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미래도, 아이도 못 살린다
중3 학생 여러분, 그리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계신 부모님.최근 몇 년 동안 “고교학점제”라는 말은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선택과목이 늘고, 진로에 맞게 수업을 고르고, 학생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따라붙었지요. 그런데 많은 고등학생들은 이렇게 말합니다.“학점제라고 하는데, 정작 배움은 그대로예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그 이유는 학점제 1.0이 정말로 바꿔야 할 질문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그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배움은 어디에 있는가?” 학점제 1.0은 과목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을 실제 배움으로 연결시키는 구조는 거의 건드리지 못했습니다.정기고사 중심 평가 체제, 내신 경쟁, 수능 중심 진학 구조,교사의 수업 자율성 부족, 학생이 자기 배움을 설계할 수 없는 시스템…이 모든 것이 그대로입니다.
그 결과 선택만 늘었지, 배움의 방식·깊이·질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선택은 자유가 아니라 짐이 되었고,학생은 여전히 시험 대비 중심의 교실에 갇혀 있습니다. 부모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아이의 흥미를 살리고 싶지만, 결국은 교과성적(내신) 때문에 안전한 과목을 고르게 됩니다.” “선택이 늘었지만, 아이가 스스로 배우는 구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학점제 1.0은 ‘선택’은 만들었지만 ‘배움의 길’은 만들지 못했습니다.학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배우고 싶은지를 충분히 탐색할 시간도,그 배움을 깊게 펼칠 수 있는 구조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되새겨 볼 일입니다. 뜻은 단순합니다. 배움의 철학을 바꾸지 않으면 학점제는 껍데기에 그칩니다. 배움이 어디에 있고,학생이 어떻게 자기 배움을 설계하고, 교사는 어떤 환경 속에서 수업을 설계할 수 있으며, 학교는 어떤 흐름으로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3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선택 과목 몇 개로 정의될 존재가 아닙니다.여러분은 ‘무엇을 배우고 싶은 사람인가’를 묻고 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길을 열지 못하는 학점제는 반쪽짜리 개혁입니다. 부모님.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선택 과목 숫자가 아니라 배움의 구조입니다.
배움이 시험의 하위 개념에서 벗어나 아이가 자신의 생각·속도·방식으로 배울 수 있을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고교학점제 2.0이 필요한 것입니다. 껍데기가 아니라 배움의 본질을 바꾸는 개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