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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venlyp Oct 28. 2021

내가 개를 키워도 될까?

반려견과 함께하기 위한 조건들

원래 그렇게 되기로 정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개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와 같이 살기로 결심한 이후 집을 구하고 결혼 계획을 알리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거슬리는 것 없이 무난하게 굴러갔었다. 개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함께하고 싶은 개를 만나기까지의 과정 또한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갑자기 개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 품에 안겼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들 사이마다 늘 개와 함께 사는 삶에 대한 생각이 있었고, 어느 시점이 되자 무리 없이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는 편이 맞겠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모셨다’는 문구가 국제캣산업박람회의 캐치프레이즈로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들인다고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 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지갑’, 즉 경제적인 조건이다. 어쨌든 나와 그 둘 다 멀쩡한 성인으로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개 한 마리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의식주를 제공하는 건 가능하리라고 생각됐다.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들이긴 했지만, 한 쪽은 스케쥴 근무자고 한 쪽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규칙적으로 일하는 터라 개가 너무 오래 혼자 있는 일 없이 번갈아 가면서 케어할 수도 있었다. 둘 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 본 경험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지도 인지하고 있었다. 또 인근에 가족들이 살고 있어서 유사시 잠시 부탁할 사람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연인 상태가 아니라, 결혼을 전제로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사정으로 개가 사는 환경이 급격히 달라진다거나 보호자가 바뀐다거나 할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다. 최소 2년 간은 한 집에서 계속 살 계획이었고, 그 집은 도보로 15~20분 사이에 공원이 세 곳이나 있고 동물병원도 가까이에 2곳 이상 있어서 개를 키우기 여러모로 좋았다.


여러 조건들을 두루 고민해 보아도 ‘절대 불가능한 결격사유’가 없었다. 비 오는 날 다친 강아지를 발견했다거나, 봉사활동을 하다가 어떤 강아지에게 한 눈에 꽂혔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이유로 반려동물과의 삶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던데, 우리는 ‘안 될 이유가 없고’, ‘그러고 싶어서’ 강아지와의 삶을 시작했다.


부모, 형제는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가족이 되지만, 배우자와 반려동물은 전적으로 내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가족이다. 바야흐로 인생 2막, 내가 선택한 가족과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반려동물을 이제 막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이것 만큼은 꼭 확인해 보자.

-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데 동의하는가
- 경제적인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가. (의식주, 병원비 등)
-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쏟을 수 있는가.
-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는가.
- 끝까지 책임질 결심이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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