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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 Oct 26. 2019

르완다, 아프리카와의 첫만남

르완다 1


긴 여정이었다. 인천에서 도하까지 11시간, 도하에서 3시간 대기 후 환승하여 다시 키갈리까지 8시간, 총 22시간. 키갈리 도착 전 우간다의 엔테베에서도 한 시간 대기했다. 내가 경험한 최장 비행시간이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지구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지구 반대편까지의 약 스무 시간은 감사하게도 짧은 시간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엔테베를 경유할 때 하늘에서 아프리카의 풍경을 처음 보았다. 바다처럼 큰 빅토리아 호수의 장관이다. 드디어 키갈리에 도착했을 땐 더할 나위 없이 청명한 날씨였다. 미세먼지가 전혀 없는 키갈리의 푸른 하늘과 아기자기한 주변 풍경은 산뜻하고 예뻤다. 듣자하니 내가 도착하기 직전에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오후 3시가 넘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고 한다. 지금 르완다는 우기에서 소건기로 접어드는 시기여서 며칠에 한번씩 비가 온다고 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15분 정도의 짧은 거리다. 거리는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강풍 때문에 가로수가 쓰러져 있었고 그걸 정리하기 위해 차량 몇 대가 출동해 있었다. 이런 일이 생기면 금방 정리한다고 한다. 국가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천여 개의 언덕이 있는 나라, 르완다. 수도인 키갈리도 평지가 아닌 구릉지대다. 우리로 치면 야산마다 계단식으로 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산과 언덕에 주거지가 자리잡다보니 키갈리는 한 마디로 푸르른 도시였다. 집과 집 사이에 숲과 나무도 간간이 보이고 새 소리도 도처에 들린다. 다만 집이 많이 들어서면서 나무를 많이 베어내어 산사태 등의 위험도 생겨났다 한다. 


르완다의 중심부는 이렇게 대부분 고산지대다. 이 고산지대를 둘러싼 주변부는 다른 생태계를 지니고 있다. 전 국토의 20퍼센트에 달하는 주변부는 국립공원으로 보호된다. 북서쪽은 화산지대로 볼케이노 국립공원이 있다. 마운틴 고릴라 서식지로 유명하며, 4500미터의 르완다 최고봉 키리심비가 여기 있다. 적도 부근이라 만년설은 없는데 우기 때만 가끔 눈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만년설을 보려면 해발 6천 미터급의 아프리카 최고봉,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로 가야 한다. 


르완다 서쪽으로는 광대한 키부 호수가 있고, 동쪽 사바나 지대에는 이케게라 국립공원이 있다. 야생동물 사파리를 하는 곳인데 육식동물은 멸종되어 초식동물 위주의 사파리라 한다. 르완다의 남서쪽, 아프리카 최대의 열대 우림지역에는 늉웨 국립공원이 있다. 


르완다의 첫인상은 내가 생각한 아프리카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아니었다. 적도 부근이지만 해발 1500미터의 고산지대라 연중 20도의 선선한 날씨, 수도라기보다는 시골 느낌이 나고 거리가 깨끗하다. 지구가 얼마나 넓은지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프리카는 다양한 기후와 생태를 가진 곳이었고 하나의 획일적인 이미지로 정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유럽은 처음 방문하는 도시도 어느 정도 친밀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학교에서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해 꽤 상세히 배우고 그곳에서 탄생한 문학과 예술을 꾸준히 접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역사와 직접적으로 이어진 끈이 없는 곳이라 해도 유럽은 우리와 아주 동떨어진 곳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르완다는 달랐다. 아프리카는 인류의 어머니 루시가 발견된 곳이고, 모든 인류의 조상이 살았던 곳이지만, 우리 역사와 구체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은 없다. 그래서 처음 키갈리 시내를 걸을 때는 마치 내가 스타워즈에 나오는 외계의 한 행성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늘고 길쭉한 팔다리를 지닌,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과 조금 흡사한 체구의 사람들, 그들의 검은 얼굴도 처음엔 몹시 낯설었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머나먼 어떤 행성에 도착한 느낌이 르완다에서 보낸 첫날의 느낌이었다. 


화창한 봄날씨가 이곳이 지구임을 실감케 해주었다. 며칠 지나자 키갈리가 퍽 친숙해졌다. 포장이 되지 않은 흙길은 어릴 적 골목길을 연상케 했고, 사람들도 다정했다. 여기엔 일반 택시는 잘 없고 오토바이가 주로 택시처럼 운행된다. 가까운 곳으로 이동할 때면 오토바이를 타는데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도 없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검은 얼굴들이 점점 한국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오면서 키갈리에서의 나날 또한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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