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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Dec 29. 2021

2021년 하이라이트 + 목표 재점검

그리고 2022년을 위한 다짐


후아... 벌써 2021년도  지나가고 2022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전파력이 어마무시한  다른 변이체가 돌연히 생겨나는 바람에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는 아예 연말연시 모임 자체를 막아버리는 강수를 뒀다. 운동을   있는 체육관이나 피트니스 센터, 댄스 클럽까지  닫아버리는 강경한 조치로 많은 이들이 분노를 금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다가오는 2022년의 발음이 twenty-twenty too 발음된다(역주: 2020년도의 반복) (meme)들이 돌아다닐 때마다 아직도 우리가 여전히 코로나 시대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상기되어 웃프기도, 좌절하기도 하는 요즘이다.


폭발적인 트윗에서 발발한 밈(meme): https://twitter.com/tunggalp/status/1472053195471917057 via Schitt's Creek




2020년은 몸과 정신 건강에 집중하며 일적으로도 평탄한 해였다면, 2021년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들쑥날쑥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이 들어왔고, 그런 프로젝트들로 인해 1인 기업으로써의 회사 규모가 커져 법인을 출자해야 할 시기도 앞당겨졌다는 점은 고무할 만하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연말로 갈수록 일거리가 줄어드는 바람에 심적으로 괴로운 연말을 보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가 작년 이맘때쯤 쓴 글인 <2020년을 돌아보며, 2021년을 계획하다>에서는 2021년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었다.


- 밴쿠버에서 이름을 날리는 패키징 디자이너가 되는 것

- 더 배우기: 일러스트, 프로 크리에이트, 애프터 이펙트

- 꾸준히 신체와 마음, 감정 관리하기 (요가, 산책, 명상)

- 브런치에 글 쓰기 & 책 내기이다.



2021년을 거의 다 보낸 지금, 이 목표들을 다시 한번 짚어보고, 다음 해에는 어떤 발전을 이루면 좋을지 남겨보고자 한다.


1. 밴쿠버에서 이름을 날리는 아트 디렉터/프로덕션 디자이너 패키징 디자이너가 되는 것


작년 말에는 목표를 좁혀서, 패키징 쪽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2021년이 되고 보니 광고 쪽 아트 디렉션/프로덕션 디자인 쪽으로 일이 많이 들어왔다. 사실 처음에 일을 시작했을 때나 디자인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아트 디렉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차이가 모호했었는데,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 차이점을 알게 되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기회가 주어졌던 한 해이기도 하다. 일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클라이언트 미팅 후 사전 조사 및 컨셉 기획을 하고 나면, 아트 디렉터에게 '비주얼'에 대한 전반적인 임무가 부여된다. 작업마다 차이가 있으나 보통 예산 책정 및 관리, 소품을 포함한 세트 설계 계획 및 바잉, 비주얼 플랜 및 세트장 구성 및 해체 등등 다양한 멀티태스킹이 요구된다.


2021년 5월, 밴쿠버의 한 프로덕션 회사에서 광고 제의가 왔다. 클라이언트는 다름 아닌 <핀터레스트>. 두둥!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줌 미팅을 할 때 많이 긴장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같이 작업하게 되어 아주 뿌듯했던 프로젝트 중에 하나이다. 이 작업은 "Future of Work"이라는 주제 아래, 직원들이 세계 어디서든 핀터레스트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컨셉으로, 핀터레스트를 위해 종사하는 직업군 3개(소프트웨어 엔지니어 Software Engineer, 미니멀 그래픽 디자이너 Minimalistic Graphic Designer, 화려한 예술가 Colourful Artist)를 대표하는 세트장을 각각 만들어야 했다.



화려한 예술가 Colourful Artist를 위한 세트 제작 및 모델 촬영 비하인드 씬 (BTS)


이 작업을 위해 장소 섭외까지 자진해서 도맡아 했는데, 이는 아트 디렉터가 해야 하는 일에 포함이 되어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인스타그램 커넥션을 적극 활용한 케이스로써, 이 프로덕션 회사에 가구 및 장소 렌탈 포함 거의 3억 5천만 원을 호가하는 부가 가치를 창출해낸 덕분에 다음 프로젝트도 같은 회사와 함께 순조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 이 광고는 현재 핀터레스트에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런칭한 웹사이트인 "핀플렉스 (PinFlex: https://www.pinterestcareers.com/pinflex/)"에서 볼 수 있다. 


