다른 체코와 슬로바키아 도시들도 좋았지만,
그래도 가장 다양하고 입체적인 곳,
가장 체코를 대표할 만하다 싶은 곳은
역시 수도 프라하였다.
한국 사람들은 흔히
“프라하는 하루면 다 본다”,
“프라하는 이틀이면 다 본다”고 하던데,
난 2012년 5-6주,
2019-2020년 9-10주,
이렇게 총 14-15주를 프라하에 머물렀지만,
단순히 지리적으로만 계산한다면,
프라하를 반도 채 못 봤다.
사실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프라하는
프라하 전체의 1/10도 안된다.
프라하는
서울의 2/3 정도 크기로
유럽에서 13번째로 큰 대도시다.
프라하는 우리의 “구”에 해당하는 듯 하지만,
그보다 좀 더 작은 크기의 행정단위
Městská část [므네스츠카 차스트: 도시 구역]에
1부터 22까지 번호가 붙어있고,
도시 중앙에서 주변으로 갈수록 번호가 커진다.
이런 번호 말고,
1/4이라는 표현과 어원적으로 관련되어,
직역하면 영어 quarter, 프랑스어 quartier이고,
크기로는 우리의 “동” 정도에 해당하는,
čtvrť [츠트브르트]도 있다.
그런데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번호식 "구"와 이름식 "동"이
(각각 편의상 "구"와 "동"으로 부르겠다.)
정확하게 경계가 맞물리지 않아,
보통은 우리처럼
여러 “동”이 1개의 “구” 안에 들어 있지만,
1개의 “동”이 여러 “구”에 걸쳐 있기도 하고,
1개의 “동”이 1개의 “구”인 경우도 있고,
그 크기도 제 각각이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이름식 "동"은 오래전부터 있던
몇 십 년에서 몇 백 년 된 명칭이고,
번호식 "구"는 1990년대 공산주의 무너지고 나서
"체코 공화국"으로 새 역사를 시작할 때 도입한
새로운 제도란다.
파리도 비슷하게 번호를 붙인다는 걸 보면,
프랑스 파리의 행정구역을 참고한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래서 프라하 거리에는
도로명과 함께
이 구역번호와 지역명칭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아래 도로명 표지 사진에서
1은 도로명(ulice),
2는 예전부터 내려온 이름식 "동"(čtvrť),
3은 비교적 최근 생긴
번호식 "구"(městská část)다.
1, 2, 3의 순서로 단위가 점점 커진다.
체코인이 주소를 말하거나 쓸 때에도
Praha 뒤에 붙은 1-22까지 번호와,
Karlín, Holešovice 같은 문자로 된 동네 이름,
이렇게 둘 다 사용하는데,
프라하 어디 산다고 말할 때는
대체로 동네 이름으로 얘기하는 편이고,
집이나 회사의 주소를 쓸 때는
대체로 이 둘을 다 쓰거나,
번호식 지역명만 쓰는 것 같다.
즉, 문자식 명칭은 좀 더 일상적,
숫자식 명칭은 좀 더 공적인 느낌이다.
외국인인 나에게는
번호가 더 구별하기 쉽다.
프라하 주소에서 낯선 도로명을 봤을 때,
문자식 지역 명칭은 똑같이 낯선 경우가 많은데,
숫자식 지역 명칭을 보면
위치를 대강 가늠할 수 있다.
아무튼 그 22개의 구역번호는 아마도
대체로 가장 먼저 생긴 순서대로
1번부터 차례로 번호가 붙은 게 아닌가 싶은데,
1번은 가장 중심가이고,
10이 넘으면 변두리다.
한국인들이
“프라하는 하루면 다 본다”고 할 때,
그 프라하는
딱 Praha 1까지,
“프라하는 이틀이면 다 본다”고 할 때,
그 프라하는
Praha 1, Praha 2까지를 의미하는 것 같다.
그 밖에
오고 가면서 그 밖의 다른 구역을
몇 군데 더 거칠 수도 있는데,
Praha 17에는 공항이 있고,
Praha 8 남부에 중앙 버스터미널이,
Praha 5 동쪽에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버스터미널이 있다.
나는 이 중에서
관광지가 몰려 있는 Praha 1, 2는 당연히 가봤고,
2012년 내가 머문 숙소가 Praha 9였고,
2019-2020년엔 Praha 7, Praha 8였기 때문에,
Praha 7, 8, 9를 조금 안다.
