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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Sep 05. 2018

회사에서 쉬고 싶을 때, 어디로 가나요?

스타벅스를 꿈꾸는 오피스 

'단톡방'이 시끄러웠다. 전 직장 동료들과 모인 메신저에서 어느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었다. 구내식당을 시작으로 회사 이곳저곳을 비추며 사내 문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가 함께 다녔던 회사가 나왔다. 방송에서는 구내식당과 안마의자가 있는 체육관이 최고였다고 칭찬했지만 내가 가장 최고라 여기는 공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독서실. 공식적인 공간은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사람들이 독서실처럼 사용하는 곳이었다. 


9층에는 소파가 놓인 휴게실이 있었다. 공간의 한 벽을 파티션으로 막아두었는데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있었다. 파티션 안 쪽에는 숨은 공간이 있었다. 칸막이 책상과 의자 10 세트 정도를 모아둔 창고였지만 꼭 독서실 같았다. 


당시 나는 사사를 편집했고 집중할 공간이 필요했다. 두꺼운 교정지를 들고 이곳에 와서 일하노라면 자리에서보다 페이지가 빨리 넘어갔다. 이 곳의 정체를 아는 다른 사람도 있었다. 어쩌다 두 세명이서 앉게 되는 날이 있었는데 발걸음이나 기침을 서로 조심했다. 정말 독서실 같은 곳이었다. 



스타벅스를 꿈꾸는 사무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 공간으로서 회사는 달라지고 있다. 예전의 사무실이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일만 하는 '수동적인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사무실에서 업무뿐 아니라 운동, 문화생활까지 즐기는 '능동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런 사무실의 진화를 IT 기업이 이끈다고 말한다. 호텔 로비 같은, 도서관 같은, 심지어 거실 같은 사무실이 인재를 모으고 그들이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아마존에는 '아마존'이라 불리는 인공정원이 있고 에어비앤비에는 가정집 콘셉트의 회의실이 있다. (아침식사도 주나?) 페이스북에는 벽이나 문, 칸막이가 없는 높은 천장 밑 열린 공간에서 함께 근무한다. 내가 아는 어떤 회사는 스타트업 여럿이 입주해 건물을 쓰는데, 공용 라운지에 맥주 탭이 있다.  


이렇게 돈을 들여 회사를 꾸미는 이유는 구성원의 소통에서 혁신이 샘솟음을 알기 때문이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며, 칸막이를 없애고 눈을 마주치며 대화할 때 서로가 가진 전문 분야와 우리가 가진 인프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  


삼성전자, 아마존, 텐센트,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옥을 디자인한 건축회사 NBBJ 로버트 맨킨은 이렇게 말한다. 10년 뒤 사무실의 모습은 '스타벅스와 가까울 것'이라고.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1990년대)는 업무와 삶이 조화되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모바일·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라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가정 양립(work-life balance)보다 일-가정 통합(work-life integration)을 선호합니다. 근무환경도 가정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의 말대로 밀레니얼 세대의 인재를 모셔오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일하는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


회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바쁜 월요일 '오전 러쉬'를 마치고 나서나 한가한 금요일 오후가 되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 쉬엄쉬엄 일하거나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럴 때 사내에 갈 곳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장소를 찾지 못하면 참 아쉽다. 


여러분이 회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쪽잠을 잘만 한 곳, 동료와 큰 소리로 속 풀이를 해도 눈치 보이지 않는 곳, 늘 맛있는 간식이 있는, 그런 곳 말이다. 누군가에겐 가족사진이 보이는 책상 앞이 가장 좋은 공간일지 모르겠다. 다른 얘기로 똑같은 책상을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오밀조밀 꾸밀 줄 아는 사람들도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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