50초~1분까지 내가 직접 작업한 세트장이 등장한다



이후에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브랜드 VRAI의 웹사이트 및 소셜 미디어를 위한 세트 제작 및 소품 스타일링, 넷플릭스의 유명한 쇼 <리버데일 Riverdale>의 주요 배우 중 한 명인 릴리 라인하트(Lili Reinhart)와의 소셜 미디어 광고 촬영 프로덕션 디자인, 그리고 밴쿠버에서 재즈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캐필라노 대학교(Capilano University)의 광고를 위한 아트 디렉션 및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브랜드 VRAI 웹사이트 & 소셜미디어 세트 제작 및 소품 스타일링


리버데일의 배우 릴리 라인하트와 Affirm 데빗 카드 광고를 위한 소품 제작, 스타일링 및 프로덕션 디자인


캐필라노 대학교 광고 아트 디렉션 & 프로덕션 디자인



이 일은 정말 내게 잘 맞고, 수입도 좋은 편이지만 일이 일정한 간격으로 꾸준히 들어오지 않고 중구난방인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이는 어찌 보면 프리랜서의 숙명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내년에는 나를 대표해주는 에이전시에 소속되거나 아니면 다른 프로덕션 회사들에 내 포트폴리오를 마구 뿌려서라도 최소 7개의 작업은 하고 싶고, 그리고 가능하면 예산이 큰 프로젝트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더욱이 나아가, 넷플릭스와 작업을 하게 되면 꿈만 같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영화 노조 조합(IATSE 891: International Alliance of Theatrical and Stage Employees)에 가입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2. 더 배우기: 일러스트, 프로크리에이트, 애프터 이펙트, 레이저 커팅, 재봉틀 바느질 등


디자인 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고는 있지만 디자인을 늦게 시작한 탓에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고, 날고 기는 디자이너들은 전 세계에 퍼져있기에 나는 끊임없이 내 스킬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래서 졸업 후 온라인 강의도 엄청나게 사들였지만 사실 진도는 얼마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2020년에는 특히 아이패드 앱인 프로크리에이트(Procreate)를 통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주력해서 배우고자 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어느 정도 발전한 흔적이 보이므로 그 목표에 기반하는 소정의 성과를 이뤄낸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 시간이 어려웠던 내겐 '미술'이나 '예술'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잔재해있었고, 완벽할 것 같지 않으면 시작도 안 하는 완벽주의로 인해 그림에 대한 접근이 늘 어려웠는데, 프로크리에이트는 실수를 해도 지울 수 있는 전자식 일러스트레이션이라서 마음이 한결 편한 것이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구매해 둔 "구아슈(Gouache: 불투명한 수채 물감)" 온라인 클래스를 들은 후, 핀터레스트에서 얻은 영감으로 여러 가지 습작을 해 보면서 나의 스타일을 찾아가려고 하는 중인데, 아직까지는 그림자가 없고 형형색색의 플랫(Flat)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든다.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과 더불어 2021년에 들어서는 모션 그래픽을 좀 더 배워보고자 하는 방대한 목표가 있었건만, 결국 포토샵에서 움직이는 깊프(GIF) 정도만 작업하고, 애프터 이펙트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 해에 괄목할 만한 성과는 '굳이 돈과 연결되지 않는 취미 활동'을 많이 시도했다는 것이다. 늘 취미를 가질 때, 투자를 통해 결과물을 얻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압박, 강박관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 계기는 메이커랩스(MakerLabs)라는 스튜디오에 소품 제작 문의를 했다가 Tools For Women's Residency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이었다. 여성 멤버 4명씩 두 달 동안 목공을 포함한 4개의 수업 및 드릴, 톱, 레이저 커팅 & CNC Router 등 여러 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이 원하는 1개의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스튜디오 공간 및 여러 도구들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가입 제안을 받은 후 곧바로 신청을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입 승인이 됐고 두 달 동안 스튜디오를 드나들며 아주 많은 실패와 나름의 성공을 이루었다. 여러 도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레이저 커터. 벡터 그래픽을 이용해 디자인된 2D 이미지를 3D로 기계가 정확히 잘라내는 데서 오는 정직한 희열감 때문이랄까. 그리고 역시 패션에 몸담았던 탓인지 재봉틀로 가방을 만들어 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Tools For Women's Residency 동안 만든 것들



3. 꾸준히 신체와 마음, 감정 관리하기 (요가, 산책, 명상)


단언컨대 이 목표가 제일 잘 안 지켜진 듯하다. 2020년의 목표였던 '마음 챙김(Mindfulness)'를 통해, 내면의 나와 대화하고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2021년에 들어서 또다시 정신이 흐트러지고 만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빼먹기는 하지만) 여전히 집에서 하루 30분 요가를 나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에는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아침 기상 시간 및 하루 식사를 꼼꼼히 기록함으로써 더욱더 자기 관리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자 한다. 또한,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 챙김 및 명상에 주력하고, 하루 하루 일상에 감사하며, 나 자신에게 친절할 것.




4. 브런치에 글 쓰기 & 책 내기


브런치에서 온 2021년 결산을 보니 벌써 브런치에 가입한 지 6년 차가 됐다. 호기심이 많은 탓에 글의 주제가 중구난방이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뭔가 하고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2021년에 브런치에 8개의 글을 썼는데, 2022년에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쓰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돌이켜 보니 의도한 대로 흘러간 것 같지만은 않은 2021년. 삶의 연륜이 조금씩 늘어갈수록, 세상만사는 내가 통제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연말이다. 아주 좋은 날도, 좋지 않은 날도 있었던 이번 해를 보내고, 2022년에는 좋은 날이 더 많아지길. 일하고 싶은,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일이 없어도 나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즐겁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며 자기 관리에 더욱 힘쓰는 내가 되길. 2022년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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