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땅에 무엇을 심으려면 한참을 고르고 골라야 한다.
땅에 박여진 돌덩이들을 고르고 무성한 잡풀을 골라야 한다고 했다.
영양분을 주어야 하고 때로는 쉼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수고롭더라도 그렇게 해야 만한다고 했다.
좋은 땅에 좋은 것들이 난다고 했다.
황무지 같은 허허벌판이라면 시간과 정성을 더 들여야 한다고 했다.
아무것도 나지 않을 것 같던 대지는 그 정성 아래에 새로운 것들을 품는다 했다.
강한 볕이 며칠씩 내리쬘 때에는 물을 담뿍 주어야 한다고 했다.
비가 며칠씩 오고 난 뒤엔 쑥 자라난 잡풀을 뽑아 주어야 하고
태풍이 불면 노심초사 걱정 안은 얼굴로 기도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날이 바뀌길 기다리고 철이 지나길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거두어들이는 날엔 감사한 얼굴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거두어들이고 뿌리기를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땅을 고르고 또 고르고 때로는 쉼을 주면서 잘 지나야 한다고 했다.
삶도 매한가지. 다르지 않노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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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밭을 잘 가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잡풀 무성한 마음을 고르고 또 고르고. 때론 쉼을 주면서 소소한 행복을 거두고
별 일 없이 지난 오늘 하루에 감사하면서
괜찮지 않았던 날들이 어서 지나기를 바라고 흐릿해지기를 바라면서
조금 더 나은 날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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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금씩 가꾸어 가다 보면
누구를 초대하더라도 보기에 정갈한.
좋은 땅 위에 두 발 딛고 서서.
웃음 띤 얼굴로 당신을 맞이할 수 있지 않겠나.
***
좋지 않은 땅을 빌어 농사를 짓는 부모님은 항상 일이 많았다.
손이 너무 아프다고 하면서도 ㅡ
좋지 않은 땅을 일구었다. 좋은 땅은 이미 비싼 값이라, 좋지 않은 땅이라도 빌어먹을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었다. 배운 것 없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땅을 일구는 것 밖엔 없었다.
잡풀을 메었고, 돌을 골랐고, 씨앗을 뿌렸고 또 거두었다. 매 해 같은 일상을 반복하였고 나이가 들어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일을 놓지 못했다.
브로콜리와 비트가. 고춧가루와 깨가. 이번엔 귤이 올라왔다.
태양볕에서의 쉼 없는 시간과 정성을 건네받았다.
당신의 시간이 도착할 때마다 나는 마음이 따갑다.
당신의 시간을 언제까지 받아볼 수 있을까. 도착하지 않으면 어쩌나.
조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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