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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Apr 01. 2024

[에필로그] 인생에 완성은 없다

훌륭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솔직해야 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 글을 쓸 때 자주 자신을 속이려 했다. 철학에 대해서 뭐라고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려는 욕망을 느끼기도 했고, 좀 더 수려한 문장을 쓰려고 집착하기도 했다. 자신만의 철학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쓰고 있었지만, 나는 정작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나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 두려웠고, 글을 쓰면서 누군가 허점을 찾아낼까 싶어 전전긍긍했다. 또한 책을 하나의 제품이라고 생각해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집착하기도 했다.


문득, 우리가 위대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 이러지 않았을까 싶었다. 인류 공동의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교수님이 이 논문을 어떻게 생각하실까 고민할 사람들이 생각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책을 쓴 사람의 인생이 엉망진창일 수 있으며, 엉망진창인 글을 쓴 사람이 오히려 자신만의 삶을 잘 살아갈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평범한 사람들 중에 한 명이라는 것을 이 글을 쓰는 와중에 깨달았다. 자신이 말하는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 말이다.


나는 나름 내 삶에 대해 확고한 관점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잘 다듬어진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않으며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쓰는 과정은 나의 환상을 깨트렸다. 철학과 과학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별로 없으며, 내 인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글을 쓸 때마다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어떤 면에서는 참으로 잔혹한 과정인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 글을 쓰는 속도가 줄어들고, 글을 쓰는 재미가 떨어졌다. 슬럼프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나도 잘 모르는 대상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몸이 아팠던 몇 주가 지나간 이후였다. 어떤 것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커피와 빵을 먹으면 속이 안 좋아져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이런 증상은 몇 주 동안 지속이 되었고, 먹는다는 단순한 행위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침 일찍 러닝을 시작했다. 원래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해서 회사의 중요한 회의에도 종종 늦곤 했었다. 하지만 몸이 아프니 새벽에 벌떡 일어났다. 새벽에 나가서 운동을 하다 보면, 운동을 열심히 하는 많은 사람을 보게 된다. 특히 노인 분들이 부지런히 운동하시는 것을 보았는데, 그 광경이 감명 깊었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신체를 가진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와 상관없이, 현재 부자이거나 커리어적으로 뛰어난지의 여부를 떠나서, 신체를 가진 모든 인간은 움직여야 한다. 비록 운동하는 장소가 공원이냐 호텔 헬스장이냐는 다를 수 있어도, 모든 인간은 움직여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이 단순한 사실을 통해 특별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줄어들었다. 나도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 자녀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새벽마다 운동을 나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스스로에게 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철학이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말이다. 어쩌면 무엇인가를 온전히 알게 되는 것이 우리가 정신을 가지게 된 목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단지 내가 아는 것은 몸과 마찬가지로 정신도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세상에서 인정하는 사람이더라도 여전히 정신적 운동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작가라도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과 독서가 필요하다. 자신의 인생과 철학에 대해서 생각해보며, 다양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훌륭한 운동이다. 이 운동을 통해 우리는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신체에 완성은 없듯이, 정신에도 완성은 없고, 내 인생 또한 언제나 미완성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세상과 떨어져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유의 공간'을 스스로 선택해서 만들 수도 있고, 딱히 생각은 없었는데 어떤 계기로 인해 사유하게 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사유의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해주면 참 기쁠 것이다. 나는 사유의 공간을 참 좋아한다. 당신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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