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루

by 이나은


서울에서 마산으로 이사를 한지 곧 만 4년이 된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시아버지에게 2년 정도 일을 배우고 나면 독립해서 서울에 사무실을 낼 수 있다고 약속했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믿음과 상관없이 남편에게는 2년 뒤에는 꼭 서울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니까 변수를 생각해서 마음속으로는 최대 3년까지는 마산에서의 생활을 버티자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남편과의 합의도 나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남편이 하는 전기공사는 입찰을 통해 일거리를 낙찰받는 일은 드물었고 대부분 시아버지의 인맥을 통해 견적서를 작성하고 다른 업체와 경쟁해서 일을 따냈다. 남편은 일을 해 본 뒤에 깨달았다. 서울에 가서 혼자서 전기공사 사무실을 낼 자신이 없다고. 연애시절부터 알아온 남편의 성향으로 영업 수완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하지는 않았다. 서울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남편을 마산에 남겨두고 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서울로 가서 주말부부로 살면 된다. 엄마보다 아빠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주중에 아빠와 떨어져 살게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된다. 모아 놓은 돈이 별로 없는데, 서울의 집값은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올라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서울에 돌아가자고 마지노선을 정했다. TV를 보다가 내가 사랑하는 장소(부암동, 잠수대교 등)가 화면에 나오면 참을 수 없이 서울이 그립다. 해가 진 뒤 강변북로를 달리는 수많은 차들의 빨간 브레이크 등을 보면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 당장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알기에 울컥하기도 한다. 내가 지금 간절하게 그리운 게 서울살이일까 아니면 서울에서 살았던 나의 젊은 시절일까?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하루가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서울로 달려갈 거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일어나 근처의 샌드위치 맛집을 검색하고 걸어서 샌드위치를 먹으러 갈 거다. 걸어가는 동안 길에서 마주하는 식물과 동물들과 눈 맞춤을 한다. 아이스 카페 라떼도 한잔 마신다. 그리고 소격동으로 이동해서 국립현대미술관 관람을 한다. 작품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설렁설렁 이동한다. 워커홀릭인 친구와 저녁을 함께 먹기 위해 친구가 일 하고 있는 상암동으로 찾아간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나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비혼)을 가진 친구에게 질문을 쏟아낸다. 대화 중에 나도 만약 결혼하지 않았다면 친구처럼 방송작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지 가늠해 본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를 친구는 재미없다고 구박한다. 식사 후에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장소를 옮겨 또 차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간다. 자정 무렵 친구와 헤어져 숙소로 돌아와 신속하게 씻는다. 이미 하루가 지나버렸네, 혼자서 보내기에 하루는 너무 짧네 적어도 1박 2일은 혼자 보내는 걸로. 침대에 혼자 눕는다. 내일은 또 뭘 할까, 어딜 갈까, 누굴 만날까, 뭘 먹을까 생각한다. 아, 혼자 영화 봐야겠다. 핸드폰을 보다가 잠이 든다. 중간에 나를 깨우는 사람 없이 숙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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