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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08. 2021

스마트폰으로 쓴 브라질 기행기 8

기내. 브라질 여행후기.



출발을 기다리면서 브라질 여행에서 느낀 점을 종합해 본다. 열흘 남짓 다녀온 여행으로 브라질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겠냐마는, 있는 동안 전심으로 생활하고 보고 느꼈기에 그 기억을 정리해 본다


1.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 기억에 주로 떠올랐던 브라질은 더운 아마존의 열대우림, 그러니 늘어져 있는 생각도 들었다. 몇 날 며칠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휘황찬란한 삼바축제와 축구에 열광하는 모습이었다. 와서 보니 많이 달랐다. 학교는 7 시에 시작하고, 하루 두 번 학생을 받기도 하고, 대학생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벌어서 공부한다. 오전에는 일하고 오후에 학교로 가는 대학생들 무리가 참 인상적이었다. 자라고 있는 브라질을 볼 수 있었다. 열대 과일이나 농산물은 싼 반면에 공산품 가격이 비교적 비쌌다. 세계의 허파 노릇을 한다는 아마존은 가보지 못했지만, 울창한 삼림이 말해주듯이 여러 종류의 농산물들이 풍부하고, 개발할 가능성도 커 보였다. 


브라질은 철도에 의한 수송이 별로 없다. 내륙운송 수단은 버스나, 트럭이다. 정치, 경제적인 내부적 여러 요인 때문이라 한다. 다니는 동안, "내륙 횡단철도 등을 만들면 개발이나 수송을 넘어 관광 차원으로도 엄청나게 발전할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었다.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모 신문기사에 "삼바 자원' 노린 중국… 南美횡단철도 뚫는다 / 브라질 동서를 가로지르는 6400km 건설 추진"이란 기사(2017년 11월)가 있다. 잠시 다녀간 여행자가 보고 느낀 생각도 그런데, 브라질에서 그런 생각을 안 했을 리 없었다. 물론 중국의 힘을 빌어서라도.  이 공사가 계속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원자재가 풍부한 나라니, 아침의 부지런함이 지속되어,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후에 학교 가는 학생들 인구가 많아 2부제 수업도 한다고 한다 / Vergueiro 대학 캠퍼스            

  


2. 삶을 즐기며, 친절하고 여유가 있었다. 빈부의 격차나, 나라 경제 영향도 크게 받지 않는 것 같았다. 가진 것에 만족하는 소박한 삶을 살면서도, 나은 삶을 향한 꿈도 키워간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기네 제품이나 나라에 대한 자존심이 높다. 바쁘게, 급하게 살지 않는다. 즐기며 좋아하는 일은 과감하게 하고 만다(열정 축구팬 등). 대형매장 매대에서 계산하는데,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얘기하며, 즐겁게 시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생은 즐겁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 사는 것"이란 철학이 바탕된 사람들 같다.


동물을 좋아해서인지 애완견을 많이 키운다. 우리가 있던 곳은 상파울루에서 아주 잘 사는 동네는 아니었는데도, 개를 많이 키우고 있었고, 세분화된 동물 샵, 강아지 리조트까지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가는 곳마다 유기견도 많았는데, 개들이 도망을 다니기보단 사람 주위에서 맴돌았다. 모 동물 프로그램에서 자주 하는 유기견  잡는 프로그램에 익숙한 나로서는 부러웠다. 이유는 딱 하나다. 사람들이 자기들을 괴롭히지 않기 때문에, 비록 주인은 없지만 사람 주변에서 맴도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유기견한테 "저리 가" 하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공원에서 아침운동 중인 사람들

동네 주차장


3. 다양성이 살아 있는 곳, 확장될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었다. 이 넓은 세상에 한 가지도 같은 것은 없다. 더불어 살라고, 동물과 식물도 종류대로 만드셨다고 한다. 이과수 폭포를 걸어 올라갈 때, 붉은 황토흙에서 온갖 종류의 식물이 마음대로 자태를 뽐내며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희귀 새 들과 종류도 다른 도마뱀, 긴 코 너구리, 이름도 모를 아이들이, 사람 사이를 지나다니는 건 물론, 숲 속에서 함께 어울리고 있었다. 쉼 없이 쏟아지는 폭포 물살이 만드는 물안개와 그 사이로 오색 창연 한 무지개, 시리게 파른 하늘과  잠시 쉬어가게 만드는 솜구름 의자들 다양하고 아름다웠다. 제멋대로지만, "나는 무엇이다"가 분명하게 나타나 있는 존재들이고, 함께 하는 모습은 어색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았다. 완벽했다. 그저 한마디로 모든 것이 다 다른 것들이었지만, 자연과 그 속의 사람들은 100%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조화로웠다. 


