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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개복치 Sep 07. 2017

세상의 끝엔 막사국과 바다뿐이었다.

[남이사 세계여행] 남는건 이야기 그리고 사진들 - 포르투갈 호카곶

세상의 끝엔 막사국과 바다뿐이었다

'땅의 끝', 지극히 인간중심적이다. 두 발을 딛고 사는 인간에게 땅의 끝은 언제나 흥미로운 곳이다. 이 곳은 로마인들에겐 크게 돌출된 곳이라는 뜻의 'Promontorium Magnum'으로, 포르투갈의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에겐  'Aqui,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여기, 땅이 끝나고 육지가 시작되는 곳)으로, 표현된 곳이었다.


인터넷에 호카곶을 쳐보면 수많은 사진들과 정보들이 있다. 그 곳에 닿기를 그리고 그리던 곳이기에, 이름 뿐만 아니라 바다색깔마저 이미 다녀온 듯 익숙한 곳이라 생각했다. 

한껏 상념에 잡혀 있는데 기다리던 버스가 온다. 

버스 앞에 쓰여진 'Cabo da Roca' 나는 아이처럼 설렜다. 


호카곶에 도착했을 땐 신트라를 거쳐 온터라 장거리 이동과 오랜 걸음으로 지쳐 있었다. 

버스에 내리자 사방이 탁트여 있다. 야트막한 언덕 너머에서 오는 바다 내음이 아니었다면 방향을 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갈길을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빨간 지붕의 등대가 보이고 저 앞으로 거대한 바다가 있다.


'대서양'

여행을 다니며 수많은 바다를 만나보았다.

허나 문득 깨닫고 보니, 대양을 직접 면한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탁트인 전망과 장대한 바다의 기운이 나를 휘감는다.


바다바람을 맞고 서 있는데 주변에서 잔잔한 녹색 물결이 인다.

물결이라기 보단 떨림이라고 해야하나. 처음 보는 작은 풀들이 바위 언덕을 뒤덮고 있다.


'막사국 카르포브로투스'

남아프리카 케이프 지방 부근이 원산인 이 식물이 이 곳에 있다.

케이프라하면 대항해시대에 모두의 염원이 되었던 희망봉 아니던가.

대항해시대를 이끌었던 포르투갈의 땅의 끝, 거친 바위 언덕에서 이 들을 만난 것에 전율을 느꼈다.


땅의 끝, 호카 곶을 알리는 십자가 탑 아래로 막사국이 널리 펼쳐져 있다.

이 곳을 찾는 이들은 바다에 관심을 빼앗긴 채 이 들을 밟고 지나간다.

허나 막사국은 사방팔방에 있었다. 


내가 그 곳에서 찾은 건 땅의 끝도 대양도 아닌

수없이 많아서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막사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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