그밖에
론니 플래닛 책이 알려준 관광지 구경하러
Praha 1, 2와 Praha 7, 8, 9 이외에
Praha 3, 5, 6을 가봤고,
비행기 타러 Praha 17에,
시외버스 타러 Praha 14에 가봤다.
즉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나는 총 3개월의 체류 기간 동안
프라하 22개 구역 중에 겨우 반 가 봤다.
그리고 그것도 물론 다는 못 봤다.
한국 사람들이
“프라하는 하루면 다 본다”,
“프라하는 이틀이면 다 본다”
라고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서울은 작아서 하루/이틀이면 다 본다”
고 말하는 외국인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그만큼 이상한 말이긴 하지만,
어느 도시건
관광객의 문화적 공간과
현지인의 생활공간의 범위가 좀 달라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다.
다른 나라로 떠날 때
가장 먼저 하는 두 가지 일 중 하나인
비행기 티켓 구매가 해결된 후,
나머지 하나인
숙소 찾기를 시작했다.
2012년과 2019-2020년 모두
같은 체코어 교육 기관에서
같은 단기 언어연수 과정에 등록했는데,
2012년에는 5-6주 지낼,
Praha 9에 위치한 기숙사를 배정해주더니,
이번에는 규정이 좀 더 엄격해져서
“단기 연수생”이라 자격이 안 된단다.
아마도
여러 번 교환학생을 할 수 있는 유럽 대학생들의
교환학생 체류 도시로
체코 프라하의 인기가 매우 높아져서,
이제 기숙사가 충분하지 않게 된 것 같다.
크로아티아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가
자그레브 오기 전에 프라하에서도
한 학기 교환학생 한 적 있다고 했고,
이번에 프라하에서도
다른 유럽 국가에서 1-2학기 교환 온 대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프라하는 예쁘고, 재미있는 것도 많고,
물가도 싸면서,
학교 안이나 학교 밖에서
영어만 하면서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으니,
그 인기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유럽에서 만나는 유럽 대학생들은 대체로
2-3 나라 이상에서
2-3번 이상 1학기씩 교환학생을 하던데,
유럽은 그런 게 참 부럽다.
아무튼 그런 수요 때문에
기숙사 방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겨울방학 거의 2달 내내
호텔 싱글룸이나 에어비앤비에 혼자 머무는 건
아무리 물가 싼 체코라도
기간 때문에 비싸진다.
그래서 그건 가장 마지막 선택지로 미뤄두고,
인터넷으로 숙소를 검색해봤다.
7년 전 체코 프라하에 왔을 때,
교환학생 온 우리 반 스페인 친구가
친구들과 아파트에 산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그렇게 단기로 빌릴 수 있는 월세가 있나 검색했다.
체코어로 부동산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이런 곳들이 나왔다.
역시나 현지인들의 주거 공간은 훨씬 저렴하다.
한 달에 30만 원 정도 하는 곳도 많다.
그중에 부동산 중개료 없다고 쓰여있는 집
몇 곳을 선택해서,
보통의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체코인들도
외국인인 내가 자기나라 말 하는 거
신기해하고 또 좋아하길래,
체코어로 정성스럽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중 반 이상은 아예 답장이 안 왔고,
(3-5군데였던 걸로 기억하는) 나머지는
단번에 혹은 한참 후에
체코어로 거절 답장이 왔는데,
대체로 장기거주자를 찾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짧게 있을 사람은 안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번 프라하 체류할 때
기숙사에 머물기도 했고,
폴란드에서는 소속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기숙사 홈페이지를 통해서 신청한 외국인에게
대학 기숙사를 제공하길래,
혹시 프라하의 대학에서도
개인적으로 신청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Studentska kolej(대학 기숙사)'를 검색했다.
이것도 역시 매우 저렴해서
싱글 룸이
하루에 200코루나(약 10,000원)부터 있고,
예상대로 소속 대학생 아니어도 투숙할 수 있는데,
내가 프라하에 간 겨울에는
검색한 데마다 빈 방이 없는 걸로 나오거나,
연락한 데마다 빈 방이 없다는 답장이 왔다.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체코는
우리 같은 긴 겨울방학이 없어
학생들이 새해 보내러 집에 몇 주 다녀올 뿐,
기숙사 방을 빼지는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학생들이 다 방을 빼고,
기숙사가 비어 있을 여름방학이면
투숙이 가능할 것 같다.
대학 기숙사를 검색하니,
사설 기숙사들도 같이 검색된다.