인간도 분명 자연의 일부인데, 왜 인간에게만 "거리"라는 것이 존재할까?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오로지 하나, " 틀림"이라는 관계로 단정코 자 하는, 인간 본능을 나는"거리 본능"이라 표현하고 싶다. 사람은 나와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가에 따라 모든 것을 표현하려 한다. "거리" 란 것은 짐작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 한 곳을 바라볼 때도 혼자 다른 곳을 바라봐도 다양하게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우리네 삶이다.

아침 출근 풍경



11시 9분 이륙한 지 이십여분. 열 시간을 가야 한다. 피곤해서인지 갈 때와 달리 몇 번 깨지도 않고 잘 잤다. 

여러 생각으로 여행 정리를 하고 있다. 오전 4시 32분 디트로이트까지는 3시간 32 분 남았다고 나온다. 비행기는 쿠바 해안을 날고 있다. 막 카리브해를 지나 멕시코만을 향해 가고 있다. 집에 갈 때가 다 되어가니, 가족들 생각도 더 난다. 애처로운 눈빛의 보리도 생각나고. 떠나면 너무도 보고 싶을 것 같았는데,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새로운 사실에 적응하고, 또 그 속에서 즐기며, 잠시나마 현실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엔 여행이 꼭 필요하고 좋은 것이다. 그냥 잊고 잠시라도 복잡했던 현실을 떠나, 자유로운 일상을(통상적인 표현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내 언어력의 한계를 느낀다) 누리면서 몸 구석구석 세포에, 호흡하는 페포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에너지와 기운이 스며들어 충전시키기 위해서라도. 


2013.02.24  

12시 42분 Time to destination 47 min 앞 모니터에 나타난 글이다. 다섯 시간인가를 남겨두곤 얼마나 정신없이 잤는지, 엉덩이도 아프고 뻐근한 목도 가눌 길이 없다. 긴 여행의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 가까웠다. 얼굴은 기름과 피로에 찌들어 도무지 모습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지만, 찍어본다. 우리들의 피곤하고 지친 얼굴 속에서도 웃음과, 속에서 움트고 나오는 열정이 내겐 보인다. 그것은 비단 먼 곳에서 자유롭게 여행을 했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함께 오랜 기간 근무를 하면서도, 서로의 벽에 갇혀 터놓지 못했던 인간관계와 낯선 곳에서 서로를 의지 할 수밖에 없는 유대감의 형성, 또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함께 간다는 공통 사명을 가진 동료들이었음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결속시켜준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수고했다. 동료들이여! 친구들이여! 


핸드폰으로 써갔던 기록들을 컴퓨터에 옮겨놓고,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내내 미루기만 했던 일상들. 이제 하나씩 꺼내 글로 옮기면서, 당시 바삐 두드리느라 틀린 지명이나 오타 등을 정리하며 쓰다 보니, 브라질에 다시 갔다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출발하면서 가졌던 몇 가지 재미있는 결심도 추억해 본다. 지금까지도 못 지킨 것 같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역시나 나처럼 지금까지 열심히 살고 있다. 제대로 한 것 하나도 없으면서도 여전히 꿈을 놓고 살진 않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글도 쓰고 있다.


세월은 지났지만, 스쳐갔던 그들도 생각나고, 단지 내 사진 속의 순간의 한 인물들이 아니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존의 기쁨을 누렸던 지구 친구들이 그립다. 한편으론 지금 브라질 지역에 코로나 펜데믹으로 사망자도 많고, 병실도  부족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보다 더 열악할 그곳의 형편이 그려져 마음이 아프다. 자유와 열정 속의 브라질 사람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기를 바라본다. 속히 이 팬데믹이 끝나고 자유롭게 뛰어다닐 그날을 고대하면서, 힘내고 이겨내길 빌어본다!   아뜨라베르시아모! 



p.s  2013년 여행하며 스마트폰(갤럭시노트1)으로 기록했던 글들을 이번에(2021년) 수정하면서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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