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웅사이다 Mar 26. 2024

이럴 때는 저러고 싶다

나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기계라고 하면 자동차나 로봇과 같은 실제로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4년의 과정 동안 기계를 만드는 방법보다는 기계의 근본 원리가 되면 역학이나 이론을 배웠다. 이론 수업을 들을 때면, ‘이걸 배워서 무엇을 만들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퉁명스러웠다. 기계공학과라면 기계를 만들어야지 이렇게 앉아서 수식만 쓰고 계산하고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생긴다. 실제로 4학년 때, 졸업작품으로 기계를 만들어야 했는데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 현재 나는 ChatGPT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ChatGPT를 활용하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여러 주제에 대해 대화할 수도 있고, 전문지식을 물어볼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기술을 활용하다 보면, 이 기술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진다. 단지 기술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대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이론을 배울 때는 실제 활용하는 법을 알고 싶고, 실제 활용하다 보면 근본 원리를 알고 싶은 마음을 깨닫는다. 이럴 때는 저러고 싶고, 저럴 때는 이러고 싶은 마음은 상념이다.


이론을 배울 때는 이론을 즐겁게 배우고, 활용할 때는 활용의 재미를 느끼면 참 좋겠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원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마음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다시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답답해할 것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의 기본 작동 원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밥을 먹을 때는 커피를 마시고 싶고, 커피를 마실 때는 걷고 싶으며, 걸을 때는 앉아서 쉬고 싶고, 앉아서 쉴 때는 밥을 먹고 싶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것은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나의 과거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대학교 때가 아니었으면 4대 역학 (열역학, 동역학, 고체역학, 유체역학)을 배울 수 있었을까 싶다. ChatGPT의 근본 원리가 궁금해질 때면, 나는 그 근본 원리는 잘 몰라도 많은 기계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학교 시절에는 교수님들의 수업이 참 재미없고 힘들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안 좋은 학점을 주셨던 교수님들이 이제는 밉지 않고, 그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더 감사함을 느낀다. 별거 아니지만, 마음속의 상념의 구름이 걷히는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쉬고 있는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