다음과 같은 사설 기숙사들이 검색됐는데,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거의 다 홈페이지가 영어로 쓰여 있다.
주로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하지만,
입주조건에서 직업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비용은 한 달에 40-6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도
대부분 대학 기숙사와 같은 이유로
빈 방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나중에 프라하 가서 보니,
이런 사설 기숙사로 쓰려는지,
학교 이름 없이 kolej(기숙사)라고 겉에 쓰고
공사하는 건물들이 꽤 보였다.
외국인 학생들의 수요가 있으니,
아마 사설 기숙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다.
사설 기숙사를 좀 더 검색하니,
대학생용 아파트도 함께 검색되어 나왔다.
체코어로 된 사이트도 있는 것 보면,
외국인뿐 아니라
체코인들도 이런 아파트에 사나 보다.
아파트 전체를 쓰는 것과
방 하나를 쓰는 것 모두 가능한데,
한 달에 최소 50-60만 원이었다.
두 군데를 찾아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한 군데는 끝까지 답장이 없었고,
나머지 하나는 나중에 답장 받아보니,
방값에다 10퍼센트인가 20퍼센트인가
커미션을 따로 받는 곳이었다.
그러면 비용이 더 올라가고,
그런 걸 홈페이지에 미리 명시하지 않은 걸 보니,
신뢰가 안 가기도 해서,
그냥 에어비앤비가 낫겠다 싶어 계약하지 않았다.
역시나 체코어로 숙소를 검색하니
프라하 숙소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쉽게 숙소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선택지가 많아
오히려 더 시행착오를 많이 한 것 같다.
결국 프라하 체류 초반에 혼자 머물 사설 기숙사와
후반에 어른들과 머물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에어비앤비는 구시가 동쪽 Praha 8에 있었는데,
예전에 많이 지나다녔던, 좀 알던 동네였고,
사설 기숙사는
처음 가보는
프라하 북부 Praha 7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편안하고 편리하고 깨끗하고 꽤 괜찮았다.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는
유럽 학생들이 다들 돌아간 관계로,
방 한 개 값만 지불한 채로,
2-3주간
기숙사 한 층을 나 혼자 쓰는 호사도 누렸고,
중심부인 Praha 1에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프라하 대중교통 1달 패스를 사면,
뭐 교통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좀 낡은 건물이 많긴 해도
그 동네 자체가 좀 힙한 곳이라,
새롭고 특이한
현재적 장소도 많아서,
동네를 그냥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이건 쓰다가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 포스트로 넘겼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서
https://brunch.co.kr/@saddjw/173
만약 30일 이하로 유럽에 머물 거라면,
국내에서 유럽 유심 칩을 검색해서
미리 사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나는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30일 사용 유심 칩이
대체로 2만 원 내외로 가격이 저렴하고,
실제로 사용한 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면,
“유럽에서 잘 터졌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 이상인 경우에는
좀 제약이 있는 것 같아서,
한 유럽 국가에서 1달 이상 체류하는 경우
스마트폰 심카드는
유럽 현지에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나는 유럽 국가 갈 때마다
현지 선불 심카드를 구입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에 큰 어려움을 못 느껴서,
그냥 여느 때와 같이 체코에 가서
현지 통신사의 심카드를 구입했다.
체코는 물가가 싼 데,
통신요금은 비싼 편이다.
그렇다고 한국 정도는 아니고,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그렇다는 뜻이다.
한 달 통신비는 2만 원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용하다 돈이 다 떨어지면
홈페이지에서 신용카드로 충전하거나,
시내에 있는 통신사에 가서 충전해달라 하면 된다.
체코에는 군소 체코 통신사 이외에,
주요 통신사가 크게 3개가 있는데,
다른 유럽 국가에도 있는 유사 글로벌 회사이고,
그래서 그런지 체코 밖 다른 EU 국가들에서도
자동 로밍되었을 때
특별한 추가 비용 없이
체코에서 쓰던 비용으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각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prepaid sim-card 관련
영어 정보를 찾을 수 있으니,
거기에서 자신에게 맞는 심카드를 찾으면 된다.
그런데 주로 선불 심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체코는 우리처럼 몇 년 약정하고
후불로 요금을 내는 경우가 더 많은지,
그런 요금제만 눈에 띄는 곳에 있고,
prepaid sim-card 정보는 구석에 숨어 있어서,
잘 찾아야 한다.
T-mobile
02
Vodafone
이 체코 통신사들은
대체로 뜨문뜨문 따로 매장이 있는데,
프라하에서는
Tesco 마트에서 바츨라프 광장 가는 쪽 길에
여러 통신사 매장들과
관련 기기 파는 상점이 모여 있다.
