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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06. 2021

스마트폰으로 쓴 브라질 기행기 7

상파울루 2 (그래피티아트,이비라푸에라공원, Se성당,일상 등)



2013.2.21 

상파울루에서는 거리 곳곳에, 더러 건물에도 벽이 있는 곳이면 낙서인지 그림인지, 그려 놓은 것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거리 미술,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다. 특히 외곽지역으론 더 그렇다. 글씨를 써놓기도 했다. 벽화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낙서 같지만, 보다 보면 개성 있는 색감과 디자인으로 도배한 저항성 있는 작품들이다. 전편에 기술했듯이 상파울루 시에서 도시미관 개선 프로젝트로, 건물과 길거리를 도배했던 간판들을 떼내도록 하고, 건물도 같은 모양으로 짓지 않도록 권장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칫 지루해 지기 쉬운 도시의 미관에 색깔을 입힌 것이 벽화를 그리도록 허용한 것이다. 아니 "허용하고"가 아니라, 거리화가들이 스스로 보이는 데마다 작업을 한 것이다. 락카 같은 것으로 작업하고 사라지고, 처음엔 낙서처럼 보기 싫고 더러웠지만, 이제는 다양한 인종이 서로 어울려 사는 상파울루의 색깔을 가장 잘 표현하는 예술이 된 것이다. 길거리 미술가들이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특히 빈민촌에서 어렵게 살던 청소년들이 잘못된 길로 빠질 수도 있는 것을, 이런 작업을 통해 스트레스를 분출하면서, 새로운 길을 가도록 돕는 계기도 됐다고 한다.  또 하나의 색다른 문화를 만든 것이다.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상파울루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다양성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브라질의 문화도 있었기에... 상파울루의 길거리 미술은 이미 도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상파울루는 포르투갈인과 현지인 사이에 태어난 매스티소도 많지만,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다양한 인종(250~300여 인종)이 살고 있는 인구 1300만 명의 거대 도시다. 이들은 각각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고, 특색 있는 색깔이 있다. 우리가 다녀온 시립 시장에서 온갖 종류의 식 재료와 음식을 파는 것도, 찾는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상파울루는 다양성을 표출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곳이었다. 한 가지 색깔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도시, 그게 상파울루다.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색이 깔려있는 도시는 카멜레온으로 보인다. 정체되어 있지 않고, 살아서 움직이는 다양한 색깔로, 다양한 인종의 정체성을 그래로 보여주는 카멜레온!.


브라질에서 한국의 위상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대리점도 많고, 실제로 많이 팔리고 있다. 교민들은 주로 의류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으며, 브라질 의류업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상파울루에서 한인들의 영향력도 크다, 대부분 의류업으로 성공했고, 초창기 이민시절 고생도 많았지만, 고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도와주고 선배로써 헌신적인 분들도 많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다만 최근 들어 브라질의 생활 향상으로 메이커 선호도가 높아지고, 한편으론 중국의 싼 물건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여러 가지 변동사항들이 많다고 한다.  교포 사업가들 중에서도  대형화, 브랜드화 한 사람들도 있으나, 대부분 그렇지 못하고, 변화하는 경제 동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하니, 이국에서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간접적으로라도 느끼게 된다.


봉헤찌로 한인타운에 우리 교포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았다.  종업원은 현지인이 대부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그렇게 악착같이 일하는 편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고 한다. 대한민국을 오늘날의 세계 국가로 이끈 것은 무엇일까... 욕심도 열정도 중요하지만, 해내야 한다는 "간절함"이 아니었을까. 여기에도 한국의 한문화가 서려있다.


(왼쪽은 우리 교민들이 운영하는 옷가게 오른쪽은 상파울루에 있는 한국 교민 옷 가게 거리)


오늘 밤이 지나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우리는 브라질에서의 마지막 날 밤을 기념하기 위해 저녁식사를 특별한 곳에서 하기로 했다. 지인이 소개해주는 가까이에 있는 자그마한 피자집(꽤 유명한 곳이라 한다)으로 향했다. 상파울루에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다. 오래전 이민 온 선조들이 이탈리아 음식으로 성공해, 대를 이어 유명한 이탈리아 음식을 파는 곳이 많다. 분위기도 나폴리에서 먹던 피자가게와 흡사했고, 무명가수가 무슨 곡인진 모르지만, 감미로운 노래를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고 있었고, 몇 안 되는 테이블에는 친구들과 피자와 맥주 한잔 시켜 놓고, 즐거운 모습으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도 피자를 주문한 후, 연주를 감상하며, 잠시나마 예술의 브라질에 공감했다. 피자는 마르게리타와 다른 한 가지를 시켰는데, 역시 맛있었다. 신선하고 풍성한 치즈와 바질의 상큼함이 녹아있는 담백하고 맛있는 충만한 맛! 이탈리아 본토의 맛과 다르지 않았다. 콜라 대신에 갖 짠 오렌지 주스  한 잔으로 목을 축여가며, 늦은 밤! 나는 맛있게 두쪽이나 먹고, 상파울루에서의 마지막 날 밤을 배부름으로 불태웠다. 이번 출장에선 살이 빠진 것이 아니라, 결국 더 나온 배를 품고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망고와 수박 오렌지로 두꺼워진 허리에, 피자로 마지막 점을 찍는다. "에이 한국 가서 다이어트하지 뭐..."


