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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venlyp Oct 28. 2021

얘들이 자꾸 눈에 밟혀서

보호소도 가정분양도 아닌

개를 기르기로 결심하고 포인핸드 어플을 다운로드 받았다. 


펫샵이 어떤 방법으로 특정한 품종의 어린 강아지를 '공급' 받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펫샵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동네에 있는 펫샵 역시 좁은 전시 공간에서 너무 작고 약해 보이는 강아지들이 비틀비틀 목적 없이 걸어 다니거나, 한 쪽 귀퉁이에  털뭉치처럼 잠들어 있곤 했다.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 때문은 아니더라도 펫샵이 아닌 곳에서 인연을 만나고 싶었다. 


시간만 나면 포인핸드를 들락거렸다. 나중에는 네이버에서도 검색만 하면 지역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유기동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서 수시로 검색도 해봤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이 끌리는 인연이 없었다. 내가 뭐라고 이 눈망울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가 있나. 그래도 모두를 데려갈 수는 없으니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끊임 없는 딜레마의 연속이었다. 


원하는 개의 막연한 그림은 있었다. 나는 4~5개월 정도 된, 이제 어미에게서 독립해도 될 정도 나이의 강아지를 원했다. 딱히 다른 이유는 없었고 어릴 때부터 정을 붙이며 가까워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면 그는 덩치가 큰 개였으면 했다. 그 역시 딱히 다른 이유는 없었고, 본인이 큰 개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두 조건은 양립하기가 쉽지 않았다. 비교적 어린 강아지는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없었고, 몸집을 알 정도로 큰 개는 이미 성견이니까. 부모견의 몸집을 안다면 크게 문제가 아니지만, 유기견은 모견과 함께 구조되는 사례가 아니면 부모견을 알기 어려우니 해결 방법이 묘연했다.


견주 커뮤니티에서 종종 올라오는 가정 출산 자견을 분양하는 분양글도 기웃거렸지만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5~7살 무렵 외할머니와 함께 살 때  할머니댁에서 기르던 요크셔테리어 믹스견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요키는 동네 놀이터에서 주인 없이 돌아 다니던 아이였는데 할머니와 어쩌다 인연이 닿았다.  성격은 좀 까칠해서 어린 나를 귀찮아했지만, 작고 예뻤고 쥐를 잡을 만큼 몸도 날쌨다.


이십 몇년 전에는 중성화에 대한 인식도 없었던 터라 그 요키는 발정이 올 때마다 탈출을 감행했고 임신을 한 채 돌아왔다. 할머니는 요키의 출산을 지켜보고 수유와 이유식을 도왔다. 그리고 강아지들이 눈을 뜨고 귀가 열리고 배가 떠서 걸어다니기 시작하면 장에 나가서 팔았다. 이만원에 팔다가, 밤이 되면 떨이로 오천원에 넘겼다. 


그 강아지들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었을까. 하루 아침에 새끼를 잃은 요키는 좀 쓸쓸해 보였다.그 작은 몸으로 4~5번의 임신과 출산을 거듭하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많이 사랑받았고 주인의 품에서 죽었다. 하지만 그 생애가 행복한 것이었을까, 강아지 공장 번식견의 삶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데에 이르면 해결되지 않는 의문은 남는다.


다행히, 보호소도 가정분양도 아닌 의외의 곳에서 인연을 만났다. 인스타그램을 흘러 다니다가 우연히 게시글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성산의 외진 곳에 있는 밭 한가운데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서로 의지하고 있는 것을 구조해서 임보 중이라는 글이었다. 굶어 죽기 직전에 발견 되어서 엄청 마른 상태였는데 몸무게가 좀처럼 늘지 않는다면서,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좋은 집을 찾아 주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자매견으로 추정되는 두 마리의 강아지는 몸집에 비해 야윈 모습이었지만, 건강하고 발랄해 보였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고, 얼마나 자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형견 정도로 작은 개는 아닐 것 같았다. 일단 팔로우만 해 두고 인스타그램에서 나왔다.


근데 그 이후로 그 게시물 속 강아지들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렸다. 포인핸드에서 보이는 아이들 사진 위로 그 강아지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결국 그와 상의를 한 끝에 임보자분 댁으로 강아지를 보러 가기로 했다. 


인연을 찾고 있다면?

포인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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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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