(그 위치)
이전 포스트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체코는 EU에 가입되어 있지만,
유로를 쓰지 않고,
“코루나(koruna)”라는 체코 화폐를 쓰니,
현지화로 환전을 해야 한다.
환율은 대체로
1 코루나에 40-50원 내외다.
한국에서도 코루나를 살 수 있다고는 하는데,
달러, 유로 등이 아닌
“비주류 화폐”는 한국에서 비싸게 팔기 때문에,
한국에서 달러, 유로를 사가서,
체코 현지에서 코루나로 환전하는 것이 낫다.
나는 유럽 갈 때 항상
달러와 유로를 조금씩 섞어서 가지고 가는데,
갈 때마다 점점 더 유로의 비중이 높아진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현지 화폐 대신 그냥 유로로 받는 가게들도 있고,
수요가 많은 유로는 박리다매하는지,
환전할 때 대체로
유로화가 매수, 매도 가격 차이가 가장 작아,
외화 중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것 같다.
2012년에 프라하에 갔을 때는 주로
구시가에서 환전을 했는데,
여기는 매우 믿을 만한 곳이고,
커미션도 없고,
평균적으로 환율도 매우 좋은 편이다.
(위치)
(홈페이지(실시간 환율))
2019-2020년에는
바츨라프 광장 근처에서도 환전을 했다.
여기는 주로 작은 사설 업체들이고,
아랍계처럼 보이는
외국인들이 하는 곳도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여기가 환율이
구시가 환전소보다 아주 조금 더 좋고,
환전해보니 사기도 안 친다.
바츨라프 광장을 가로지르는 트램 다니는 길에
사람들 줄 길게 서 있는 환전소가
환율 제일 좋은 데다.
(위치)
ATM 도 곳곳에 있으니,
그곳에서 그냥 필요한 만큼의 현금을
한국계좌에서 체코 코루나로 인출할 수도 있다.
난 체코에선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거나,
신용카드를 쓰고,
ATM을 사용해 본 적은 없는데,
Euronet, Moneta 등
길거리에 있는 사설 ATM은
별도의 커미션이 붙을 수 있으니,
은행 ATM에서 인출하는 게 낫다고 한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뭘 사는 게 아닌 한
프라하에선 웬만해선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니,
그냥 신용카드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프라하(Praha)는
영어로 “프라그(Prague)”라고 부른다.
비슷하게
슬로바키아어, 우크라이나어, 벨라루스어에선
“프라하(Прага, Praha)”라고 부르는데,
러시아어, 폴란드어 등 대부분의 슬라브어에서는
“프라가(Прага, Praga)” 또는
“프라그(Prag)”라고
“ㅎ”대신 “ㄱ”로 발음한다.
이렇게 발음이 다른 이유가 뭔지
추정해보면,
우선
/g/와 /h/ 모두 후두 쪽에서 나는 소리라
발음 방법이 비슷해서,
대부분 슬라브어에서 /g/로 발음하는 걸,
체코어에서는
(또 슬로바키아어, 우크라이나어, 벨라루스어에선)
/h/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어가
다른 슬라브어의 발음을 받아들여
“ㅎ”대신 “ㄱ”로 표기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영어뿐 아니라,
유럽 서북쪽 변방의 영어가 참고했을,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에서도
각각 Prag, Praga, Prague라고
“ㄱ”로 발음한다.
“프라하”가 체코 지명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슬라브어 밖 유럽어에서도 대부분
체코식 발음을 채택하지 않은 건,
/ha/ 라는 발음으로 끝나는 단어가
라틴어에 없어서,
좀 더 발음하기 쉬운 /ga/로 /ha/로 대신해서,
Praga라고 불렀고,
다른 유럽어에선
이를 그대로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래서 대부분의 유럽어에서는
“ㅎ”대신 “ㄱ”로 발음하는데,
그런 발음 제약이나 라틴어의 전통이 없는
한국어, 일본어에서는
체코어 그대로 “프라하”라고 발음한다.
단, 체코어 발음은
/프라하/보다는 /쁘라하/에 더 가깝다.
“프라하”라는 이름은
체코의 수도 이름일 뿐 아니라,
폴란드 바르샤바 안의 동네 이름이기도 하다.
폴란드어에서는 “프라가(Praga)”라고 불리는데,
“프라하”와 “프라가”의 어원은
같으리라고 추정된다.