2013.02.22  

오전. 5:35 분  시차에 적응할 만하니, 돌아갈 비행기를 탈 때다. 8 일이란 시간이 너무도 짧다. 이민자의 시간은 짧다고 하는데, 잠시 다녀가는 이방인의 시간은 더 짧지 않겠는가. 아쉬움은 남지만, 꽉 찬 순간이 많았던,  이번 여행은  참 바쁘게 돌아다녔다. 여행은 여행이다. "뭘 해야지"하고 계획을 세울 수도 있지만, 순간들을 만끽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문자로 날아온 카드값 고지서를 보면서 " 아 한국에 돌아갈 때고,  일상이 다시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상쾌한 아침. 브라질 사람들이 이렇게 새벽부터 움직이는 줄 몰랐다. 슈퍼도 7 시에 문 열고 빵집은 6 시에도 문 연다. 어제 먹은 맛있는 바케트 생각이 간절하다. 과일을 많이 먹어서인지 다행히 장은 고맙게도 말을 잘 듣는다. 터키나 스페인 빵이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브라질 바케트도 맛이 좋다. 망고는 식이 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숙성된 단맛도 좋아 열량도 높은 편, 그런 망고를 하루에 몇 개씩 원 없이 먹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는 상파울루에서도 중산층이 사는 곳인데도, 배수처리가 좀 약하다. 싱크대 하수구가 막혀 물이 잘 내려가지 않다. 열심히 뚫어서 조금 나아졌지만, 여기는 원래부터 수압과 배수가 좀 약하다고 한다. 해외 올 때마다 애국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생활의 편리함이 우리나라처럼 잘 되어있는 곳이 또 있을까. 외국 여행 다녀본 사람들은 공감하리라. 아파트 수도꼭지 틀어보라 우렁차게 "쏴" 쏟아지는 물이 어디나 있지 않다. 서울 아리수는 그냥 마셔도 유럽 어느 나라보다 좋은 물인데도, 정작 우린 때때로 그 고마움을 모르는 것 같다. 원래 손안에 든 행복을 모르는 게 사람이다.


아침으로, 구운 빵과 샐러드 (양상추와 피망, 양파를 넣고 레몬과 올리브유 약간의 소금을 혼합하여 소스 만듦.  깔끔하고 맛있었다) 토마토소스 (토마토 껍질 벗긴 것, 약간의 감자,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넣어 뭉근히 졸였는데 역시 맛있다) 빵에 발라먹고, 신선한 오렌지를 껍질만 벗기고 그대로 짜 주스를 만들어 마시니, 아주 좋다.



아침 9:36 분  상파울루에서 제일 큰 녹지공간인 이비라푸에라 공원( Parque Ibiraquera )에 간다. 캐나다 토론토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지은 곳으로, 공원 내 천문대와 미술관도 있는 상파울루 시민들이 사랑하는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우리 숙소와 가까워서 산책 나왔다.  온갖 종류의 나무와 많은 새들이 반기고, 큰 호수가 있어 여러 종류의 조류가 있다.  9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벌써 미술관 앞에 줄지어 있다. 사람들이 땀을 빼면서 운동하다. 공원 일부분을 한 바퀴 도는데, 개들도 주인과 함께 산책을 한다. 나는 다양한 종류의 개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다. 어느 나라나 개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  


Se성당에 들른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 때부터 가톨릭 문화가 발달해, 어디나 성당이 있다. Se 성당은 상파울루 중앙에 있는 대표적 성당이고, 8000명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성당이라고 한다. 성당 주변에 넓은 광장이 있고, 앞으로는 아름다운 열대 나무가 좌우로 높게 서 있어, 웅장하고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이 성당 주변에 노숙자들이 많이 살고 있고, 소매치기도 있어 소지품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가족들과 온 사람들도 많았으나, 상인들과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침인데도 많았다. 성당안에 들어가 보나, 한쪽에선 예배를 드리고,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 사람들도 많았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비라푸에라 공원 내 미술관 앞의 사람들 / 공원내 엄청난 크기의 나무가 브라질임을 실감케 한다

이비라 푸에라 공원내 호수 / Se 성당내에서 촬영하는 모습

공원 안의 큰 나무/ 의자를 보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 상파울루 Se 대성당


점심이 늦었지만, 떠나는 날이라 우리가 접대하기로 한다. 좋은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 시내 유명 백화점 내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Rascal)으로 소개했다. 식당이 고급스럽고 사람도 많아, 한 시간 정도 대기한 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음식은 양호했고 이탈리아에서 먹는 것 못지않게 전통적인 이탈리아 음식이 많았다. 어차피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여기가 브라질인지 이탈리아인지 굳이 생각 안 해도 될 분위기를 즐겼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또 비가 한바탕 쏟아진다. 여긴 매일 이렇게 한 번씩 뿌려주나 보다.



정리한 짐을 싣고 공항으로 간다. 상파울루 과률류스국제공항은 상파울루에서 약 25km 떨어진 과률류스에 있는 공항인데, 가는 길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밀렸다. 물론 이 날만 그랬는진 모르겠다만, 도로가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이라기엔 좁은데도 많고, 곳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상파울루 시내 트래픽도 심하지만, 공항 가는 길은 너무도 복잡했다. 그야말로 안 와본 사람은 모르리라. 상파울루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뒤집을 정도로... 밀리고 좁은 길도 많고, 막혔다. 오토바이만 주차장인양 도로 사이로 경적을 울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이게 국제공항 체면에 말이 되는 일이냐 싶었다. 거의 두 시간이 다돼서 도착했다. 허둥지둥 수속을 하기 위해 뛰어간다. 


지금 찾아보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등 행사를 위해 공항 철도를 건설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취소됐고, 도로를 확장하기 위한 공사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2018년도에 상파울루 메트로 13호 선이 개통되었다고 하니, 다음에 갈 때는 훨씬 원활해진 교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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