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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02. 2021

스마트폰으로 쓴 브라질 기행기 6

리오 데 자네이로(코타카바나.빵데아수카르산. 코르코바도 예수상)


 2013.02.20 

리우로 가는 밤차 12:05 분 출발, 약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좌석을 뒤로 젖혀, 조금 좁긴 해도 다리 뻗고 자면서 갈 수 있을 듯하다. 생각보다 편하다. 뒷좌석까지 꽉 찬 만석이다. 외국인은 우리뿐인 듯 전부 현지인이다. 식구들끼리 떠드는 소리도 요란하고 아기가 계속 울어댄다. 이렇게 밤새도록 리오를 향해 달려 새벽에 도착한다. 밤인데도 계속 에어컨을 틀어놓아, 춥다. 여벌 점퍼를 두 개나 가지고 왔기에 반팔 입은 제이에게 빌려준다. 계속 울어대던 얘기가 포기했는지 그쳤다. 창밖 불빛 사이로 보이는 깜깜한 밤이 낯설지 않다. 여행자의 마음이 괜히 스산해진다.


리우 데 자네이루는 ( Rio de Janeiro )는 브라질 남동쪽 대서양 연안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리우데자네이르주의 주도며 세계 3대 미항 중의 하나다. 리우(Rio, 리오, 히우)라고도 불린다. 과거 식민지 시대, 포르투갈 왕국과 브라질의 수도 이기도 했댜. 리우 삼바 카니발로 잘 알려져 있고, 삼바, 보사노바 같은 음악이 시작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리우는 오랜 기간 동안 브라질의 수도였기 때문에 건축학적 유적도 많고 보고 즐길 곳도  많겠으나, 우리에겐 하루의 시간밖에 허락되지 않은 실정이라 바삐 움직여야 한다.


2013.2.21. 

밤새 달린 버스는 새벽 여섯 시도 되기 전에 도착했다. 명색이 대도시의 버스터미널인데, 왁자지껄하고 작아 보였다. 세면 할 곳을 찾는데, 화장실 사용료가 1.5 헤알이다. 알뜰한 제이와 에치는 기겁을 하고 그냥 가잔다. 공짜로 이용 가능한 우리나라를 생각하니, 내고 싶을 리가 있나. 제이는 벌써부터 사진기 꺼내 들고 난리다. 밤새 코까지 골면서 에너지를 충전한 덕이리라. 먼저 택시 티켓 장소에서, 티켓을 사고( 택시 한 대당 30 헤알이다) 코르코바도 언덕 트램역으로 출발한다. 신나게 달리는 기사 덕에 이십 분도 안 걸려서 트램역으로 왔다. 다들 트램역 화장실을 이용해서 씻고, 선크림을 바른다. 리오의 뜨거운 햇살을 견디려면 무엇보다 썬 크림이 중요하다.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아무도 없다. 매표소에서 내려와 동네 구경을 한다. 사람 사는 동네 거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마침 해가 떠올라, 저 멀리 언덕의 그리스도상이 살짝 보여 함성을 지르며 사진 찍기 시작한다. 거리는 낡아 보였으나, 비교적 깨끗하고, 7시인데도 부지런한 (브라질의 아침은 빨리 시작된다) 사람들은 출근한다. 길거리에 쓰레기들은 없고, 쓰레기통도 다 비어있다. 한 남자가 두 마리의 개를 끌고 산책 중이다. 이름을 물어보니, " 루시앙" 이름대로 증조할아버지 때 이태리서 이민 왔단다. 강아지 한 마리는 5 년된 녀셕이고 한 마리는 유기견을 입양했다고 한다. 나도 우리 강아지를 얘기하며 잠시 동안 녀셕들을 이뻐해 주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와 버스 예약표   /  코르코바도 언덕에서 만난 루시앙과 그의 개들                 

              

코르코바도 트램역 매표소와 (일찍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 전시된 사진 찍기 용 트램 모형


멀리 그리스도상이 보이는 입구 자그만 공원의 돌 테이블 위에서 준비해 온 빵과 주먹김밥을 아침으로 먹기로 한다. 좀 궁상맞아 보이긴 해도, 회비도 절약하고 재밌기도 하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랴. 에치는 양유를 먹겠다고 샀는데, 본인도 지독한 노랑 내에 한 모금 먹더니 더는 못 먹겠다고 한다. 모험심은 칭찬할 만 하나, 양유는 노랑내때문에 쉽게 먹긴 힘들다. 호텔에서 가져온 꿀과 망고주스로 충분하다.  입장료는 성인 46 헤알. 7시 반부터 티켓을 판다고 한다. 어는 나라보다 일찍 문 여는 공공장소 아닐까 싶다.