“프라하” 또는 “프라가”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학설이 있다.
“불태우다”라는 의미의 체코어, 폴란드어 동사
pražiti[프라지티], prażyć[프라지치]에서 파생된,
“숲을 불태워서 만든 주거지”라는
의미라는 추정이 그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프라하(Praha) 현지인들의 선호 버전인데,
흔히 “문턱, 급류”를 의미하는
práh[프라흐]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한다.
강바닥의 둔턱이 급류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문턱”과 “급류” 모두
프라하를 관통하는 블타바(Vltava) 강과
관련되어 있다.
독일어로 몰다우(Moldau)라 불렸던,
체코 보헤미아 지방을 가로지르는 강의
체코어 이름 “블타바”도
“거친 물”이라는 뜻인 데다가,
프라하는 블타바 강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으니,
아마 프라하엔 유독 급류가 많을 거다.
육안으로 보기에 프라하의 블타바 강이
유독 많이 급류인지는 모르겠는데,
(불가리아 벨리코 터르노보나
오스트리아 그라츠보다는 덜 급류인 것 같다)
강의 커브가 좀 많은 편이긴 하다.
자칭, 타칭
"100개의 첨탑의 도시(stověžatá Praha, the city of a hundred spires)",
"유럽의 심장(Srdce evropy, the heart of Europe)",
"황금 도시(zlatá Praha, the golden city)",
"도시들의 어머니(matka měst, the mother of all cities)"
등의 별칭으로 불리는
프라하(Praha)는
서울보다 더 오래 전에 세워지고,
서울보다 더 오랫동안 한 나라의 수도였던
매우 유서 깊은 도시다.
그리고 그 오랜 역사를,
각양각색의 건축들로 시각적으로 구현한,
매우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고고학적 자료로 보면,
프라하에는
석기시대 때부터 인간이 거주했다고 하는데,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 건
9-10세기
체코계 프르셰미슬 왕조(Přemyslid Dynasty)가
프라하 성과 비셰흐라드 성을 세운 때부터이다.
전설에 따르면,
프르셰미슬 왕조 이전
이곳에 있던 소왕국의 왕위를 물려받게 된
세 공주 중 막내 공주 리부셰(Libuše)가
농부였던 프르셰미슬(Přemysl)과 결혼하면서
프르셰미슬 왕조가 시작된다.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가
“리부셰”라는 오페라에 이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프라하 2 지구 비셰흐라드에는
리부셰와 프르셰미슬 동상도 있다.
아무튼 프라하는 이 프르셰미슬 왕조에서 시작된
보헤미아 공국과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였으니,
1200년 넘게 존재한 고도인 것이다.
보헤미아 왕국이
신성로마제국의 일부로 발전하면서,
수도 프라하도 발전을 거듭했다.
유럽 중앙에 자리 잡은 그 위치에 걸맞게,
무역과 교류의 중심이었고,
남유럽에서 이동해 온 유대인들도 많이 거주했다.
그래서 프라하엔 유대인 관련 장소도 많이 있고,
그 프라하 유대인 중에 가장 유명한 인물일
프란츠 카프카의 흔적이 프라하 곳곳에 남아 있다.
이후 지난 포스트에서 이야기했던,
체코가 겪은 중요한 사건들인
14세기 카렐 대제 또는 카렐 4세 황제의 통치,
15세기 얀 후스의 종교개혁,
유럽 구교, 신교 간의 종교전쟁인
17세기 30년 전쟁의 중요 전투인 백산전투 등이
바로 이 프라하에서 벌어졌다.
이후 2차세계대전 중
비록 많은 프라하 유대인들이 살해되는 등의
내적 상흔이 있긴 했지만,
프라하의 외관은
20세기 2개의 세계대전을 비교적 무사히 넘겨서,
천년이 넘게 켜켜이 쌓아온 역사의 흔적들을
대체로 그대로 담고 있는 편이다.
그런 다양한 시대의 얼굴을 담고 있어서
프라하가 유독 아름다운 것 같다.
1945년 소련군에 의해 해방된 후
공산국가가 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에서는
1968년 소련식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프라하의 봄(Prague Spring, Pražské jaro)”이라는
정치, 사회적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프라하의 봄”은 원래 1946년부터 시작된
프라하의 클래식 음악 축제 이름이다.
비록 저항운동 “프라하의 봄”은 실패했지만,
음악 축제 “프라하의 봄”은
매년 5-6월 계속 진행 중이다.
