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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 Aug 21. 2019

제노사이드의 종식, 폴 카가메의 제3의 길

르완다 5


르완다의 제노사이드를 종식시킨 건 투치 출신의 현 대통령 폴 카가메의 군대(르완다애국전선)였다. 서방세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프랑스는 학살자인 후투족 편에 무기를 지급했다. 르완다가 현재 불어 대신 영어를 강조하는 건 이 때문이다. 폴 카가메는 말한다. “그들이 불어의 영향력을 지키고 싶었다면 사람을 죽이는 일에 협조하지 말았어야죠.”


학살 주동자가 옆나라 콩고로 도망갔을 때는 난민을 돕는다면서 유럽의  많은 원조물자가 학살자들의 배를 불리는데 이용되는 어이 없는 일도 있었다. 이들 후투족 학살자들은 콩고 국경지대에서 머물면서 또다른 내전의 불씨를 키우고 같은 후투족인 콩고 정부가 그들을 지원한다. 그러자 카가메는 용감하게도 콩고와의 전쟁을 택하고 결국 콩고 정부가 실각한다.


유엔 등 누구도 손 쓸 수 없었던 난민촌을 해산한 것도 카가메의 군대였다. 이때 민간인이 최대 8000명 가량 희생되는데, 카가메는 이를 솔직히 시인했다. 그리고 인명 피해가 난 건 명백히 잘못된 일이었지만, 난민촌을 내버려두었더라면 수만 명이 희생되었을 거라 답한다. (르완다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데, 오랜 시간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내일 우리가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가 도움이 되었다.)


르완다를 성공적으로 장악한 카가메는 가해자들에 대해 복수도 망각도 아닌 제3의 길을 택한다. 학살 명령을 내린 책임자는 강력하게 처벌하되, 단순 가담한 농민들은 전통적인 마을법정 ‘가차차’를 열어 용서를 구하면 노동이나 가축으로 이웃에게 보상하게 하는 가벼운 처결을 내렸다. 가차차는 르완다 전역에서 열렸다. 나중엔 흐지부지된 면도 있고 완벽하게 작동하진 않았지만, 상처를 극복하려는 시도로서 다른 사회가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건 분명하다.


@2019


키갈리 시내의 밀 콜린스 호텔. 당시 실화를 다룬 영화 ‘호텔 르완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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