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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Sep 30. 2024

틈과 틈

모든 것이 있을 때가 있었어요.

내 삶에 빈틈이 없었죠.

모든 공간은 빛으로 채워졌어요.

빛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어요.


시간이 조금 흐르니,

집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에 차츰 많은 것이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어요.


삶의 틈과 틈이

거대한 협곡을 만들어냈어요.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많아지더군요.


협곡을 걸어 다니며,

처음으로 이곳은 어떻게 채워질까

상상이라는 것을 했어요.


빈 공터 위에서

어떤 집에 지어질까

기대해 보는 마음 말이에요.


틈과 틈이 만들어낸

이 계곡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마음껏 상상할 수 있었어요.

내 마음에서 나온 빛이

다시 모든 것을 채우기 시작했어요.

전혀 새로운 것이 공간을 채웠어요.


그렇게 나는 협곡을 잊어버렸어요.

나는 나의 사랑을 잃어버렸어요.

내가 비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채워졌기 때문에

잃어버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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