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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Jun 18. 2022

창작과 창작 사이의 마음

근거 없는 자신감


"넌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하냐."


어떤 선배가 내게 했던 말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쳤나보다. 부모님의 대쪽 같은 지지와 지원 덕분이었을까.


물론 이 자신감은 살아오면서 아주 많은 저항을 받아왔다. 능력이나 실력이 좋아서 나온 논리적인 결과물이 아니였으니까 


창작자로써 내 작업이 거절당하는 경험들. 전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험들. 나아갈 일에 확신이 서지 않는 경험들을 통해 자신감은 자주 부서졌고 지금도 부서진다.


반복되는 불만족을 마주하다 보면 너무 짜증이 난다. 왜 뭐가 문제야. 난 뭘 더 해야 했을까.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나는 정말 가식 없이 이야기했는데. 다들 재밌다고 했는데. 저 책은 내가 봤을 때는 별론데 왜이케 잘 되는 거야. 도대체 사람들은 왜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 날 일부러 안 좋아하나. 아우 열받아. 내가 언젠가는 그 어떤 것을 만들고 내고 만다. 근데 다 나만큼 열심히 할걸. 꼴랑 책 세권 내놓고는 뭘 바래. 그냥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야. 창작이 안 맞나 봐.


한참을 그러다 보면 진짜 괴롭거든. 이 괴로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정말 행운인 것은 내 성격이 마음의 괴로운 상태를 잘 못 참는다는 것. 짜증으로 빳빳이 서 있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보니  아 몰라 하며 덮어버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는 '아. 나는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깊은 깨달음이 뒤통수를 가격한다.


그러면 세상 편해진다. 다른 이의 예쁜 작업은 진심으로 예뻐 보이고 내 작업도 다시 봐도 마음에 든다. 난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이렇게 작업했을 거야. 그림도 글도 얼마나 솔직하냐. 멋대가리 없게 짜증은 그만 부리자. 새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지. 그냥 계속하는 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실험해 보고자 하는 생각이 든다.   


진짜 잘났었으면 트럼프 저리 가는 꼰대가 되었을 텐데 이렇게 젊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건 다 내가 창작을 하며 겪는 좌절들 덕분이다. 바깥으로 발산하는 잘난 척을 못해서 좀 섭섭할 때도 많지만 잘나지 않아도 위축되거나 경직되지 않을 때 나는 남들에게는 뽐낼 수 없는 아주 개인적인 나만의 잘남을 느낀다. 그럼 쭈그러들었던 자신감 다시 스스로 쫙쫙 펼수 있다. 암~~ 내 자신감 쉽게 죽지 않아!!! 라이프 고즈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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