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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빗 babbit Apr 13. 2023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는 새로운 티비가 놓여져 있었다

다섯째 날, 4월 10일 월요일

한국 여행 다섯째 날.


오늘은 다시 운동을 갈 수 있는 날이다. 그래서 나는 헬스장을 가기로 했고 칼리와 지유는 쿙가와 아차산에 가기로 했다. 아차산은 광진구에 있는 산이라고 하는데 산책하기 굉장히 좋아 보였다. 서울 같은 굉장히 큰 도시의 도심 바로 옆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니… 게다가 한강도 바로 근처에 있다. 광진구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인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언급하게 되는 것 같은데 역시 내가 숙소를 잘 고른 것 같다.


사진 1. 아차산 풍경. (쿙가가 찍은 사진들.)


모두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만들어 먹었다. 밥이 많아 칼리가 김치볶음밥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맛김치에 파와 마늘, 마요네즈 그리고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을 잘라서 넣었더니 정말 맛있는 김치볶음밥이 됐다. 저번에 시장에서 사온 깻잎도 내놓았고 두릅도 손질해서 데치고 초고추장을 만들어 곁들였다. 칼리가 만든 오이무침도 같이 먹으니 굉장히 맛있었다. 모두가 만족하는 점심이었다. 김치볶은밥은 사진으로 보기에는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네 명이 다 못 먹을 양이었다. 이렇게 건강하고 푸짐한 밥상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역시 여행으로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 때는 호텔보다는 에어비앤비가 더 좋은 것 같다. 


사진 2. 푸짐했던 점심 한 상.


쿙가는 내일부터 다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인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야 된다며 먼저 떠났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우리도 나의 부모님 집에서 머무를 예정이니 같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쿙가와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몇 년 사이 거의 독일에서만 만났던 친구를 한국에서 만나니 느낌이 굉장히 새로웠다. 앞으로도 이렇게 한국에서 보게 될 날이 올지 정말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다음에는 내가 집으로 떠났다.  지유는 지금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데 한국 여행을 할 때 연습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워하는 기색이었다. 마침 내가 어렸을 때 쓰던 바이올린이 있어서 빌려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도 볼 겸, 바이올린도 가지러 갈 겸, 부모님 집에 잠깐 들러 하룻밤을 자고 다시 서울에 오기로 했다. 


역에 도착하니 부모님이 마중을 나와 계셨다. 안 본지 거의 삼 년은 됐지만 매주 영상통화를 하다 보니 마치 며칠 전에 본 느낌이 났다. 어머니도 같은 말을 하셨다. 오랜만에 본 고향은 또 어딘가가 달라져 있었다. 중간 중간 못 보던 건물이나 내가 저번에 왔을 땐 짓고 있었던 건물이 다 완공이 돼서 그런지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 났다. 오랜만에 오게 됐다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평생 나고 자란 곳이어서 낯선 느낌은 아니었다. 다시 보게 돼서 매우 반가웠다. 


저녁으로는 집밥을 먹었다. 어머니가 곰취를 사다 놓으셔서 맛있는 쌈장과 함께 곰취를 먹었는데 진짜 밥도둑이었다. 돌아갈 때 몇 개 쟁여서 가져가고 싶은 맛이었다. 어머니가 비지장을 사서 직접 만든 비지찌개도 정말 맛있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게 되면 밖에 나가서 먹는 것보다 집에서 먹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독일에 가기 전에는 보통 맛있는 것을 먹자고 하면 매일 먹는 밥은 지루하니 늘 나가서 먹었었다. 근데 굉장히 오랫동안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면 밖에서 먹는 것보다는 집에서 먹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역시 늘상 먹곤 했던 집밥이 최고인 것 같다. 


사진 3. 어머니가 차려 주신 맛있는 집밥.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사촌동생들이 찾아왔다. 나도 독일에서 가져온 선물들을 줘야 했고 사촌동생들도 나에게 줄 것이 있다고 했다. 선인장이 그려진 잠옷을 선물로 받았는데 밖에 입고 나가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마트에 살 것이 있어서 잠깐 밖에 나가야 했는데 그때 겉옷 아래에 입었더니 어머니도 사촌동생들도 무슨 잠옷을 밖에 입고 나가냐고 한소리를 했다. 사람들이 잠옷인 거 다 알아본다고 한소리를 했지만 귀여우니 상관없었다. 겉옷을 벗어도 당당히 걸을 수 있을 만큼 마음에 들었다. (사진은 나중에 첨부하겠다.)


오랜만에 온 집은 또 낯설었다. 거실의 티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진 4. 바뀐 거실 티비... 정말 낯설다.


시기를 보아하니 내가 저번에 왔을 때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 티비로 바꾼 것 같았다. 부모님은 티비를 바꾼 지 이미 삼 년이 됐다며 별일 아니라고 하는데, 새 티비의 존재를 몰랐던 나는 왠지 모르게 억울했다. 내가 초등학교 삼학 년 때부터 썼던 정든 티비가 떠나서 뭔가 아쉬운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부모님 집에 몇 년 만에 들리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래도 더 자주 집에 돌아올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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