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콘월장금이 Mar 26. 2024

영국 인종차별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

많은 국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인종차별에 대해 말을 하는 여행가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무딘 건지 아니면 인종차별이라는 정의를 남들과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인종차별은 직- 간접적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인데, 그런 적이 거의 없다고 느낀다.

그렇게 7-8년의 해외생활을 했음에도 크게 감정의 변화가 없던 나는 이 영국시골로 온 지 얼마 안 된 뒤부터 인종차별을 느꼈다.


우리가 런던에서 지낸 2년 동안에도 괜찮았던 일이 시골에서는 왜 그런 걸까.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보수적인 부분이 더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 번은 중국인 남편과 버스를 타고 가는 중 뒤에서 들려오는 말들에 기분이 상했다.


"니하오 ~ 니하오 ~ 꺼져버려~ 당장 내려"


마침 다음 정거장에 내리는 순서였던지라 우리는 그렇게 그 말들을 뒤로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한 번이라도 뒤돌아 째려보기라도 할 것을 분쟁을 싫어하는 남편은 그저 한 귀로 듣고 걸음을 옮겨 그들과 멀어질 뿐이었다.


영국인들은 니하오를 다 알고 있는 것일까. 걷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던지고 가는 니하오~

기분이 나빴다. 그렇다면 이 말을 듣는 중국인 당사자는 어떤가 하고 물어보니 그 대답이 더 흥미로웠다.


"니하오라고 사람들이 말하고 지나가는 거 어때?"


"좋은데?"


"에..? 왜..? 저거 인종차별이야."


"왜냐하면 중국 인사말을 알고 인사해 주는 거잖아"


내 기준에서는 니하오는 인종차별의 대명사 같은 것이 아닌가 싶은데 중국인 스스로에게는 반가움의 표시인가보다.


이런 날도 있었다.

버스 뒤와 옆쪽에 타고 있던 젊은 사람들이 니하오로 냐옹 거리면서 조롱하던 일.

더 기분을 상하게 하던건 본인들이 하는 흉내에 웃겨서 자지러지던 모습이다.


최근의 일은 어떤가. 오랜만에 집에서 나와 옆동네에 놀러 갔다가 화장실에 간 남편을 혼자서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저 멀리서 동태눈의 남자가 어슬렁 나를 향해 걸어오길래 쏘리 ~ 하고 자리를 피했더니 좀비처럼 쫓아오던 일.


"쏘리를 홍콩이나 중국어로 뭐라고 해?"


나는 두려움에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갔다.


"뻐킹 루드 XXX "


나의 행동이 무례하다며 욕과 함께 쫓아오던 사람. 나는 서둘러 화장실로 몸을 피하고 남편에게 연락을 취해보려고 했으나 도통 핸드폰의 신호가 잘 안 잡히는 거다.


잠시 몸을 피하고 있다가 나오니 세상은 나 혼자만 놀란 듯 다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맑은 하늘 속 평범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구촌 세상 ~ 마음은 통한다네.라는 생각은 순진한 젊은 날의 희망이었던가. 나에게도 인종차별을 제대로 겪는 날이 올 줄 몰랐지만, 이제는 여행도 워킹홀리데이도 아닌 영국시골 생활의 출발선에 선 사람에게 혹독한 매운맛을 보여주려는 건가보다.


마음 단단히 먹어. 영국시골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삶이 녹록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되는 거잖아.

이전 03화 영국시골살이 그래도 한식은 포기 못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