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Sep 10. 2019

꼴보기가 싫다.

아빠가 죽었다.

아빠가 돌아가셨다.

일요일 오전에 응급실을 두 차례나 들렀는데 진통제만 처방 받고 상급 병원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쫓겨나듯이 나와 근처 대학병원을 갔다.

가는 택시 안에서 아빠는 악악 소리를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미울 때가 종종 있지만 그래도 우리 아빠라,

아빠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마음이 요동쳤다. 


두 차례나 들렀던 집 근처 응급실에서 의사가 상급 병원으로 가 혈액 검사를 하라고했다.

대학 병원에 도착해서 혈액 검사를 얘기하니, 의사가 미간에 인상을 쓰며 척추 관련 증상 처방 받은 적이 있냐고 물었다. 아빠가 있다고 대답하기가 무섭게 그러면 혈액 검사는 필요 없다며 귀찮다는 듯이 떠났다.


진통제를 또 맞았다.


아빠는 진통제를 맞고도 너무 아파했고, 나는 다급하게 다른 의사를 찾아 혈액 검사 이야기를 또 했다. 다른 의사는 아까 왔던 의사와 같이 왔다. 아까 그 의사는 혈액 검사가 필요 없다며 역시나 미간에 인상을 쓴 채로 왜 그러냐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더 쎈 진통제만 맞고 귀가하라는 소리를 들었고, 다행히 마약 성분이 있다는 그 진통제 덕에 아빠는 덜 아파했다. 진통제 때문인지 어지러워하는 아빠를 택시에 태워 집에 도착했다.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집 앞 카페에 일을 하러 나가려다가 아빠를 흔들어 깨웠다.


 아빠, 나 요 앞 카페에 일하러 나가. 너무 아프면 전화해.


저녁 19시 30분. 우리 아빠는 심정지가 왔고 119가 오는 동안 내가 서툰 솜씨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밤 21시 31분. 아침에 두 번이나 들렀던 그 응급실에서 우리 아빠는 사망했다.

사인은 미상이었고 덕분에 장례식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나와 엄마는 형사님을 만나 조서를 썼다. 

병원에서 사람이 죽고 그 사인이 미상이면 경찰에게 연락이 간다는 걸 난생 처음 알았다.

사인이 미상이면 부검이 필수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부검의 말이, 우리 아빠는 배 안에서 대동맥이 파열되서 죽은 거란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 혈관이 터지는 동안 아빠는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




꼴도 보기 싫다.

아빠가 아팠는데 그 와중에 일하겠다고 카페를 나간 나 자신도,

카페가서 했던 이 파티 일도,

아빠가 혈액 검사를 이야기했을 때 귀찮아한 그 의사들도.

너무 밉고 밉고 밉고 또 밉다.

속에서 감당 못할 정도의 감정이 들끓는다.



다시는 이 일을 하지 않을거다.

절대로 이 길을 다시 걷지 않을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괜찮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