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 kann dich gut riechen!
Ich kann dich gut riechen!
독일어에는 "나 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라는 말이 있다. 주로 연인이 되기 직전의 관계에서 상대에게 특별한 마음을 전할 때 쓰인다. 우리 사이엔 케미가 있다는 말을 로맨틱하게 전하는 방법인 듯 하다. 심지어 '사랑은 코를 타고 간다(Liebe geht durch die Nase)'라는 말도 존재할 정도이니 냄새가 연인 사이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동생이 작년에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였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은 동생의 티셔츠를 미리 빨아주려고 빨래통을 열었더니 L과 남동생의 흰 티셔츠가 마구 섞여있었다. 그래서 티셔츠를 하나하나씩 집어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익숙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옷은 다시 빨래통에 넣었고 아무 냄새가 안 나는 옷만 빨았더니 딱 그게 남동생의 옷이었다.
좋은 사람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난다.
우리 엄마의 잠옷에서는 엄마 냄새가 난다. 희한하게 세제를 아무리 많이 넣어 빨고 잘 말려도 엄마 옷에 밴 엄마 냄새는 사라지질 않는다. 그 잠옷이 헤져서 버려야 할 때 나는 왠지 서운했다. 엄마 냄새가 제일 많이 나는 옷이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고 해야하나.
20살 때 처음 사귀게 된 남자친구의 집에 놀러갔던 적이 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포근하고 잠 오는 냄새가 났다. 그 애한테서 나는 냄새랑 똑같았다. 그리고 그 애를 만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언제나 나에게서도 똑같은 냄새가 났다. 신기한 것은 그러다가 헤어질 때 쯤 되어서는 그 애한테서 아무 냄새도 안 났다는 사실이다.
냄새에 대해서 짧게라도 뭔가 써보고 싶었던 건 얼마 전 퇴근길에 맡았던 익숙한 냄새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사거리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양념 돼지갈비(?) 냄새가 코로 훅 들어왔다. 찰나에 스쳐갔던 냄새는 나를 불현듯 종로의 어느 골목으로 데려가버렸다. 찐득한 고기냄새가 밴 연기가 폴폴 풍기는 식당들, 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숯불의 열기인지 취기인지 모를 것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돼지갈비는 커녕 한국 식당도 없는 거리였는데 대체 어디서 그런 냄새가 났던 건지는 모르지만(케밥집이 아니었을까?), 다음에 퇴근할 때도 일부러 그 길을 지나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