뜨거운 브라질임을 입증하기라도 할 듯, 벌써부터 후덥지근한 열기가 조금씩 느껴진다. 상파울루보다 열악한 환경인 것 같다. 새소리는 우렁차게 들리고 에치가 티켓을 끓으러 갔다.

 

여행을 통해 일상을 회복한다고 말한다.  평소의 일상을 떠나 다른 세상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지내다 보면, 두고 온 세상 일은 잊게 되고 낯선 일상에 점차 적응해가는 경우가 많다. 돌아가게 되면 이전 일상이 반복된다는 느낌보단 새롭게 보이게 되니, 여행이 회복시켜주고 충전해주는 에너지를 준다고 믿는 것이다. 내 생각이다.  




코르코바도 트램 (Corcovado trem)을 타고 올라간다. 일찍 온 사람들이 많아, 기차는 다 차서 올라간다. 보사노바 가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CORCOVADO로. 해발 710m 높이의 정상을 향한다. 내려다보는 마을은 오래되고 낡아 보이긴 해도 생동감은 있다. 재즈의 음률처럼 덜컹거리며 여유 있게 올라가고 있다.


  도착해서 본 그리스도상은 너무나 거대하고 엄청나서 드러누워 찍지 않으면 전체를 찍을 수 없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리우의 정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우리는 아이처럼 드러누워 사진을 찍고 경치를 보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스도상은 1931년 브라질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세운 것이라는 데, 높이 30m, 너비 28m로 무게는 1145톤이나 된다고 한다. 전면에서 전체 사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누워서 찍어야 나올 정도로 정말 거대하다. 이런 산꼭대기에 엄청난 동상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카톨릭국가인 브라질이기에 국민들의 헌신과 기부금으로 만들었고, 근래에는 그리스도상이 있는 이곳을 성지 화한다고 한다. 파노라마로 찍은 동상의 크기가 짐작되는 사진이 있어 올려본다.



  파노라마로 찍은 그리스도상과 사람들, 동상 크기를 가늠케 한다.

코르코바도 정상에서 내려다본 리우 정경. 이른 아침이라 산이 높아 흐리게 보인다 / 그리스도상 뒷모습 


오늘 일정은 그리스도상과 빵산 그리고 꼭 가고 싶었던 낭만 해변 코타카바나를 둘러보는 것이다. 그리고 상파울루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멋진 풍광을 눈에 담고 마음에 넣어,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와 빵산으로 향한다.


빵산은 "빵데아수카르 산"( Pao de Acucar, 빵산, 슈가로프산(Sugarloaf mountain))으로, 17세기 식민지 시대 사탕수수를 정제한 후 보관한 원통 모양의 진흙 용기 이름이 슈거로프였는데, 빵산의 모양이 슈거로프와 닮아서 슈거로프산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리우의 풍경이 더 멋지고 다방면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 바로 이곳 빵데아수카르 산 정상이라고 한다. 브라질 하면 빵산에서 바라보는 리우의 정경을 찍은 사진이 많다. 나도 파노라마로 멋지게 담아본다. 


여기서 바라보면 저 멀리 코르코바도 정상에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그리스도 동상이 작게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금빛 모래 해변 코파카바나, 이파네마 해변, 도시의 정경이 너무 아름답다. 멋진 풍광 가슴에 한가득 담아 사진도 찍고 카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스트레스야 가라" 외친다. 


사람들이 왜 "리우 리우" 하는지 와보니 이해가 된다. 보사노바의 대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리우, 리듬만큼 자유롭게 펼쳐지는 점점 커지는 템포 같은 풍경, 빵산에서 바라보는 리우의 정경은 세계 3대 미항이라고 하는 말이 아깝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다. 오늘은 온전히 자유로운 나는 이방인이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한 마리 새다.

                    

 빵데아수카르 산에서 바라본 코르코바도 산과 리우 정경


빵산에서 바라본 해안,  빵산에서 바라본 리우 정경을 그린 유화 졸작.

빵산에서 내려다본 시내 정경, 멀리 그리스도상이 보인다. 빵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 입구


코파카바나 해변은 길이가 4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다. 그런데, 신기하리만큼 사람이 없다. 관광객도 별로 없고, 마치 동네 사람들이 몇몇 와서 지내는 것 같다. 물론 너무나 큰 해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퍼져있어 없어 보일 수 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 없다. 아마 바로 전에 끝난 카니발의 열기를 삭히느라고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없기에 원래 모습의 코타카바나 해변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 오래전 모 신문에서 해 질 녘, 붉게 타들어가는 코타카바나 해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사진과 기사를 본 적 있얶다. 인상깊게 봤고 나도 꼭 가보리라 했는데, 역시 꿈은 이루어진다. 꿈이 꿈인 이유는 이루어지라고 그런 것이다. 


