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혁신학교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105조에 따른 자율학교이다. 학급당 25∼30명, 학년 당 5학급 이내의 작은 학교(농촌형ㆍ도시형ㆍ미래형)로 입시 위주의 획일적이고 구조화된 학교 운영의 교육에서 벗어나 자발성, 창의성, 공공성, 민주성을 살리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핵심공약 중 하나로 시작되었으며,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대구, 울산, 경북의 3곳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지역에서 지정·운영되고 있다(김용기, 2017). 전체 학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초등학교 15.3%, 중학교 14.7%, 고등학교 6.6%로 아직까지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혁신학교 비중이 높지 않다. 교사와 학생 등 학교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혁신학교가 속한 지역사회의 관계자들 모두가 교육혁신의 주체와 대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문화의 형성을 요구한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으로 볼 수 있다(유경훈, 2014).
그런데, 혁신학교는 이제 그동안의 ‘교육형’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학생의 핵심역량을 기르게 돕는 ‘배움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과연 ‘혁신학교’가 입시 위주의 획일적이고 구조화된 학교 운영의 교육에서 벗어났는가? 자발성, 창의성,공공성, 민주성을 살리고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기르고 있는가? 만약 만족스럽지 않다면, 마땅히 그 원인과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혁신학교는 ‘교육행정’ 틀이 아니라 ‘배움’을 돕는 수업과 상담 중심의 배움지원틀로 운영했던가? 아직도 낡은 틀을 벗어나자 못했다면 이제라도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학교 운영 틀을 제안한다.
첫째, 학교장제혁신이다. 수업하는 대표교사(학교장)가 저마다의 배움과정과 배움지기(교사)를 돕는다. 이를 위해 교과교장보직제(공모를 하되, 수업을 하는 교과보직제)를 도입한다.
둘째, 수업운영혁신이다. 행정부장제를 교과(군)부장제로 운영하면서 수업과 평가의 질을 높인다.
셋째, 학급틀의 혁신이다. 현재 학급을 없애고 동아리, 진로 등으로 학생들이 동아리 배움지기(담임)를 모신다.
넷째, 학년틀의 혁신이다. 현재 학년을 없애고 무학년학점제로 맞춤형 배움을 일으킨다.
다섯째, 교사지원혁신이다. 온 교사교실제로 교과+상담(교과,생활,진로,진학)의 배움지원활동 공간을 마련한다.
이런 다양한 제도의 변화를 ‘종합’하여 새로 마련하고 그 방향으로 바꾼 학교의 모습을 ‘참배움학교’라 이름지어 볼 수 있다. 참배움학교에선 무엇보다 학생들의 ‘배움’을 돕는다는 원리 아래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참배움학교에서는 현재까지 초등, 중학교, 고등학교가 ‘과정 평가’로 바뀌는 큰 틀에서 자유학기제와 고교주제학점제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참다운 중등학교 평준화의 속살(내용)을 채우고 중등학교 '제모습찾기(정상화)'가 될 것이다.
예컨대, ‘교육’아닌 ‘배움’으로 본 중학교의 자유학기제를 생각해 보자.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사회를 미리 체험하여 진로탐색을 한다고 했을 때, 학생의 관심사(주제)에 대해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고교학점제를 생각해 보자. 이제까지 논의하고 연구 중인 것은 교과목 학점제에 그친 ‘교육형’이라 할 수 있다. 이것도 학생의 ‘관심사’나 호기심에 바탕한 ‘배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이미 ‘고교 주제학점제’를 제안하고 있지 않은가?
곧 ‘교육과정’에서 ‘배움과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학생들이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바탕에 ‘교육’이 아닌 ‘배움’의 관점과 '주제'(관심사, 호기심) 중심으로 접근할 때 학생의 적성, 소질을 살리는 참배움을 꽃피울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교육형’이 아닌 ‘배움형’으로 실시하는 고교주제학점제 실행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
첫째, 수업 실행 방안이다. 선생님이 늘 계시는 교사(교과)교실에 학생들이 찾아오는 수업을 한다. ‘학점’을 얻거나 따기보다는 스스로 지닌 관심사(주제)를 바탕으로 진로, 진학 등과 연계한 배움을 설계하며 배움과정을 만들어 배움거리(생각, 주제)를 쌓아가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맞춤형 수업 및 상담으로 배움의 기쁨을 맛보고 즐기며 누리게 하는 것이다. 학생 맞춤형 배움으로 학생의 성장 과정을 돕고 기록할 수 있다. 학생들이 더 이상 ‘한 방’의 요행과 불필요한 ‘등급내기’ 경쟁으로 소모적인 수업과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과정평가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
둘째, 평가 방안이다. 읽기, 발표와 토의*토론, 글쓰기의 기본 능력을 갖추도록 ‘수업이 곧 평가’가 되는 과정을 중시하는 온 수행평가로 고교주제학점제를 실시한다. 필요한 경우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고교졸업자격고사 등은 논,구술로 실시한다.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비롯한 교사 역량을 살릴 수 있다. 이제껏 의미 없는 교사 업무로 ‘수업’과 ‘평가’란 교사 전문성의 근본을 방해한 ‘교육 적폐’에서 벗어나 교사 스스로 보람을 느끼며 학생의 배움을 도울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그동안 중등학교가 ‘칸막이’식 수업과 정기 일제고사 평가로 말미암아 본디 지향해야 할 바를 잃고서 배움 현장에 쌓아둔 다음 두 가지 ‘교육 적폐’의 근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도움받은 글과 자료
https://kess.kedi.re.kr/post/6664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