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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월장금이 Apr 08. 2024

영국 시골에 살아보니 이런 점이 좋더라

의도치 않게 영국시골 생활을 하는 도시를 사랑하는 여자

1. 아침에 화장실 가면 새소리로 정신을 깨운다.


비몽사몽 아침에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다 보면 창문 틈으로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에 기분이 맑아진다.

고요함 속 아름다운 새소리. 런던에 살 때는 차 소리 앰블란스 소리를 더 자주 들었던 거 같은데 마치 숲 속에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

내 정신에 주는 맑은 신호음 같은 것이다.


2. 안전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갔지만 사실, 그런 일은 손에 꼽힐만한 일이고 친절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다. 오늘 내 시선을 어디다 둘 건지, 예민함의 정도의 따라 다르기도 하다.

유럽 내에서 혹 누가 내 휴대폰을 훔쳐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이곳 시설은 아무래도 외국인들이 적어서 그런가 동네 사람들뿐이라 안전한 느낌이 있다. 밖에서 휴대폰을 꺼내 보는 일에 긴장하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



3. 물가가 저렴하다.


처음에 런던에서 이곳 콘월에 처음 왔었을 때 가장 신났던 건 런던 물가대비 약 20-30% 정도 저렴하다는 거였다. 술을 마셔도 부담이 없고 바닷가 마을이니 해산물 요리를 맛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이곳 생활에 적응이 되어서 이제 런던 가면 얼마나 비싸게 느껴질까.


4. 소수의 인간관계 속 튼튼함


신혼인 나에게 문득 이렇게 남편과 하루종일 붙어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무런 외부/ 내부의 방해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요리하고 산책하는 일을 하는 게 어쩌면 행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훗날 서로가 권태로워지는 날이 오더라도 이런 순간을 오롯이 보냈던 날들이 있었음에 감사할 것만 같다.

시골로 이사 온 뒤로 친구도 어느 인간관계도 다 멀게 느껴지지만 하나의 도전 같은 이 시골 생활도 어쩌면 그리 팍팍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



5. 고요하고 조용한


삶에서 소음이 사라진 날들은 어떨까? 오후 4-6시면 문을 다는 가게와 거리에는 소수의 사람들.

아직 그런 순간들을 좋아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나 젊게 느껴지지만 미리 경험해 보는 은퇴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일을 안 하고 빠르게 은퇴하는 일이 좋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동네에 와보니 자기 일 하나 가지고 있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고 삶에 자잘한 활력도 주는 것 같다.

특히, 내가 벌어서 내가 쓰는 그런 재미는 아무래도 일하는 사람에게 꿀 같은 혜택이 아니던가.


/


사실 시선을 바꾸면 내 눈앞에 친절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의도치 않게 영국 시골에 동떨어진 도시를 좋아하는 나지만 여기서도 어찌어찌 살아가지 않겠는가 싶은 거다.


얼마 전, 어느 사람이 그랬다.

본인이 엄마가 말하길,

나쁜 날씨는 없다. 옷만 알맞게 잘 챙겨 입는다면.



/


나는 이 시골에서 잘 살아내 보려고 나름의 준비와 전투태세 같은 걸 세워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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