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같이 살기로 결심한 이후 집을 구하고 결혼 계획을 알리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거슬리는 것 없이 무난하게 굴러갔었다. 개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함께하고 싶은 개를 만나기까지의 과정 또한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갑자기 개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 품에 안겼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들 사이마다 늘 개와 함께 사는 삶에 대한 생각이 있었고, 어느 시점이 되자 무리 없이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는 편이 맞겠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모셨다’는 문구가 국제캣산업박람회의 캐치프레이즈로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들인다고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 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지갑’, 즉 경제적인 조건이다. 어쨌든 나와 그 둘 다 멀쩡한 성인으로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개 한 마리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의식주를 제공하는 건 가능하리라고 생각됐다.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들이긴 했지만, 한 쪽은 스케쥴 근무자고 한 쪽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규칙적으로 일하는 터라 개가 너무 오래 혼자 있는 일 없이 번갈아 가면서 케어할 수도 있었다. 둘 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 본 경험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지도 인지하고 있었다. 또 인근에 가족들이 살고 있어서 유사시 잠시 부탁할 사람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연인 상태가 아니라, 결혼을 전제로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사정으로 개가 사는 환경이 급격히 달라진다거나 보호자가 바뀐다거나 할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다. 최소 2년 간은 한 집에서 계속 살 계획이었고, 그 집은 도보로 15~20분 사이에 공원이 세 곳이나 있고 동물병원도 가까이에 2곳 이상 있어서 개를 키우기 여러모로 좋았다.
여러 조건들을 두루 고민해 보아도 ‘절대 불가능한 결격사유’가 없었다. 비 오는 날 다친 강아지를 발견했다거나, 봉사활동을 하다가 어떤 강아지에게 한 눈에 꽂혔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이유로 반려동물과의 삶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던데, 우리는 ‘안 될 이유가 없고’, ‘그러고 싶어서’ 강아지와의 삶을 시작했다.
부모, 형제는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가족이 되지만, 배우자와 반려동물은 전적으로 내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가족이다. 바야흐로 인생 2막, 내가 선택한 가족과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반려동물을 이제 막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이것 만큼은 꼭 확인해 보자.
-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데 동의하는가 - 경제적인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가. (의식주, 병원비 등) -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쏟을 수 있는가. -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는가. - 끝까지 책임질 결심이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