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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Mar 18. 2024

[배움] 사유에 대해 배우다

사유란 본질적으로 생각을 위한 시간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간을 말하는 것일까? 사유는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생각하는 시간을 말한다. 삶은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각자는 완전히 독특한 인생을 경험하기에, 단순히 외부 세계에 대해 배우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결정하기 어렵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스스로의 발걸음으로 그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그것이 바로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믿는다. 사유하는 법에 대한 배움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을 제공한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생각을 하지만, 그 중 자신이 직접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은 그리 많지 않다. 캐나다 퀸스대학의 조던 포팽크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 평균 6200번의 생각을 하며, 1분에 평균 6.5번 생각이 바뀐다. 이 중 6500개의 생각을 모두 자신이 스스로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가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생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서 자신만의 중심을 확립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한 가지 주제에 깊게 몰입하는 것을 힘들어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이러한 본성을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의 방식을 배워야 할까?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으며, 이 말은 후대의 많은 철학자들과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데카르트가 이 깨달음을 갑자기 얻은 것일까, 아니면 깊은 사유를 통해 논리적으로 도달한 결론일까? 만약 그가 단지 산책 중에 이를 깨달았다면, 그의 깨달음은 설득력을 잃고 다른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나의 철학적 주장이 타당하려면 논리적 근거가 필요하다. 철학은 주관적인 옳음을 넘어, 객관적으로도 타당한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사유 방식은 바로 이러한 점에 있다. 데카르트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러한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철학적 사유이며, 객관적 진리를 향한 여정이다.


데카르트의 생각과 말이 무조건 옳을까? 철학과 과학은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매력 넘치는 학문이다. 아무리 영향력 있고 유명한 사람의 말과 이론이라 할지라도, 이는 반박되고 수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인류는 진리의 존재를 믿으며, 우리는 그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따라서 철학적 사유를 할 때는 정답을 찾기보다는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현재로서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방식이 객관적 진실을 탐색하는 데 가장 유용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논리적 사고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비논리적 사고의 메커니즘과 예시를 검토하는 것이 유익하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는 평범한 직장인을 생각해 보자. 가장 간단한 결정 방법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만약 주변 10명 중 다수가 특정 주식에 투자하라고 한다면, 그 의견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큰 헛점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은 이성적 사고보다는 단지 시류를 따르는 행위에 가깝다. 그 사람들 또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결론을 내린 것일 수 있는데,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는 우리가 알 방법이 없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의존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비논리적 사고의 한 예이다.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생각의 방식에 관한 것이며, 다수의 동조와는 별개이다. 객관적 진실이란, 많은 사람이 믿느냐와는 무관하게 그것이 사실인지를 따져보는 것과 관련이 깊다. 객관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에는 논리적 사고 방식이 필수적이며, 이 방식들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가장 친숙한 방식으로는 연역적 추론과 귀납적 추론이 있다.


연역적 추론 방식은 세 단계 논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죽는다” → “나는 사람이다” → “그러므로 나는 죽는다”의 논리적 흐름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러한 사고 방식은 이미 알려진 사실에서 출발하여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이 참이라면 결과적으로 결론 또한 참이라고 결론짓는 것이다. 다른 접근법으로는 귀납적 추론이 있다. 이는 관찰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A는 죽는다” → “B는 죽는다” → “따라서 모든 사람은 죽는다”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주어진 사례들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귀납적 추론이라고 불린다.


연습 삼아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결론을 논리적 방식으로 도출해보자. 이를 위해 3단 논법을 사용할 수 있다.

1. 문제에는 정답이 존재한다.

2. 나의 삶은 누군가가 설정한 문제가 아니다.

3. 따라서 나의 삶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유를 통해 우리는 삶에 정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주변 사람들의 공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나만의 논리적 사고 과정을 통해 도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우리 모두 불완전하기에 우리의 논리적 사고 또한 불완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통해 우리의 사고를 보완하고 더 합리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타인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추가하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순서를 바꾸어 자신의 논리적 사고를 먼저 정립하고 그 후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개인적인 사고의 길을 발견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가 보완해야 할 것은 결론의 정확성이 아니라 사고 과정의 미흡함이다.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더 정확한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류가 고안해낸 또 다른 진리에 접근하는 사고 방식은 ‘완벽한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이 사고 방식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더욱 근접한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자극한다. 만약 우리가 어떤 것을 100% 진실이라고 확신한다면, 그 순간부터 발전은 멈추게 될 것이다. 나의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절대적 진리를 알지 못하며, 현재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중에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철학적 사유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며, 우리가 발견하고 결론을 내린 것들은 새로운 철학적 사유를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두렵고 무서울 수 있지만, 틀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바로 나만의 인생 철학을 견고하게 다져 나가는 방법이다.


철학, 사유, 논리, 이성과 같은 말들이 복잡하게 들릴 수 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위대한 철학자와 과학자들도 우리가 하는 사고 방식과 동일한 방식을 따랐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들과 우리가 같은 인간이며 내 인생을 나만큼 잘 아는 이가 없기 때문에 내 인생에 대한 나만의 결론과 철학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대하게 여겨지는 이들도 수없이 많이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가 자주 틀리는 것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나는 나의 인생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그에 따라 살아가되, 지속적으로 그 철학을 수정해 나가는 삶을 추구하고자 한다.


철학적 사유는 좁게 보면 특정 철학적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지만, 넓게 보면 인생에 대한 개인적인 결론을 논리적으로 도출하고, 그것을 살아보면서 수정해 나가는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큰 관점에서의 철학적 사유를 실천하기 위해선, 먼저 작은 관점에서의 철학적 사유를 시도하는 것이 유익하다. 따라서 작은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보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1) :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0105/1047847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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