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판은 과거의 나를 서술하여 직시하였고 2판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통합시키는 과정이다.
어차피 상처받기 이전으로, 그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상처로 내가 장애를 입고 평생 살게 되었더라 해도 본질적인 나는 망가뜨릴 수 없었다고, 회복하였다고 M87에서 선언한다. 그렇게 스스로 나는 내가 만든 세계관 속에서 나를 비호한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죽지 마, 안나”를 되뇌었었다. 되돌리고 싶던 안나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전으로 돌이킬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걷지 않았다. 그런 나를 좀 더 토닥여주고 싶다.
나의 태몽은 아주 높은 산 꼭대기의 큰 호수에 유영하는 작고 아름다운 빛깔의 물고기이다. 호수의 넓이는 크지만 수심은 얕고 정말 깨끗하고 투명한 물에 아주 작고 여러 색의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양손을 모아 물고기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물고기의 춤, 유영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물이 다시 차올라야 한다. 긴 시간 동안 나는 메말라 있고 물이 차오르지 않아 숨을 쉬기 위해 어딘가로 숨어버린 나 자신을 되돌리려 이 글을 다시 쓴다.
태음궁, 태양궁, 상승궁 모두 처녀자리인 나는 처녀자리에 위치한 M87이란 블랙홀이 마치 나의 무의식으로 넘어가기 위한 문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수인과 친구가 시작하는 지점은 M87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