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처럼 분산(Decentralized)된 개념은 중앙집권화(Centralized)된 컨텐트와 트래픽으로 돈을 버는 네이버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의 모델과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을 실리콘밸리에서도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이 트래픽과 데이터로 수익을 내는 회사들은 블록체인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거의 모든 테크 분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오히려 IBM, 마이크로소프트, JP 모건과 같이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수익 모델을 가진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토큰-프로토콜 모델이나 분산 데이터베이스 (Distributed Database)와 같은 개념들이 http나 독점적인 데이터베이스로 성장해 온 위의 회사들에게 잠재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업계 강자들이 그들의 현재 수익모델에 영향없이 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투자하는 회사들 중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아이디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1990년대에 인터넷이 처음 시작된 후, 대중화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처럼 블록체인이 대중화되고 검증된 수익모델을 만드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아래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 곡선은 시간이 지남에 따른 신기술의 관심도를 나타낸 것으로 시장이 아직 초기임에도 관심도가 극에 달하는 거품기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거품기가 지나며 시장의 관심이 사그러들고난 후에야 본격적인 시장규모 확충을 기대할 수 있다. (설명은 라퓨타님의 브런치에서)
지금 바로 블록체인이 거품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테크업계가 새로운 것에 갈증이 많더라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투자를 할 여유는 많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블록체인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대략 2년 전에 확장의 한계점에 이르렀고, 이로인해 거래 승인 시간과 비용이 확연히 올라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분산된 거버넌스로 인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또 비트코인 뒤의 기술적, 경제적인 설계가 다소 명확하지 않다는 의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도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개념 자체는 정말 혁신적이지만, 비트코인은 하나의 초기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결국은 다른 것으로 대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더리움도 좋은 후보고, Ripple과 같이 금융기관들과 함께 함께 접근하는 방식도 미래가 밝아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가상화폐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 온 예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프로토콜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것은 분명히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큰 시장에서 이를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우려가 있다. 실 생활 중 우리는 신용카드, 여권, 신분증 등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은행, 동사무소와 같은 곳에 가서 재발급을 받을 수 있는데, 개인이 Key를 관리하게 하는 현재의 블록체인 모델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개인의 의료기록을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하고 필요할 때 병원이나 의사들이 열어볼 수 있게끔 Key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도 볼 수 있었는데, 이 역시 위와 같은 문제가 있다.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 같은가? 만약 내가 교통사고로 혼수 상태에 빠져 있는데, 내 가족 아무도 의료기록의 Key를 모른다고 생각해보면 끔찍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이와 유사한 문제들을 갖고 있다. IBM Fabric, LoopChain이나 R3 Corda와 같은 서비스들이 어느 정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 치명적인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기 전까지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결국 완벽하지 않은 인간인, 사용자들이 범하는 실수를 완충하기 위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실수가 아니라 복구할 수 없는 악몽과 같은 실수가 될 수 있기에 아직은 대중화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미래는 밝다. 특히 가상화폐는 이용한 아이디어들은 정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Initial Coin Offering
기업공개를 의미하는 Initial Public Offering (IPO)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빡빡한 금융당국의 규제없이 기업공개를 한다는 개념이다. 당연히 실제 증권을 발행할 필요도 없고, 중간의 주식거래소와 증권 거래 프로그램(=수수료 없이)와 규제없이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 분명히 어떤 형태로는 이를 추적하고 규제하기 위한 노력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블록체인의 구조상 한계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은행이 없는 개발도상국에 은행을!
이론적으로 크립토커런시로 우리가 생각하는 물리적 은행이나 창구가 없어도 기본적인 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은행의 대출이나 다른 업무들은 성격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차치해두자) 스마트폰 하나로 송금/저축과 같은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은행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개발도상국의 시골 지역에서는 이런 것들이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 적어도 2만원 송금하려고 몇시간 떨어진 은행으로 갈 필요는 없어질테니.
블록체인의 성장과 함께 전통적으로 수익을 내던 사업모델을 뒤집는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다. 블록체인이 사용자들에게 주는 잠재적인 이익이 결과적으로 그들의 현재 비지니스 모델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것이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이유이며, 동시에 대기업들이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분이 블록체인을 통해 바라보는 미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