 파랗고 맑고 뜨거운 남미의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해변. 해운대도 제대로 못 가는 내게 이런 기회가 흔하겠는가! 우리는 간편 복장으로 물로 뛰어든다. 아이스케키 통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을 빼면 관리자도 없는 듯하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작렬하는 리오의 태양,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태양, 이 바다는 하바나의 바다와 통하는 대서양. 뜨거운 모래를 밟으니, 몸 안의 나쁜 기운이 이 모래 속으로 다 빠져나오는 것 같다. 따봉!  아뿔싸! 뜨거울 정도가 아니라, 발이 덴다.  모래 속을 헤집고 그 뜨거움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다가, 아이구하면서 발바닥을 들어 신발로 감춘다. 모래가 건방진 내 발을 훈계라도 하는 듯, 껍질이라도 벗길 것 같아 "으악" 하면서 신발 속으로 발바닥을 구겨 넣었다. 이런 뜨거운 모래 속에서도 웃으며 찜질하고 있는 여행객 한 명이 있다. 유럽에서 온 여성이다. 이런 햇볕을 얼마나 그리워했을지 이해 간다. 왜 리오 여러 기념품 가게에서도 리오만의 그림이 새겨진 슬리퍼( 우리가 흔히 쪼리라고 부르는) 파는지 충분히 이해하겠다. 매사를 겪어보지 않으면 바른 답 근처에 가기 힘든 법이다. 


여긴 세계적인 휴양지임에도 덜 번거롭고 여유 있어 보인다. 물론 내가 온 지금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으리라. 파도는 항상 여유 있다. 강하지만, 부드럽게 때로는 한 둘만을 위해서라도 달려오고 태양은 제 모습대로 작렬하고 있다. 희고 검은 사람들, 오늘은 우리처럼 황색까지 저마다 자유롭게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평화를 누린다. 아 뜨거운 햇살 아래의 코타카바나여!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리우 데 자네이로 해변은 어떨까. 브라질에서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다는데, 자유를 좋아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노는 것을 좋아하던 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코로나가 팬데믹을 부른 이 시점에도 코타카바나의 파도는 자유롭게 넘실대겠지. 

너무도 그리운 코타카바나 해변이다.


가는 길에 2013년 리우 카니발이 열린 거리를 지나간다. 리우 데 자네이로에는 삼바춤 양성학교가 유명하다. 브라질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삼바 춤, 상파울루에도 카니발이 있지만, 리우 카니발이 가장 크고 화려하다고 한다. 보통 사순절 직전 2월 말에서 3월 초 까지 3~4일간 한다고 하는데 올해는 2월 초순에 했다고 한다. 아깝다 일주일만 일찍 왔어도 어쩌면 볼 수 있었을까?  tv로만 봤던 화려하고 요란스럽고 멋진 카니발을.


  

리우 데 자네이로 코타카바나 해변 동영상

2013 리우 카니발 간판. /  한산한 코파카바나 해변 건너편 도로

다시 가고 싶은 너무도 조용한 코파카바나 해변



상파울루로 가는 도중에 휴게소에서 잠시 쉴 시간을 준다. 휴게소에서는 입구에서부터 차례를 지키며, 화장실 사용한다. 들어가면 표 하나씩 주고, 음식을 시키든 여러 가지 물건을 사고 나가면서 함께 계산을 한다. 두고 온 배낭이 염려스러워 빵조각을 먼저 들고 나왔다. 사실 화장실에서 질서 지키는 것을 보면 여러모로 유럽 느낌이 난다. 마치 스페인 비슷하긴 한데, 눈만 잠시 풀어둬도 집어간다니, 아이러니다. 나는 치즈버거 7.5 헤알 짜리 반 쪽 먹고, 짐 지키러 나왔는데, 멍멍이 녀석이 따라붙는다. 먹던 버거를 녀셕에게 주니 환장하고 먹는다. 그렇게 말라 보이진 않았다만. 잠시 있으니 한녀셕이 더 따라붙는다. 아침에 코르코도바 언덕길에서 만났던 루시오가 키우는 5 개월 정도 된 유기견과 같은 종자 같다. 두녀셕이 전혀 다르게 생겼음에도 잘 어울려 노는 친구다. 개는 친구를 둘 줄 안다. 아파트에서 키우고 산책시키는 녀셕들은 대부분 순종이다. 여기도 순종은 대우받고 사나 보다.


창밖으로 별이 보인다, 근데 저 멀리 아주 멀리에선 천둥 번개가 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긴 브라질이니까. 차창으로 보이는 별.. 남반구에서 보는 별은 더 애잔한 것 같다. 여행자의 마음을 상념에 젖게 한다. 꿈같았던 브라질! 이제 이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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