1989년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1993년 슬로바키아와 결별한 후
“체코 공화국”의 수도가 된 프라하는
런던, 파리, 로마 등과 더불어,
방문자가 가장 많은 유럽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다른 때는 여행 목적이나 계획이 있은 다음에
항공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항공권이 먼저 있은 다음에
여행지를 결정하고, 계획을 짰다.
항공사 마일리지로 생전 처음 얻은,
그리고 이것으로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비수기 왕복 유럽 항공권의 기회를
그냥 쿨하게 무시하고 흘려보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나 통장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닌 나는,
운 좋게 획득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공사가 정한 비수기 끄트머리에 겨우 맞춰
굳이 항공권으로 교환하고,
그러고 나서 그것에 맞춰 여행의 틀을 짰다.
천년을 넘게 그 자리에 서 있던 프라하는
예상대로 7년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처음
"프라하에서 살아보기"를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좀 더 익숙하고 마음이 여유로웠고,
이제 프라하 안에서는
모든 게 여러모로 능숙했지만,
프라하 바깥의
다른 체코 도시까지 활동반경을 확장하면서,
또 그 모든 시도가 처음이고 낯설기도 했다.
물론 그래서 생활은 훨씬 더 역동적이 되고,
활동 공간과 더불어 시야와 지식이 확장되고,
새로운 재미와 즐거움을 경험했다.
여러모로 마음의 여유가 생긴 나는
생전 처음 해외여행에
어른들을 동행해 보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부모님 여행 보내드릴려고
형제들과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그 해 2월 지병이 있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내가
12월 겨울방학에 체코에 가게 되었으니,
유럽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리고 상실에 대한 위로가 필요한 엄마를
그리로 오시라고 하면 될 것 같았다.
처음 가는 게 아닌 체코는 내가 이미 잘 알고,
"유럽 중심"이라,
다른 주변 국가들 가기도 좋고,
유럽 처음 가는 사람에게 체코 프라하는
외관상 “전형적인 유럽 도시”이기도 해서,
겉모습만 봤을 때 매우 대표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혼자 먼 길 오시는 건 좀 그래서
역시나 유럽은 가본 적 없는 이모도 함께,
내 프라하 체류 끝나기 열흘 정도 전에
프라하로 오시라고 했다.
아마 어른들과 여행을 해 본 사람들은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이미 이 여행의 고된 과정과 슬픈 결말을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 혼자 그 모든 결정을 하고,
모든 숙박과 비행기, 기차, 버스 등을 예약하고,
모든 이동 루트를 짜고,
모든 방문 장소를 결정하고,
모든 메뉴를 결정하고,
모든 재무관리를 하고,
모든 언어를 통역하고,
모든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함께 있음에도 혼자일 때보다 더 외로운,
내가 지금까지 했던 가장 힘든 여행이었고,
다시는 그런 여행은 기획하지 않지 싶다.
아무튼 그런 나의 "불행"과 상관없이
어른들은 내 예상대로,
그들의 첫 유럽 국가이자 첫 유럽 도시인
체코와 프라하를 무척 맘에 들어 하셨다.
2020년 2월 우리가 체코에 있는 동안에
한국 상황을 포털 뉴스로 접하긴 했지만,
다행히 유럽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없었고,
오히려 안전한 곳에 있다 온 우리는
한국 상황을 더 걱정했는데,
2월 중순 우리가 체코에서 귀국한 후
몇 주 후인 3월 초중반에
체코 인터넷 뉴스에서
이탈리아 다녀온 미국인, 체코인 중에서
체코 첫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들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곧이어 3월에는
WHO에서 Pandemic 상황임을 선포했고,
1년이 지난 현재에도
역시 팬데믹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팬데믹이 끝나도,
예전처럼 여행하기는 어려울 테니,
아마 앞으로도 몇 년 동안
이때 프라하가 나의 마지막 유럽여행 또는
마지막 해외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누군가는
조만간 여행을 다시 시작하게 될 거고,
지금도 그 여행을 꿈꾸고 계획하고 있을 거다.
내가 7년 만에 프라하에 갔을 때,
겉모습이든 시스템이든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팬데믹 종식 이후에
딱히
체코나 프라하 자체가 달라질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이제 이 매거진에서는
가끔씩 추억이 생각날 때마다,
그때 내가 아는 체코와 프라하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조금씩 나눠볼까 한다.
직업상 쉽게 버릴 수 없는,
이전 포스트와 이번 포스트의 아는 척은
그 소박한(?) 전주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