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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ott Jul 25. 2023

무책임한 인간




누군들 이런 삶을 살고 싶을까.


선택의 순간들에 망설임이 너무 길었거나,

겨를 없이 선택해야 했거나.

무책임하려 했던 건 아닐 거다.

직면한 벽을 뛰어 넘어간다는 생각을 못하고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는

두 갈래의 극단적인 방향만을 볼 수 있는 좁은 시야의 문제였을 거다.

두 눈이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의 한계.

초, 중, 고, 대학까지 학력미달이 아닌 인생교육의 부재.

너른 공간에서 자유롭고, 튼튼한 울타리가 있는 곳에서 자라지 못한 인간의 한계였을 거다.

아이처럼 칭얼대지 말라는 어른스러움을 강요하는 어른의 문제였을 거다.

무엇도 요구하지 못한 염치의 문제였을 거다.

나라는 몸뚱이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감각의 문제였을 거다.

시선이 아름다운 것만을 찾고

좋은 향을 맡으려 하고 좋은 말을 듣고 싶어 하며 좋은 것을 들으려 하며 좋은 것을 먹으려 하는

단순하지만 인간이라면, 생이라면 자극받게 되는 것들의 문제.

밤새 가로등불을 향해 날갯짓하는 날벌레들은 아침이면

등불 아래로 떨어져 있다.




누군들 이런 삶을 살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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